1. 유럽에서는 카푸치노에 코코아 파우더를 뿌려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카푸치노에 계피가루를 뿌리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있지만, 유럽에서는 썩 그렇지도 않다.
위에 아무것도 안뿌리거나, 뿌린다면 코코아 가루를 뿌린다.
조리대에서 뿌려서 주기도 하고, 보통은 거기, 저기, 그쪽, 저쪽으로 불리는 그거,
그러니까 커피숍 직원이 '빨대랑 물은 저쪽에 있어요' 하는 그거 위에 통째로 놓여있다.
원한다면 커피 반 코코아 반으로 먹을수도 있지만 그럴람 차라리 코코아를 시키지 왜;;;
커피숍에 따라서 계피가루와 코코아가루를 모두 내놓는 곳도 있는데,
코코아가루만 놓는 곳은 있을 지언정 계피가루만 갖춘 곳은 못봤다.
그리고 코코아 가루를 얹은 카푸치노는 진짜 맛있다. 우리동네 도입이 시급합니다.
커피 원두를 갈아 고압으로 추출한 커피 원액을 뭐라고 한다? 에스프레소라고 한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면 뭐다? 아메리카노다.
우유를 섞으면 뭐다? 카페 라떼다.
우유 섞고 우유 거품 얹은건 뭐다? 카푸치노다.
거품만 얹은건? 마끼아또.
휘핑크림 얹은건? 카페 콘 빠나.
에스프레소 샷 두개 쓴건? 도피오.
그런데 이 모든 용어는 어느 나라 말이다? 바로 이탈리아어다.
유럽 카페 문화의 원조인 이탈리아의 커피 용어는 유럽을 너머 세계 어디를 가도 대충 통용된다.
프랑스나 오스트리아는 자국 커피 용어를 많이 쓰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우유 많이 탄 커피를 카페 오 레 Cafe au lait라고 부르고, 오스트리아에서는 멜랑제 Melanger라고 한다.
물 탄 커피 일명 '아메리카노'도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서는
각각 카페 알롱제 café allongé와 베어랑게르터 Verlangerter라고 하는데,
걍 라떼 플리즈 아메리카노 플리즈 해도 대부분 문제없이 평화롭게 받아먹을 수 있다.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응팔과 응사 시절 카페의 메뉴판에서 고급스러움을 담당하며
주로 소개팅 등 ‘있어 보이는’ 자리를 빛냈던 비엔나커피.
사실 ‘비엔나커피‘란 휘핑크림을 얹은 커피의 널리 알려진 별명중 하나로, 세계적으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메뉴긴 하다.
휘핑 크림 흔하지 않던 응팔 응사 시절 우리나라에서는 아이스크림 얹어줬었다.
요즘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안다.
비엔나 가도 '비엔나 커피'라는 메뉴가 없다는 걸 말이다.
휘핑크림 듬뿍 얹은 커피를 본고장 비엔나에서는 '아인슈패너 Einspänner'라고 한다.
아인슈패너가 무슨 뜻이냐면, '마차'다. 말이 끌고 가는 그 마차 맞다.
커피의 생김새를 두고 '마차'가 튀어나온 건 아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비엔나의 마부들은 졸음 운전을 막기 위해 커피를 그렇게 마셨단다.
근데 겨울에는 커피를 들고 운전을 하면 칼바람 때문에 커피가 삽시간에 식어버렸던 거지.
그걸 방지하고자 위에 휘핑크림을 산처럼 얹어서 먹었다고 한다.
즉, '마차를 타고도 덜 식도록 만든 커피'가 바로 마차 커피 '아인슈패너'라는 얘기다.
그 시절의 텀블러인 셈이다.
가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는데, 유럽의 카페에서는 커피에 찬 물을 한잔 딸려서 내주는 경우가 많다.
유럽에서는 레스토랑에서도 물은 다 돈주고 사먹어야 되는 줄 알았는데
커피에 물이 한잔 딸려나온 걸 보고 '이 물은 뭐에 쓰는 거냐'면서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종종 봤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그냥 물이다.
커피마시면 입 텁텁해지니까, 개운하게 입가심하라고 주는 물이다.
그리고, 수돗물이다. 정말 드물게 생수병 까서 주는 집도 보긴 봤는데, 정말 드물다.
대부분 수돗물 준다. 그리고 자기들도 대부분 수돗물 잘 먹는다.
석회 많은 나라에서는 브리타 정수기같이 간단하게 걸러먹는 장치도 쓰긴 하는데, 걍 그냥 먹는 데가 훨씬 많다.
