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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3

두루미가 외다리로 서 있는 이유

작성자청석 임병식|작성시간26.06.22|조회수25 목록 댓글 4

두루미가 외다리로 서 있는 이유

 

임병식

 

우리 집 거실 벽에는 초등학교 3학년 손녀가 그려 놓고 간 두루미 한 마리가 붙어 있다.

액자에 넣은 것은 아니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사진 아래에 살짝 붙여 두었다. 하늘을 나는 두루미처럼 아내도 그곳에서 편히 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는 그 그림을 자주 바라본다. 손녀는 날개를 활짝 펼친 두루미가 한쪽 다리를 짚고 다른 다리를 내리려는 순간을 그려 놓았다. 언뜻 보면 외다리로 서 있는 모습이다. 실물을 보고 그린 것도 아닐 텐데 순간의 동작을 포착한 눈썰미가 제법 놀랍다.

지금은 시골에서도 보기 어렵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두루미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황새라고도 불렀다. 모내기가 끝난 논에는 몇 마리씩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무렵 논에는 우렁이와 미꾸라지가 많아 먹이도 넉넉했다.

먹이 활동을 마친 두루미는 논둑에 서서 쉬곤 했다. 그때마다 한쪽 다리를 접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마음에는 그것이 늘 궁금했다. 두 발로 서 있어도 될 텐데 왜 굳이 한 발만 내리고 있을까. 균형 잡기도 쉽지 않을 텐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훗날 두루미가 외다리로 서 있는 이유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차가운 물속에 오래 있으면 체온이 빠져나가기 쉬워 한쪽 다리를 몸 안으로 접어 열 손실을 줄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나는 그 모습에서 다른 의미를 보게 되었다.

물론 두루미가 외다리로 서 있는 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일 뿐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 모습에서 삶을 읽는다.

사람도 살아가며 무엇인가 하나쯤은 접어 두고 산다. 욕심을 접고, 말을 접고, 때로는 서두름을 접는다. 그래야 정말 지켜야 할 것을 잃지 않는다.

두루미는 한쪽 다리를 접어 체온을 지킨다. 사람은 욕심 하나를 접어 삶의 온기를 지킨다.

손녀가 그려 놓은 두루미는 오늘도 아내의 사진 아래에서 한쪽 다리로 서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무엇을 더 가지려 애쓰기보다 무엇을 접어 두어야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는지를.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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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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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人山 이희순 | 작성시간 26.06.22 new 글을 쓰는 것도 유사한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 싶습니다 하고싶은 이야기를 남김없이 쏟아내지 않고 행간에 은은한 향기를 묻어두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2 new 전에는 두루미를 예사로 보았는데 외다리로 서 있는 것은 생리적으로 과도한 형액순환을 줄이는 이외,
    '여차'하면 대응을 위한 준비자세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서 두루미가 다리를 접듯 욕심도 접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작성자仁齊 김권섭 | 작성시간 26.06.22 new 무언가를 더 채우고 가지려는 현대인들에게, 오히려 욕심과 말, 서두름을 '접어둠'으로써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와 온기를 지킬 수 있다는 메시지는 깊은 여운과 성찰을 안겨줍니다.
    어린 손녀의 예리한 눈썰미를 기특해하는 할아버지의 자애로운 시선과, 삶의 무게를 묵묵히 다스려온
    연륜이 담긴 문장들이 읽는 이의 마음을 맑고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聽石님의 秀作입니다.
  • 작성자청석 임병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2 new 두루미가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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