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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에서 만난 만수아버지....구경 함 해보실래요.

작성자나 무|작성시간19.10.29|조회수422 목록 댓글 31

만수 둘째 누나는 공장을 다니면서 벌은
수입으로 동생들 학비를 내주고 집안 살림에도 보태면서도, 검정고시를 보아 간호대학에 가던지,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간호학원에 다니던지 하여 간호사가 되는 꿈을 간직한.
그렇게나 예쁘고 똑똑하던 명희누나는 연탄가스 중독 휴유증으로 침을 질질 흘리는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되어 하루아침에 꿈이 산산 조각 나고
말었다고 이 시대의 이야기꾼 성석제는 자신의
소설 투명인간에서 이야기한다.
연탄가스 중독사고가 어디 소설에만 있음직한 일이 아니고 잘 살아보세를 외치던

40년 전 만해도 신문 사회면에 자주 등장했다.
도시가스가 보편화 되어있는 요즈음 연탄하면 아득히 먼 옛날
이야기같지만, 아직도 연탄으로 겨울을 견뎌야하는 우리 이웃이 분명 있었다.


10월 세 째주 토요일은 노원구 당고개에서 연탄나눔 봉사활동이 있는 날이다.
이른 아침 거리에서 만난 비둘기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따라나선다.

너네들은 연탄을 날을 만한 힘이 없으니 마음만 전하겠다고 무언에 마음을 받으며 문득 생각 해본다.
'아... 봉사활동도 여느 취미활동과 마찮가지로 생활환경과 여건이 맞아야 하는건 아닌가' 하는.
건강해서 오랫만에 하는 봉사활동에 감사가 샘물처럼 퐁퐁 솟아 올랐다.


수능 치르는 날이 유난히 춥듯이 연탄 봉사활동하는 날은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가을 날씨 치고는 싸늘했다. 아니 추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고개역 2번출구 뒷뜰에 모여있는 70명의 봉사활동 친구들 열정은 아무도 못 말린다.
추위를 일순간에 날려버릴 따뜻한 차와 빵을 준비한 친구들
덕분에 잔치집으로 변신한 봉사장에서 연탄을 날을 때 사용하는 비장의 무기 앞치마와 토시

일회용 비닐장갑에 면코팅 장갑까지 지급 받았다.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에서 나온 직원이 친철하게

연탄 날으는 방법을 알려주며 팀도 나누었다. 무작위로 A팀과 B팀이 나누어지고

각 팀은 2,000장의 연탄을 10가구에 배달하는 작업이다.
검은색 비닐 앞치마에 검은색 토시 코팅장갑으로 중무장한 A팀 친구들을 따라갔다.
과연 2,000장의 연탄이 아래로정렬 위로정열 우리를 기다리고있다.
연탄 2,000장이 전혀 많게 느껴지지 않고 가볍게 다가온 것은 왜 그랬을까?
어쩌면 봉사활동 온 친구들이 많아 쉽게 끝날 것같은 예감 때문이다.
누가 그랬던가 십시일반 이라고.
쉽다는 것은 언제나 기쁨을 몰고오기에 발걸음도 가볍게 연탄 날으는 작업에 동참했다.

2장의 연탄을 받아들고 부지런히 배달에 나선다.

떨어지면 대형사고라 조심스럽긴 했지만 발걸음은 신이났다.

