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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줄이 있던 샬롬의 집....구경 함 하실래요.

작성자나 무|작성시간22.05.02|조회수309 목록 댓글 35

기다란 손잡이가 달린 빨알간프라스틱 물바가지에 칫솔 8개가 소박하게 모여있고,

파란색 프라스틱 컵에는 칫솔 1개가 깔끔을 떨며 꽂혀있습니다.

혹시나 여기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아홉명은 아닐까하는 강한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우선은 수세미로 칫솔들이 들어있는 바가지부터 박박 문지르는데

화장실 밖에서 커다란 키에 스므남짓한 청년아이가 앓는 소리를 하면서 왔다갔다 합니다.

연신 화장실 안을 들여다보면서.

'아니 쟤가 왜 저런데냐' 화장실에 가고 싶은가?

화장실 밖에 나와 청년아이에게 화장실에 갈거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아차 미안한 마음에 재빨리 자리를 피했습니다.

청년아이가 나오자 방금 전 닦던 빨간색프라스틱 물바가지를 집어들었습니다

마치 엄마 치마자락 붙잡고 칭얼대는 아이처럼 청년아이가 화장실 밖을

왔다리갔다리하면서 여전히 징징댑니다.

'왜 그럴까' 화장실도 가고 싶다고해서 갔다왔는데.

앓는소리를 하며 수시로 왔다갔다하는 청년아이가 마음에 걸리지만,

못 들은척 닦아도닦아도 표가 나지않는 프라스틱 물바가지와 물컵을 닦아 제자리에 놓고 

세멘대에 부어 놓았던 칫솔들도 물에 여러번 헹구어 빨간프라스틱 바가지에 넣었습니다.

밖에서 왔다갔다하던 청년아이가 갑자기 들어오더니 프라스틱 바가지통에 모아놓은 칫솔

하나를 꺼내 세면대 위에 있는 파란프라스틱 컵에 집어 넣고 나갔습니다.

'아~하 말을 하지'

 

누런 쇳물이 타일바닥에 스프레이를 뿌려 놓은듯 점점히 흩어져있는 쇳물을

가루비누와 프라스틱 솔로 있는 힘껏 박박 닦으며 한 판 승부를 벌였지만,

끔쩍도 않습니다. 

묵은 때와 쇳물에 두 손을 들고 허탈했습니다. 

한다고는 했어도 '처삼촌 벌초 해놓은' 것같은 화장실을 둘러보니

초라한 화장실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최신형 세탁기가 있습니다.

생뚱맞은 세탁기를 찬찬히 살펴보니 '4050우리세상'이란 스티커가

세탁기 정중앙에 붙어 있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봉사방에서 이런 예쁜 짓도 했구나'

 

칫솔이 9개가 있는 걸로 보아 최소한 아홉명이 사용하는 화장실에 세면대 하나

샤워기 하나는 불편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복지에 사각지대는 우리곁에 존재합니다.

우리에 세금으로 자신의 봉급을 받는 공무원들이

좀더 세심하게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4월 마지막 주말은 송정에 샬롬의 집으로 이불 빨래를 하러가는 날입니다.

분홍색 욕실 고무장갑을 챙기며 고무장갑 안에 낄 면장갑도 덤으로 넣었습니다.

반짝반짝 봄햇살을 기대했지만 봄비가 조짐을 보이고 있어 불안불안한 눈길로

하늘 한 번 슬쩍 처다보며 전철역으로 갔습니다.

송정역 3번 출구를 나오자 쌀쌀한 봄바람이 먼저 달려들지만

애써 무시하고 행복행진님과 서인님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재빨리 발길을 돌렸습니다. 행복행진 님은 연탄봉사활동에서 잠시 뵈었는데도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낯가림이 심해 산방에서 온 토시리 님부터 찾습니다. 

상가길을 돌아 골목길을 지나자 하얀페인트 벽에 귀여운 동물들

그림이 그려져있는 나즈막한 집이 샬롬의 집이라고 합니다.

