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간격
사람은 서로 어울려 살아야지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한다. 간혹은 단독생활을 고집하며 외딴 곳에서 홀로 지내는 사람이 있지만 그것은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한 집단 속에서 서로 교류하며 의지하고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노상 붙어 지내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다. 사람은 너무 가까우면 허물을 보이게 되고 그것은 때로 원망으로 돌아올 수가 있다. 해서 예사람들은 상대방과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하라고 했다. 그만한 필요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두 남녀간에 감정이 푹 빠지면 그것은 변태이지 애정이 아니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두 사람이 처음 만나 다정함을 보이는 것은 호기심이지 우정이 아니라고 한다. 시차를 둔 가운데 거리를 좀 두어야 상대방을 알게 된다는 말로 읽힌다,
'호저 사이의 간격' 이라는 말이 있다. 호저의 가시처럼 서로 찔리지 않도록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하지 말라는 간격유지를 강조하는 말이다.
이는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거리유지를 가르친 말이 아닌가 한다. 살면서도 보면 너무 가까이 지내거나 너무 멀리 떨어지면 좋지 못하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얼마만큼의 간격 유지가 필요 할까. 꼭 집 말해, 낮과 밤의 경계를 짓기 어렵듯이 칼로 잘라 명료하게 구분 짓기는 어렵지 않는가 한다. 하나 다음의 예는 참고가 될만 하다.
예전에 외조모님한테 들은 이야기다. 일제강점기에 장흥읍내에는 일인이 많이 거주했는데 그중 입담이 좋은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대수롭지 않는 이야기기도 맛깔나게 풀어내는 말제주가 있어 찾아온 사람이 많았단다. 그런데 그에게는 한 가지 못 된 버릇이 있었단다.
맛난 과자봉지를 자기 앞에만 두고서 남에게는 주지 않으면서 혼자만 먹으며 이야기를 했다. 그것이 거부감을 주었으나 하도 이야기가 잘하니 그래도 찾아가는 사람이 있었단다. 이런 경우는 간격유지 대상으로 볼 상대도 아니지 않는가 한다.
내가 격은 어떤 일도 마찬가지다. 한번씩 불리어 나가 식사자리에 끼는 때가 있다. 그런데 만나보면 거북한 상황에 놓이는 때가 있다. 식사중이나 뒤풀이가 끝나면 등장하는 이야기가 사놓은 부동산이 어떻다느니 얼마가 올랐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귀가 열려 있으니 듣기는 하는데 잠자코 있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경우도 피해야할 상대가 아닌가 한다.
맹자님 말씀에 축재(蓄財)가 삼불행중 하나라고 한말도 있거니와, 아무리 시대의 추세와 관심사가 돈버는데 모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그런 말을 고장 난 축음기처럼 되풀이해서 듣는 기분은 썩 유쾌하지 못하다.
그보다는 차라리 자식을 잘 두어 출세를 했다거나, 자기가 보람된 일을 해서 기쁨을 누린다면 칭찬이라도 해주겠다. , 그것도 아니고 마냥 돈 자랑 재산자랑은 여간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온통 사는 보람을 거기에 걸고 있는가 싶어서 그런 자라는 마치 바늘방석에 앉은 것만 같다.
그런다고 부를 때 나가지 않으면 영락없이 외톨이가 될 판이니 ‘암 암’하면서 대구를 해주기는 하나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 까닭에 나는 단지 소통하며 대화하면서 산다는 데에 만남의 의의를 둔다.
얼마전에 이웃 강진에서 한 여고생이 실종되었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갑자기 자살을 하여 여학생이 살아서 돌아오기는 난망해 보인다고 한다.
연이어 들려오는 사건은 더욱 많은 아쉬움을 준다. 어느 학생이 실종되기 직전에 친구에게 문자 매시지를 남겨며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신고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하면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의한 용의자인 아버지 친구를 따라나서기 전에 부모님에게 마땅히 먼저 상의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것 같지를 않아 아쉬움을 준다. 평소에 부모와 적당히 간격 유지를 못하고 대화가 부재했다는 생각이 든다.그런 반증이어서 아쉬을 준다.
생각해 보면 사람간의 간격은 미묘한 것 같다. 신뢰를 하면 오래 떨어져 있어도 극복이 되지만 오해가 생겨 마음이 닫히면 가까이 있는 거리라도 단절이 된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간격의 조화야 말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고 필요한 일이 아닐까. 권력의 속성을 일러 ‘너무 다가가면 타서 죽고 너무 떨어지면 얼어 죽는다’는 말도 있지만, 사람 사는 데 간격유지는 호저의 가시처럼 서로 찔리지 않을 정도, 감정의 유로가 막히지 않을 정도가 바람직하지 않는가 한다.
강진 여학생 실종사건과 그 밖의 소통부재로 문제를 야기하는 사례를 접하면서 새삼스럽게 소통 거리의 설정은 어떠해야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2018)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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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인제 김권섭 작성시간 18.06.22 저와 어쩌면 똑 같은 경우를 겪으셨습니다. 인간 사회가 다 그렇고 그런 것 같습니다.
어려서 만난 죽마고우 인데 부모를 잘 만나 부귀영화를 누린 친구로 만나기만하면
자랑을 하니 기분이 상해 나중에는 아예 만나지 않기로 다짐하고 만남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면 시들하고’ 유행가 가사가 생각납니다. -
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8.06.22 인간사가 거지반 다 그렇지 않는가 합니다.
사는 이야기릉 하다보면 재산 땅 이야기가 나올때도 있겠지만 너무나 자주 낡은 레코드를 틀듯이
반봊하니 듣고 있기가 함 그렇더군요. -
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9.09.23 2019. 여름호. 창작수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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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찌 소군호 작성시간 20.07.26 자랑해서 인정받고 싶은 건 인지상정인데 그게 정도를 넘어서니 항상 문제이지요. 저같은 경우도 가까워지고 싶어도 코드가 안 맞는 사람은 멀리 합니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고 자기 중심적인 사람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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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7.27 자기만 알고 타인을 배려할줄 모르는 사람은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