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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의회 이야기

동양대 장경욱 교수가 수원대 장경욱 교수에게

작성자상생21|작성시간20.12.09|조회수867 목록 댓글 2

동양대 장경욱 교수가
수원대 장경욱 교수에게

동명이인을 위해

나쁜 사학들에서 교수를 괴롭히는 전형적인 수법이 있습니다. 어떤 명목으로든 일단 '짜르는' 것입니다. 물론 당사자가 소송하겠지만 승소하여 복직하기까지 몇 년이 걸립니다. 어렵게 승소하여 돌아오면 다른 명목으로 또 '짤라서' 내보냅니다. 재임용 규정이 바뀌었다며 자르기도 하고 심지어 폭행이나 성추행 같은 명목을 씌워 쫓아내기도 합니다. 교수는 다시 소송으로 맞서며 버티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학교 측의 패소가 예상되더라도 재단은 안중에 없습니다. 소송은 길어지고 그 기간 동안 '미운털 박힌' 교수의 인생을 처절하게 괴롭힐 수 있고, '덤비면 이렇게 돼'라는 본보기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싸움이 길어지면서 교수가 감당해야 할 것은 본인과 가족의 경제적 고통뿐만이 아닙니다. 먼저 동료들의 시선을 견뎌야 합니다. 그들은 교수가 어떤 문제를 제기했느냐를 묻는 대신 그가 학교 문제를 외부로 떠들어서 자신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사람이라고 지목합니다.

"너 때문에 우리 학교가 나쁘게 알려졌고 학생들이 피해를 보았다."
"왜 절차도 안 거치고 내부의 문제를 밖으로 가져갔느냐"

더 큰 고통은 교단에 서지 못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들은 졸업하고 하나 둘 본 적 없는 학생들로 캠퍼스가 채워집니다. 교문 앞에 일인시위를 하는 동안 "저 아저씨 누구야"라는 표정으로 지나는 학생들의 시선, 응원도 비난도 없는 그 시선들 앞에서 팻말을 들고 서야 됩니다.

결국 비리 사학과 맞서는 법적 싸움은 가르치는 사람, 연구하는 사람으로서의 자기 인생을 부정하면서 지속되는 싸움입니다. 긴 소송 끝에 어떻게 이겨서 복직하면 이미 정년퇴직이 가까운 나이가 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다 소모하고서 이름 뿐인 승리를 가져가는 싸움이 되는 거지요.

이런 미련하고 힘든 싸움은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앞선 이야기의 많은 부분은 저와 동명이인의 수원대 장경욱 교수님이 몸으로 겪어 오신 것들입니다. 장 교수님은 2013년 교수협의회를 만든 이후 재단에 의해 해직과 복직을 거듭했고 그만큼의 긴 법적 싸움을 이어오셨습니다.

장 교수님과 손병돈 교수님 등 몇 분이 수원대 교협을 처음 만드셨을 때 제가 남몰래 daum의 교협 카페를 눈팅하며 배움을 배웠습니다. 그때는 힘드실 것이라 생각은 했었지만 그분들이 이렇게까지 지독한 시간을 견디실 것은 예측하지 못하였습니다.

어제 한겨레 기고에 따르면, 수원대 장경욱 교수님은 5년 전 부당 해직에 승소하였지만 정작 해직 기간의 밀린 임금을 인정하지 않는 2심 판결을 받으셨고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5년이 넘도록 대법원에서 판결을 미루고 있어 여전히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계십니다.

"문제는 사법부다. 공익활동을 한 교수들을 사학재단이 부당해직한 게 드러났으면 복직과 함께 밀린 임금액을 받도록 하는 게 마땅한 상식이거늘 사법부는 한없이 시간만 끌고 있다."

조승래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이렇게 썼습니다.

"결국 두 교수의 정신적, 물질적 고통은 말할 나위 없이 가중되었다. 가족들도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학자로서의 시간은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법은 부조리에 맞서는 약자들이 의지할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검찰개혁과 이 나라의 법이 바로 서게 하려는 질긴 싸움을 지지합니다.

수원대 장경욱 교수님, 그리고 신문 한 줄 나오지 않은 채 외롭게 사학비리 투쟁을 하시는 수많은 분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그분의 투쟁이 더 많은 분들께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202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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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자유영혼 | 작성시간 20.12.10 이 땅에 부조리와 싸우는 모든 정의의 투사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간결히 들려주네요.
    대다수의 용기없는 비겁한 지식인들과는 달리, 정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개인적인 수많은 희생을 감내하신 분들의 높은 정신을 길이 길이 진가를 평가하고 인정하는 사회와 나라가 만들어 져야 합니다.

    긴긴 세월 초지일관을 하기가 얼마나 힘드신지요?
    그 끝이 곧 보이려나 한적이 한두번이 아닌 데, 민주주의라는 제도아래서 정의를 세우는 길이 정말 길고도 험난합니다. 법과 제도를 악용하여 길고도 질기게 저항하는 저들에게 정의 칼날이 내려쳐져야 합니다.

    입법제도의 부족한 점도 많이 수정보완이 필요하구요. 너무나 힘든 여정에 지친 나머지 쓰러지거나 도피하는 이들이 얼머나 많았나요? 끝까지 조지일관하시는 교수님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 작성자대학답게 | 작성시간 20.12.18 장교수님, 조만간 외롭지 않은 싸움의 결론이 맺어 질것입니다.
    우린 장교수님께 빚진 자입니다.
    장교수님이 물러나더라도 제 2 , 제 3의 장경욱이 나타날 것입니다.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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