눈부신 가을 햇살보다 보다 더 눈부시고 아름다운 봉사활동 친구들의 미소를 덤으로 받았기때문이다.
전철역사 부근이라서 그런지 연탄 쌓는 장소가 협소했지만

연탄을 받는 아주머니의 넉넉한 미소에 반하여 인사가 저절로 나온다.
"안녕하세요...." 낯가림이 심해 중얼중얼 인사를 하는 내가 어색해

나도 모르게 아주머니와 눈맞춤하며 활짝 웃었다.
일사천리로 첫 번째 집 연탄배달은 끝내고


두 번째 집을 향하여.
허연 시멘트 도로변 짜뚜리땅에는 제법 포기찬 배추가 끈으로 소담스럽게 묶여져있고 구색을
갖추어 대파도 있었다

누군가의 올 겨울 김장거리가 되는 배추와 대파를 보며,
"하늘같던 아들을 월남전에서 잃고 고향을 떠나 온 만수아버지가 주인집 옥상에 흙을 덮어

텃밭을 일구었다"고 작가 성석제 씨가 1970년도에 그랬듯이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누군가는 만수의 아버지처럼 도심의 짜투리땅을 텃밭으로 잠시 이용하고 있으니.


두 번째 집 연탄 창고는 대문 옆 집붕도 없이 벽 앞을 벽돌 한 장 크기로 내어 시멘트를 칠해

마치 손바닥만한 시멘트 툇마루에 연탄을 쌓는 느낌을 지을 수가 없었다.
재빨리 그리고 조심하여 배달된 연탄을 봉사활동 친구가
활짝 웃으며 받아들어 나도 모르게 웃음꽃을 피우며 화답했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도 아니 알필요도 없지만, 봉사라는 깊은 뜻이 있기에

우리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될 수 있나보다.
잼나고 신나는 연탄 날으기 두 번째 집이 끝나고.


세 번째 집은 골목길이 좁아 릴레이 배달을 잠시 하게 되었다.
릴레이 배달은 연탄가루가 바닥에 그대로남아 배달 후에 바닥 청소를 해야하는 두 번의 일과

배달 시간도 오래 걸려서 효율적이지 못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세 번째 집 배달에 탄력을 받은 봉사활동 친구들은 서로 흩어져 네 번째집 다섯 번째집으로

발걸음도 힘차게 연탄을 배달했다.

봉사단 임원들이 따뜻한 차와 간식을 준비해 놓고 먹으라고 호객(?)행위를 한다.

그들의 정성과 후원해 준 친구들의 선한 마음씀씀에 무한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마음이 있는 곳에 물질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4장의 연탄으로 에펠탑을 쌓은 친구들, 두 장씩을 마치 쌍둥이 처럼 양 팔에 안은 친구들의 활약으로

연탄 2,000장을 가쁜하게 날으고, B팀으로 원정 배달에 나섰다.
대양에서 갓 잡아 올린 참치처럼 펄펄나는 건강과 멋스러움이 뿜어나오는 볼링방 봉사활동 친구가 많았던

 A팀에 속한건 순전히 행운였다고 솔직히 고백하며 운동이 이 시대에 화두가
되는 이유를 조금은 알것 같았다.


제법 많이 남아 있던 B팀 연탄도 A팀이 합류하자 삽시간에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심에 먼지를 뒤집어 쓴 간이 텃밭 옅 감나무에 주홍빛으로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이
정감있게 다가오며 이 가을 사랑을 내 마음에 알알이 수 놓고 있다.

감나무 가지에 앉아 있던 까치는 반가운 손님이 왔다고 큰소리를 외치고.
2019.10.26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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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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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나 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10.30 아직은 많이 서투른데 잘 봐주세요
    감사드려요.
    봉사활동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넘넘
    아름다워요 단문 님^^
  • 답댓글 작성자행복행진 | 작성시간 19.10.30 단문 운영위원님도 나무님 글에 빠지셨나보네요~
    읽을수록 재미진 소설같아요~ㅋㅋ
    행복한 밤되세요~^^
  • 작성자거북이구관 | 작성시간 19.10.30 그림이 나오네요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나 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10.30 그림 그리듯 잘 봐주세요
    넘넘 감사드려요 거북이구관 님^^
  • 답댓글 작성자행복행진 | 작성시간 19.10.30 거북이구관 자문위원님 요며칠 바삐 보내시고 오셨군요~
    함께함이 신나고 감사한 밤이네요~
    평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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