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가을에 썼던 글입니다--
가을의 기운이 막 무르익을 무렵인 지난 10월 초에...
몇 가지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네...서초동 입니다"
"저어...사주를 쪼매(?) 봐 주실랍니꺼?" 부산 사투리의 중년 여인의 목소리가 강한 톤으로 전해온다.
기구한 삶의 역정이 나를 어둡게 만든다. 부부궁이 너무 탁하다.
고통 속에서 이혼을 하고 지금은 조그만 장사를 하며 살고 있노라고 슬픈 목소리로 대답한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나니...
"스님...!"
'(아니..웬 스님????? 본의 아니게 갑자기 스님이 되었다. 부인할 틈이 없었다)
"스님! 제가 어떤 남자와 합치려고 하는 데 궁합좀 봐주시이소!"
"그럽시다"
심성은 착하나 씀씀이가 너무 헤프고 절제를 할 줄 모르는 남자다.
너무 즉흥적이고 무계획적인 습관의 소유자이다.
이 남자도 부부궁은 벌써 깨졌고....
"음...합치시되 경제권은 여자가 꽉 쥐고 있어야 하겠소"
"어매!.딱 맞아요 이 사람은 있으면 있는대로 모조리 써버리고 맙니다. 속상해 죽겠으요"
이미 상당히 가까운 사이인 것 같다.
"그리고...심성은 착하고 남을 속이거나 할 사람은 아니니 ..두 분이 마음을 합쳐서 잘 사십시요."
"스님! 감사합니다."
"네..."
" 참..그런데 스님! 주소쫌 불러주이소"
"왜요?"
"스님! 저어..멜치를 쪼매 보랠라꼬 하는데 괘안켔습니꺼?"
"아~~ 네에.."
"아이구야! 참 스님! 큰일날뻔 했네...멜치도 고기 아잉교?"
"이크 ..그러네요...."
멸치가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