자기들도 먹는 물 주는 거니까 기분 나빠하지는 말 것.
덧붙여 일반 식당에서도 물 사먹는데 돈 쓰기 싫다면 수돗물 Tab water 달라고 하면 된다.
여름이면 수분 섭취의 대부분을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하는 사람이 비단 나 하나는 아닐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아아 생활에 다소 애로사항이 있다. 유럽 사람들은 커피를 차갑게 마시는 일이 잘 없다.
누구 말로는 유럽 사람들은 커피 차갑게 마시는 걸 냉면 뜨겁게 먹는 거 맹키로 괴상하다고 생각한단다.
근데 뭐 아예 차가운 커피가 없는건 아니다.
'아이스 커피'라는 메뉴가 커피숍마다 다 있긴 하다.
문제는 죄다 설탕넣고 우유넣고 달고 맛있게 타서 나온다는 거.
독일 일부 지방에서는 아이스 카페 Eis caffe라는 이름으로 아이스크림 넣은 커피를 팔기도 하더라.
그리하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섭취하고 싶을때 가장 손쉽고 어쩌면 유일한 대안은 스타벅스 되겠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스타벅스 일년에 한번도 잘 안가는데 유럽에서는 이틀 걸러 한번씩은 간다.
아참, 유럽 스타벅스는 거의 인터넷 공짜긴 한데, 회원 가입을 해야하는 나라들이 많다.
회원 가입할때 전화번호로 본인 인증 하라는 데들도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콜마이네임 서비스를 아시는지?
스타벅스 홈페이지에 원하는 닉네임을 등록해 두면 나중에 음료가 나올때 그 이름으로 불러주는 서비스이다.
'아메리카노 한잔 나왔습니다' 처럼 한 매장에도 너댓명씩 있을 수 있는 것 보다 훨씬 효율적일거 같지만
닉네임을 하도 창피한 걸로 등록한 사람이 많아 실효성은 많지 않은가 보더라.
유럽 스타벅스에서도 비슷한 걸 한다.
대도시의 사람 많은 매장에서 주로 하는데, 주문할 때 종업원이 주문자의 이름을 물어보고 컵에 적어두었다가,
나중에 주문한 음료가 나오면 이름을 불러서 주는 것이다.
나는 늘 '미키'라고 내 이름을 얘기하는데, 프라하에서는 고맙게도 이름과 함께 귀여운 그림까지 그려서 주었다.
근데 도대체 뭘 그린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예전에, 그러니까 십년도 더 전에, 누군가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커피의 본고장 이탈리아 사람들은 단것을 넣은 커피를 즐기지 않아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마신다'라고.
누가 한 소린지 기억이 안나는데, 기억나면 쫓아가서 '이 사기꾼아'라고 말해줄 생각이다.
실제는 이렇다.
커피의 본고장 이탈리아 사람들 커피에 설탕 넣어서 마신다.
특히 에스프레소는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설탕 넣는게 일반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쓰기 때문이다.
쓴걸 참고 먹을 필요 없이 설탕을 넣어서 덜 쓰게 만들어서 먹으면 그만이라는 거다.
물론 평소 단것을 즐기지 않는다면 안넣어도 된다. 그냥 쓴걸 참고 먹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평소 커피에 설탕 타먹는 걸 좋아하지만 촌스러운 사도처럼 보일까봐 고민했다면 이제부터 당당하게 커피를 타자.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도 다 설탕 탄다.
이탈리아 커피 문화 얘기 하나 더.
이탈리아에서 카페를 가보면 유난히 바에 사람들이 버글버글 몰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테이블에 자리가 없어서 그러느냐, 아니다. 테이블이 텅텅 비어도 그렇다.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를 주로 바에서 서서 마신다. 바에서 마시는게 테이블에서 마시는 거 보다 조금 더 저렴하긴 한데,
그래서라기 보다는 일종의 문화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런거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대용량의 커피를 놓고 고사 지내는 일이 잘 없다.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 한잔을 시켜서 두세모금에 털어넣고, 쿨하게 돈 내고 나간다.
마시면서 바텐더와 수다를 떨기도 하고, 아는 사람 오면 안부 얘기도 하긴 하는데, 오래는 안한다.
빨랑빨랑 들어와서 빨랑빨랑 주문하고 빨랑빨랑 마시고 빨랑빨랑 나간다.
이것이 본고장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문화라고 한다. 왠지 우리나라에 도입하면 빨랑빨랑 망할거 같다.
출처 : 여행자의 글쓰기 (정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