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의 고통

작성자..+:..crystal..+:..|작성시간14.11.30|조회수642 목록 댓글 11

< 해산의 고통 >


1990년 당시로서는 수원대가 설립된지 이제 겨우 10년정도 되었을 시기로 기억 합니다. 소위 " IN"서울의 대학교 혹은 유구하고 전통있는 다른 대학이 아닌 교통도 불편했던 수원대에 입학한 저는 솔직히 아쉬움반 기대반으로 학교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나름 열심히 공부 하였고, 연애, 아르바이트, 동아리활동도 왕성하게 하며 나름은 멋지게 학교생활을 하였고, 현재는 아담한 회사에서 알차게 일하고 있네요.(제 2의 인생을 꿈꾸고 계획하며 경기도 모 대학의 대학원에서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국적은 바꿀 수 있지만(심지어 현대 과학은 성별도 바꿔버리는 세상인데.) 학적은 바꾸지 못합니다.

제가 수원대를 졸업 하였다는 것에 솔직히 대단한 자부심으로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4년의 시간동안 최선을 다한 저는 행복했고, 그때 만났던 교수님들, 학우들이 너무나 소중했고 지금도 소중하기에, 그리고 지금 또한 행복하기에 저는 수원대에 입학했던 지난 25년 전의 저의 결정이 대단히 잘 한 일이었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마 죽을 때까지 당당한 수원대 졸업생이고, 죽은 후에도 자랑스러운 수원대 졸업생입니다. 


우리 학교의 30년이 조금 넘는 역사는 어찌보면 짧다 못해 이제 유년기를 끝낸 역사입니다. 수백년의 역사를 갖는 유럽의 대학들과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한국의 오랜 역사를 지닌 학교들과 비교를 해도 말이죠. (오래되었다고 좋은 학교라는 말은 아니며, 역사가 짧아도 금방 명문대가 된 경우도 있겠죠)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기업은 짧은 기간 세계적인 기업으로 탄생 할 수 있었지만, 대학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숙련된 장인의 손을 통해 수천번의 작업을 거쳐야만 완전한 "국궁" 활을 만들 수 있는 것 처럼, 대학의 명성과 권위, 그리고 실력은 짧은 시간 얻기란 쉬운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 수십, 수백년의 오랜 기간 동안 수천번의 많은 시도와 실패, 성공과 성취, 아픔과 좌절, 싸움과 분노, 화해와 용서들이 반복 되야만 비로서 모든 이가 우러러 보고 인정하는 위치에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그러한 과정들이 반복되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도태된다고 배웠고, 도태는 결국 소멸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십 수만 수원대인 중에 한 명으로서 특히 작년 부터 불거진 사태에 대해 자세히 인지하지 못했고, 이제서야 비로서 (100%는 모르지만) 어느정도 심각성을 안 저로서는 지금이 우리 수원대의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는데, 우리의 자녀들이나 자녀의 자녀들이 사는 세상엔 수원대가 없을 수도 있고, 반대로 수십 년후 에는 수원대가 최고중의 최고 명문대로 수백년간 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해산의 고통 후에야 비로서 고귀한 생명이  태어나듯이 지금 우리(양측 교수님분들, 교직원, 재학생, 졸업생) 모두가 겪는 고통들이 궁극적으로 학교를 위해 어찌보면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라 확신 합니다.

신은 다행이도 인간에게 통각이라는 것을 주어서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그 통증으로 병을 인지하거나 병으로 발전 되기 전에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지금 느끼는 그 통각을 그냥 무시해서 덮거나 참는다면 아마 더 큰 질병으로 발전되서 회복하는데 몇 배의 노력과 고통이 따르듯이, 지금 수원대의 고통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솔직하게 치료되도록 노력해서 그것이 발판이 되어 몇 년 후는 아니더라도 몇 십년 후에 혹 우리의 자녀들이 이 학교를 다닐 때는 정말 아빠가 수원대의 졸업생이라는 사실이 뿌듯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총장님과 재단의 비리 문제건에 대해 저는 사실  간접적으로 뉴스와 기타 방송되었던 영상을 통해 알았기 때문에 저의 부족하고 짧은 판단력으로 총장님과 재단을 비판하기에는 그럴 위치도 아니고 대단히 조심스럽습니다만, 한 가지 제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고 뭔가가 제 숨을 탁 막는 것이 있습입니다. 

그것은 바로..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지금의 변화의 고통을 통해서 훗날의 발전되고 더 나아진 수원대가 만들어 진다는 것에는 확신이들지만, 그러기에는 지금의 학생들이 겪는 불편함과 혼란스러움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네요.


