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돌
임병식
산밑 전원주택으로 보이는 집 앞을 지나는데, 마당이 눈에 걸렸다.
질척이지도 않은 마당에 돌들이 노둣돌처럼 출입문에서 처마 아래까지 이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다듬은 장식석인 줄 알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멧돌이었다.
스무 개 남짓. 윗짝과 아랫짝이 나뉜 멧돌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윗짝의 구멍은 한쪽을 향해 맞춰져 있었고, 아랫짝은 뒤집혀 있었다. 날 선 가장자리는 흙 아래로 숨겨져 있었다.
윗짝 가장자리의 홈을 보는 순간, 잊힌 말 하나가 떠올랐다. 어처구니.
멧돌은 곡식을 갈던 도구였다. 절구와 다듬잇돌과 함께 집의 끼니를 받치던 물건이었다.
이제 그 이름도, 쓰임도 희미하다.
멧돌은 돌바닥이 되었다. 사람의 발밑으로 내려왔다.
그 위를 밟고 지나가는 발걸음은 가볍다. 그러나 돌은 가볍지 않다.
한때 그 돌은 손의 힘을 받아 돌았고, 숨을 갈아냈다.
한참 동안 마당 앞에 서 있었다.
세월은 쓰임을 바꾸지만, 무게까지 옮기지는 못한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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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5 산밑 전원주택 마당에 깔린 멧돌을 보고서 느끼는 생각을
써봤습니다.
한때 집집마다 필수품이었던 생활용구가 지금은 버려져
발에 밞히는 노둣돌이 되어 있는 것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습니다. -
작성자人山 이희순 작성시간 26.06.06 노둣돌로 쓰인 맷돌
같은 노둣돌을 밟아도 나이 드신 분은 맷돌을 밟은 것이요 젊은이는 그저 돌을 밟은 셈이죠 맷돌 손잡이를 어처구니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정확한 이름은 맷손이라네요
저는 어머니가 쓰시던 맷돌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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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6 그 멧돌을 보는 순간, 쓰임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때 사람의 먹을거리를 위해 쓰이던 도구가 한갓 발에 밟히는 것으로
추락한 것을 보고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또다른 쓰임이라고 하겠지만 그래서는 아니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스쳤습니다. -
작성자김은진뛰어댕기는고무신 작성시간 26.06.08 세월은 쓰임을 바꾸지만, 무게까지 옮기지는 못한다’는 마지막 문장에서 한참을 머무르며 깊은 전율을 느낍니다. 한때 한 집안의 끼니를 책임지며 치열하게 돌아갔을 맷돌이 이제는 사람들의 발밑을 받쳐주는 디딤돌로 쓰이고 있다는 점..... 선생님께서는 어처구니라는 표현을 사용하셨습니다. 작가의 사유에 따라 해석의 차이와 용어가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사물의 변화 속에서 인생의 무게를 읽어내시는 선생님의 깊은 시선에 감탄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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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1 발아래 밟히는 멧들을 보면서 그것이 한낫 그런 용도로 써여서는 아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예우까지는 아니더라도 마구 밟아도 되는 것으로 품위를 떨어뜨려서는 아니된다는
강한 거부의 감정이 일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