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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루터의 소극적인 저항권 개념

작성자장코뱅|작성시간22.02.05|조회수408 목록 댓글 10

루터의 소극적인 저항권 개념

비록 루터가 국가교회적 경향을 나타낸다고 해서, 세속정부에 대한 저항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거나, 개인의 신앙적 자유권에 기초한 불복종(不服從)을 전혀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아닌, 지역 제후에 의한 반(反)성경적 명령에 대해서 불복종 하기를 주장하는 글을 쓰기도 하였다. 로제도 이 부분에 대하여 지적한다.

“1522년 말경까지 루터는 정부의 권위에 대한 자신의 책 『세속권세: 어느 한계까지 복종해야 하는가?』를 썼다. 이 책은 당시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서 특별히 작센 공작 게오르게에 의해 명령된, 루터의 신약성경 번역의 모든 사본들을 회수하여 소각하라는 요구가 담긴 훈령서에 대한 반응으로서 전개되었다.”

베른하르트 로제, 『루터 연구입문』, p.184.

로마 교황과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광역적 권력에 대해서 저항하기 위해서 지역정부의 제후들과 협력하던 루터였지만, 신약성경을 회수하고 소각하려는 제후의 반(反)신앙적 명령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라도 저항을 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 저항은 분명히 ‘신앙의 자유’를 지키려는 최후의 조치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루터는 당대의 재세례파나 후대의 청교도주의자들만큼 확실하고 적극적인 '저항권'개념을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어느 정도의 '소극적인' 저항권의 개념을 인정한 것은 분명하다.

 

루터는 일반적 상황에서는 세속권세에 대한 복종을 주장하다가 자기가 하나님의 진리라고 믿는 일과 마찰을 일으킬 때는 하나님에 대한 순종을 강조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이고 원칙적인 정황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세속국가의 명령에 순종해야 한다. 그러나 세속권세가 천주교를 믿으라고 강요하거나 귀족들이 영지의 백성들에게 자신의 특정종교를 강요할 때 신자는 거부하고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제후나 세속 군주가 당신에게 교황을 지지하고 이것 또는 저것을 믿으라고 명하거나 어떤 책들을 버리라고 명한다면 당신은 하나님 옆에 앉는 것은 루시퍼에게는 합당치 않은 일라고 말해야 한다.……경애하는 군주여, 나는 당신께 생명과 재산을 가지고 복종할 것이니 이 땅에서 당신의 권세의 한계 내에서 내게 명하면 내가 복종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내게 믿으라고 명하거나 책들을 치우라고 명한다면, 나는 복종치 않을 것이다.”

존 딜렌버거,『루터저작선』, p.463.

이러한 루터의 견해는 유럽의 종교전쟁이나 30년 전쟁의 이념에 합리화의 근거를 부여했다. 청교도혁명․미국의 독립전쟁 등에까지도 이러한 저항권의 사상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위 인용문에 나오는 '책'은 막연한 의미의 성경책이 아니라, 구체적인 '신약성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 인용문을 보면 루터와 개혁 작업을 반대하는 일부 독재자들이 신약성경을 세속권세의 최후보루인 법원에 제출하라는 명령을 내린 사실과 정황을 포착할 수 있다.

“마이센, 바바리아, 마르크와 기타 지역에서 독재자들은 모든 곳에서 신약성경을 법원에 제출하라는 영을 내렸다. 이 경우에 그들의 신민들은 자신들의 구원을 걸고 성경의 한 페이지나 한 글자도 내놓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자는 그리스도를 헤롯의 손에 넘겨주는 꼴이 된다.……그들은 불법에 대적지 않고 참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발이나 손가락을 움직여서 그 불법을 승인하거나 돕거나 복종하여서는 안 된다.”

존 딜렌버거,『루터저작선』, pp.463-464.

위 인용문에서 루터가 개인에게 인정하는 저항권은 적극적이고 선제공격을 감행하는 의미의 저항이 아니다. 세속권력의 불법에 대하여 승인과 복종을 거부하는 의미의 소극적 저항을 의미한다. 농민전쟁 세력이나 일부 폭력적인 과격파 개혁자들처럼 국가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키는 저항이 아니라, 우선적으로는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말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형기 박사는 독특한 주장을 펼친다.