오늘 실은,  큰 마음을 먹고 안 타던 전철을 타고 휘황찬란해진 수원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모교를 혼자 밤에 거닐다 왔습니다.  당연히 토요일밤이라 학교는 조용했고, 저는 정문에서 도서관 까지만 걷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멋진 커피숖에가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왔습니다. (반가운 건 대학문구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더군요^^) 그런데 한가지, 너무도 놀라운 점을 발견 했습니다. 정문부터 도서관 까지 이어진 메인도로 옆의 가로수 사이에 걸린 현수막이었습니다. 자세히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수원대로고가 새겨진 너무나도 깔끔한 홍보 플랭카드만이 줄지어 똑같이 걸려있었습니다. 예전에 학생들이 손글씨로 흘기던 대자보나 싸구려 천에 줄줄 물감흘리면서 쓰던 친근한 현수막은 보이지 않더군요. 좀 심하게 표현 하자면 북한 같았습니다. 그래서 좀 소름도 돋았습니다. 지금의 사태들과 연관을 짓는것이 맞는가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들지만, 예전의 학생들의 자유스러운 표현이 어디로 갔나 하는 생각엔 좀 서글픈 맘이 들었습니다. 현수막들이 모든 걸 대변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제 느낌은 그랬습니다.


교수님들은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더불어 수업에 열정을 쏟아야하고, 학생들은 그 젊음과 끼를 맘껏 분출하며 멋진 대학 생활을 보내야 하는데, 학생들은 지금의 분위기에 맘이 혼란스럽고 어수선할 테고, 현재 재직중이신 교수님들은 매일 플랭카드 뒤에 서서 계셔야 하고..교직원 분들도 업무하셔야 하는데 다른 일 신경쓰셔야 하고..해직교수님분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전 솔직히 판사가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분들이 각자의 위치에 계셔서 학생들을 위해 본연의 사명을 감당하시는 것이 가장 최선의 길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해직교수님분들과 소송을 진행중으로 알고 있는데 1인 릴레이 시위를 하시며 서명운동을 하시는게 보시기에 불편하고 해교 행위라고 생각이 든다 할지라도 (그것이 불법이 아닌 이상) 그 복잡한 소송의 법적 절차는 관공서 공무원들의 몫으로 두시고, 교직원 분들은 사무실에서 원래 본연의 업무를 보시면 좋겠고, 교수님 분들께서도 강의실에서만 학생들과 마주치시고 수업에만 정말 온 열정을 쏟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해직교수님들의 생각과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굳이 반대플랭카드 거시고 표현을 안해도 학생들은 다 스스로 생각하고 옳은 것을 판단할 것이고, 만약에 해직교수님들의 생각과 주장이 맞다면, 그렇게 반대플랭카드 걸고 나와 계셔서 학생지도 하신들 학생들의 생각이 바라시는 쪽으로 바뀌진 않을 것입니다.

만약 내가 어떤 일에 떳떳하다면, 그 누가 나를 비방하든, 주변사람들을 선동한들 저는 무대응을 할것 같습니다. 왜냐면

내가 옳다면 내가 굳이 이야기 안해도 주변사람들은 다 알테니까요.  본인이 틀렸고, 그래서 불안해하는 사람이 크고 작은 "뭔가"를 계속 하게 되니까요. 할 수 있는 모든것을 동원해서라도.


해직교수님들이 수십, 수백명의 용역을 동원해서 시위하시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루종일 서 계시는 거잖아요.(수업 빼서하시는 것도 아니고)

그 자체를 법적으로 막을 근거가 없다면, 저는 그냥 학생들이라도 좀 편하게 정문 분위기를 더욱 더 이상하게 만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은 공부하러 대학에 오는 거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면, 제가 얼마전 독일을 여행할 때 몇 몇 대학들을 돌아다녀 보았습니다.(괴팅엔,홈볼트(?)등) 대학 건물의 겉 모습은 너무나 허술했습니다. 외장공사를 일부러 안했는지 시멘트빛이 그대로 노출되 있엇구요. 그런데 건물안을 보니 너무나도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방음시설과 내부의 인테리어는 너무나 학생들이 공부를 편하게 하도록 되있었습니다. 그리고 학생식당의 음식은 정말 "싼게 임금님 수라상" 이었습니다.(물론 국가보조금이 들어가 있다고는 하더라구요). 

 수원대학생들은 아마 수원대의 멋진 건물들을 자랑하고 싶지 않을것입니다.

아마 수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그런 수업자제나 시설을 자랑하고 싶을 겁니다.

