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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412년 전 러브레터/중부일보 2005년 7월 21일<조창용칼럼>

작성자칼럼니스트 조창용|작성시간05.07.21|조회수47 목록 댓글 6

412년 전 러브레터

조  창  용 (칼럼니스트/중부일보 <조창용칼럼>집필)  

 

얼마 전 한 농부가 아내를 위해 공로비를 세웠다 해서 화제다. '당신의 탐스럽고 예뻤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주름이 지고 머리는 백발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당신의 고귀한 손이 얼마나 혹사당했으며 우리 가족을 위해 얼마나 큰 역할을 하였던가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오.' 경기도 장흥에 사는 박경남씨의 풋풋한 아내사랑 글이다. 박씨는 밤새 아내를 위해 이 글을 썼고 이를 새겨 공로비로 세웠다. 사는데 급급해 잊고 지나치기 십상인 부부의 사랑을 되돌아보게 하는 미담이 아닐 수 없다.  


“애뜻한 사랑이 배어난 思夫曲”


몇 해 전에도 412년 전 러브레터가 발견돼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일명 ‘원이엄마의 편지’로 알려진 이 편지는 조선 중기에 살았던 고성이씨 이응태의 무덤에서 발견됐다. 당시 이응태 나이는 31세 였다. 그에게는 예쁜 아내와 어린 아들이 있었고 아내 뱃속에는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건장하던 그는 갑자기 병석에 누웠다. 아내는 병든 남편의 쾌유를 빌며 자신의 머리를 잘라 신을 삼고 극진히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남편은 그 신을 신어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내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에도 자식을 위해 정신을 추슬렀다. 다시 못 볼 남편을 그리며 북받쳐 오르는 슬픔 속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이었다. 아내는 이 편지를 고이 접어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와 함께 관속에 넣었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중략…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불리는 원이 엄마 편지의 일부다.  

이 편지는 남편을 여윈 아내의 애틋한 사랑이 구구절절 간절하게 표현된 한편의 사부곡(思夫曲)이다. 요즘처럼 메마른 현대인에게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사랑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본고장 안동에서는 진정한 가족사랑과 남녀간의 참사랑의 의미를 기리기 위해 원이엄마 동상과 아카페상을 세웠다. 

최근에는 각 지면에 보도된 74년을 해로한 노부부의 자전거 데이트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90세 전후한 노부부는 매일 자전거에 할머니를 태우고 한 두차례 나들이를 한다는 기사다. 74년을 한결같이 행복하게 살아왔고, 노년이 되어서도 아름답게 부부사랑을 이어가는 모습이 부러울 정도다. 요즘같이 부부사랑이 척박한 세대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일이다.


“부부사랑에 소홀함이 없어야”


며칠 전 이사를 하면서 14년 전 아내가 쓴 일기장을 우연히 본적이 있다. 아내는 출산통으로 고생을 하던 시기였다. 일기장에는 어지럼증을 호소해도 한 귀로 흘러버리는 남자와 사는 아내의 외로움을 절절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일을 핑계 삼아 아내에 소홀했던 당시 기억에 미치자 온몸이 전율과 함께 화석처럼 굳어졌다. 진실로 사랑하며 백년해로를 소망했던 응태부부의 사랑 앞에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낀 탓이다. 최근 사례에서처럼 우리는 진정한 참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부부애를 키우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412년 전 러브레터가 주는 교훈이다.(중부일보 2005년 7월 21일<조창용칼럼>)  

 

첨부파일 :

없음

출처 :

중부일보

<조창용칼럼>

200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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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칼럼니스트 조창용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5.07.21 반갑습니다. 글이 항상 내놓기가 쑥스러운 면이 있읍니다만 이렇게 평해 주심이 힘이 됩니다. 자주 뵈었으면 하네요.
  • 답댓글 작성자금동 | 작성시간 05.07.21 로얄티 내랄까봐서.....말씀 안드릴라고 그랬는데......사실 제가 올망졸망한 신변잡기를 올릴때는 님의 칼럼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 답니다.386에 이렇게 귀한 분이 계실줄은 몰랐어요.암튼 영광입니다.^^
  • 작성자얀... | 작성시간 05.07.21 예전에 이거 티비에서 본 적 있어요..정말 감동적이고 지금 보아도 애틋하다는....마음아프기도 하지만,동시에 부러웁기도 한 이 묘한 엇갈림은 무엇인지....
  • 작성자Pink | 작성시간 05.07.21 글 쓴 분이셨군요. 반갑습니다.
  • 작성자칼럼니스트 조창용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5.07.22 모두 감사합니다. 근데 금동님 "마운틴 오르가즘"이 글인가요? 제가 님의 블로그 프리넷를 찾아 갔더니 먼지 잘 모르겟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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