‘국가 자체가 하나님이 칼을 들었으니 지배자 계급의 악행은 이 국가의 칼에 의해서 처단되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따라서 루터는 하나님이 주신 이 세속권 내지는 관료직을 박탈하려는 농민들도 강도요 농민들을 수탈하고 착취하는 국가의 관료들도 강도라고 하였다.’

이형기,『종교개혁신학사상』, p.209.

위 인용문은 루터의 저항권 개념이 ‘귀족이 농민을 핍박할 때 국가가 나서서 귀족의 악행을 응징하고 농민을 보호하는 상황’에는 잘 들어맞을 수 있으나 ‘국가와 국가 간의 갈등’ 또는 ‘동등한 힘을 가진 제후들 간의 갈등’에는 적용될 수 없는 논리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루터는 사도행전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정치적 권세가 하나님의 말씀에 거역하면서 신민들에게 복종을 요구할 때는 거절하여야 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이 폭군살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증언과 저항을 통해서 대항할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군주가 잘못 가운데 있으면 어떻게 할까? 그럴 때도 그의 신하들은 그를 따라야 하는가? 답은 이렇다. 아니다. 왜냐하면 잘못을 따르는 것은 신하들의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들에게 복종하기 보다는 하나님에게 복종해야 한다(행전 5:29).”

M. Luther, "Temporal Authority: To What Extent It Should Be Obeyed,", LW 45, 125-126. : 손규태,『마르틴 루터의 신학사상과 윤리』, p.190. 재인용.

루터는 위 인용문에서 신하(귀족)에 의한 저항권 행사의 강도(强度)를 개인(백성)의 경우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개인에게는 “참아야 하지만” 이라는 소극적 표현을 사용했고, 신하에게는 “따라야 하는가? 아니다!”라는 더 적극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환언하면, 개인에게는 '신앙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부여하지 않고, 제후(신하, 귀족 등 왕 이외의 위정자)들에게는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고자 하였다. 국가권력에 의한 '신앙의 자유' 침해에 관하여, 루터는 개인에게는 그 기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세속권세를 지닌 위정자의 '신앙의 자유'만을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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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장코뱅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2.06 생각이 깊고 의미있는 댓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맥아더는 세대주의와 개혁주의를 혼합한 분이고, 미국의 정통 개혁주의 신학자 마이클 호튼(웨스트민스터 신학교)은 맥아더를 세대주의자로 분류했습니다. 맥아더의 저항권은 고전적•협의의 개혁주의와 다르고, 루터와도 다릅니다.

    루터는 위 인용문에서 정부나 제후가 성경을 압수하고 신약성경을 회수해 소각하는 직접적이고 안티기독교적인 박해에 대해 저항하라는 것입니다.

    국가권력의 정당한 행정력 행사(전염병 예방)는 안티기독교적인 박해가 아니에요. 전염병 예방은 불신자와 신자 모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국가의 선한 행정작용입니다. 불법 정부가 신자에게 우상을 숭배하라! 신사참배 하라! 고 강요하고 배교를 유도할 때 그때는 저항해야 하는 것입니다.

    # 특징: 적극적 저항이 아닌 소극적 저항(루터)
  • 작성자코람데오 | 작성시간 22.02.07 전파력이 강한 전염병에 협조하는 것은 종교를 떠나서 국민이라면 누구나 따라야 할 의무이지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을 음모론이니 뭐니 하면서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믿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기독교인 중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종교가 사람을 이렇게도 우매하게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럽에서 스페인독감이 창궐할 때 교회 사제들이 예배당에 모여서 기도하라고 했다죠. 그래서 더 겉잡을 수 없이 독감이 퍼져서 인구가 대폭 감소했다는 일화도 있지 않습니까? 예나 지금이나 지혜로운 자들은 전염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정도는 알고 있었던 문제입니다. 전염병은 일단 격리가 중요하단 건 조선시대에도 상식으로 알고 있던 거였습니다. 전광훈적 사고는 참 어이 없는 일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장코뱅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2.07 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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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NOVE | 작성시간 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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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장코뱅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4.07 이 글을 읽기 전 아래 글을 먼저 보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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