그리고 학생들과 소통하고 모두가 존경하고 우러러 보는 총장님과 열정적인 교수님들을 자랑하고 싶을 겁니다. 

그리고 멋지고 고급스러운 스쿨버스를 자랑하고 싶은게 아니라, 편안하고 안전하게 학교를 오가는 모습을 자랑하고 싶을 겁니다.(전 4년 내내 버스 앞 유리에 얼굴 대고 수원역에서 학교 까지 다녔는데, 솔직히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게 젤 화났습니다. 다치거나 죽으면 하버드 대학생인들 모슨 소용입니까? 지금은 좀 나아 졌겠죠?)


자식들이 떡을 달라하면 떡을 주는게 부모의 마음이고, 이미 떡이 있는데도 달라면 지금은 이것이 있으니 다른것을 줄께하는 것이 현명한 부모의 마음이라 배웠고. 자식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귀울이고 자식의 생각이 설사 틀렸다 해도 먼저는 자식의 입장을 인정해주며 대화를 접근한 후 질책이든 훈육을 시키는 부모가 진정으로 자존감을 높여주는 부모라 배웠습니다. 수원대의 모든 재학생들이 졸업한 후에도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애교심이 지금 보다 더욱 커져서 더 당당히 사회에 진출 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교수님들, 그리고 교직원분들과 학생분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선택으로 열심을 다하시는 모습 존중하고 존경합니다. 열심을 다하시면서 어떤 길이  우리가 없는 먼 훗날에 우리의 자녀들이 최고 명문사립대중에 하나가 되어 있을 우리학교를 다니게 하는 길인지는 정말 오랜 시간 곰곰히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수원대학교는 어느 누구의 수원대가 아니라 10만 수원대인의 수원대이니까요.


두서 없이 쓴 못 날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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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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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자유영혼 | 작성시간 14.11.30 현재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미래에도 오고자하는 학생이 넘쳐나게하면, 미래에 학령인구 부족으로 지원자가 없을 것을 우려하는 바보같은 경영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부실한 투자로 학교가 쳐지면, 장차 지원자가 없을 것이고, 학생없는 대학을 쌓아놓은 돈 몇푼으로 몇년을 끌고 갈수 있다고 우기는 어리석은 학교경영은 가장 하수들이 하는 일이고, 비웃음을 살 짖이지요.
  • 작성자단풍나무 | 작성시간 14.11.30 총장과 대립하며 싸우는 입장에 있지만 글의 내용에 공감합니다.
    화가 나고 상대가 미워도 기본상식과 법질서를 지켜가며 얼마든지 자기의 주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진정 학생을 사랑하고 수원대 동문들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대응하는 방식을 누가보아도 평화적인 소통의 자세로 바꿔야 합니다.
  • 작성자푸른 하늘 | 작성시간 14.12.01 지난 12월말과 1월초에 학교측으로부터 6명의 교수가 파면 처분과 재임용거부 통지를 받고 교육부 산하 교원심사위원회에 이의 취소청구를 신청하였습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는 파면과 재임용 거부는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결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난 학기는 파면을 취소하고 복직을 시켜달라는 시위를 하였고 해직교수들의 복직서명운동을 벌려 3000여명의 학생들로부터 서명을 받았습니다. 학교측은 이런 학생들 서명과 교육부의 복직 결정에도 불구하고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신청하였습니다. 지난 주 행정소송 1심에서는 교육부의 결정과 같이 파면 취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 작성자푸른 하늘 | 작성시간 14.12.01 학교측은 파면처분과 재임용 거부를 취소하라는 교육의 결정과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더욱이16년만에 받은 지난 2월 교육부의 수원대학교 종합감사에서 교협회원들이 비리 의혹으로 주장한 비리들이 다수 적발되었고 3가지가 수사의뢰되었습니다. 2014년도 교육부의 대학재정제한대학 평가에서는 하위15%로 평가 되어 학생정원 감축으로 재정지원제한대학을 1년간 겨우 유예받게 되었습니다. 얼마전에는 경희대에서 받은 박사학위논문도 표절로 밝혀졌습니다. 이렇게 학교를 학생들의 등록금을 제대로 사용하지않고 여러가지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총장은 해임시키고 훌륭한 총장님을 모셔 와야 수원대가 발전할 수가 있습니다.
  • 작성자레알와우리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12.06 표절기사는 저도 봤는데, 좀 뭐랄까 제가 다 창피했습니다. 표절은 맞지만 학위취소는 안한다고 하든데, 그것은 둘째문제고, <검소,정의,창의>중에 두 가지가 위배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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