하얀 시멘트로 발라져있는 손바닥만한 마당 건너편에는 커다란 컨테이너가 열려져있어

토시리 님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난로도 있고

난로 주위로 의자들이 있어 샬롬의 집 식구들의 사랑방인듯 싶습니다.

센스쟁이 토시리 님은 반바지를 가져오고 손목 고무장갑도

가져와 봉사활동 친구들에게 나누어줍니다.

안에는 면장갑을 그 위에 고무장갑을 끼고 츄리닝바지는

무릎으로 올리고 컨테이너에서 나왔습니다.

 

우선은 빨래방에서 세탁해야하는 두꺼운 이불을 핸드카에 실고

한여백님과 서인님 숙쑥이 총무님께서 가셨습니다.

먼지를 뒤집어 쓴 커다란 고무통이 나오자 수압을 최고조로 올린

고무호수가 물을 뿜으며 요리조리 먼지를 말끔하게 씻어냅니다.

고무통에 물이 차이고 가루비누을 듬북 넣고

여름이불이 들어가고 드디어 우리들이 들어갈 차례입니다. 

원래는 힘센 남자봉사활동 친구들이 고무통에 이불을 밟아야하는데

어디에서나 성질 급한 사람들은 아무도 못말린다고 NaMu가 덥석 들어갔습니다.

밟아밟아 정이월 보리밭 밟듯 야무지게 밟아야 합니다. 몇 달동안 묵은 때들이 쏙 빠지게.

고무통은 계속 나오고 상진 회장님과 토시리 님께서 한통에 들어가 사이좋게 밟고 있습니다.

 

혼자서도 용케 단문님께서 찾아 오셨습니다.

"단문님 바지 접고 덤비세요"

혼자서도 용케 찾아오신 단문님이 기특하여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예쁜 얼굴처럼 맘씨도 고운 단문 님은 주섬주섬 바지를 올려 반바지를 만들더니

비눗물이 자박자박하게 올라와 있는 또다른 고무통속으로 들어갑니다.

새로운 고무통에 새물이 담기자 이불 헹굼도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가루비눗물이 만만치 않아 헹구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거품이 둥둥 떠다니는 고무통 물을 봉사방에 마당쇠 삼인님께서 덥석들어 버리고 회장님한테 혼났습니다.

그 물은 헹구는 통에 들어갈 물이기 때문입니다.

힘이 장사인 삼인님이나 그 무거운 통을 덥썩들지 혼날건 삼인님이 아니라

삼인님의 힘이예요 요렇게 회장님께 고자질하고 싶어 목이 간질간질 거렸지만 참았습니다.

 

웃음꽃이 활짝 피며 이불 밟기를 하는 우리들이 신나 보였는지 가루비누 알러지가 있는

행복행진 이랑 삼인 님도 드디어 고무통 속으로 들어옵니다.

몇 분도 지나지않아 행복행진 님과 삼인 님의 발바닥은 빨갛게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일이 날 것같았습니다. 괜한 재미가 행복행진 님이랑 삼인 님을 유혹했나봅니다.

삼인님께서 발바닥이 가렵다고 하십니다.

"물파스 발르세요" 은근히 걱정은 되었지만 마음과 다르게 농담을 툭 던졌습니다.

"연고를 발라야죠" 삼인님의 이야기에 실수했구나 싶었습니다.

 

여름 이불은 회장님과 봉사방 마당쇠 삼인 님께서

세로로 길게 양쪽으로 잡고 비틀어짜서 꽈베기를 만들더니 화장실 안에 있는 토시리 님께 전달합니다.

겨울 극세사이불은 무거워서 손으로는 못짜고 고무통에서 꺼내 바닥에 놓고 발로 짯습니다.

깨끗하게 바닥을 잘 닦아 놓으며 뒷치닥거리를 혼자 도맡아 하시던

라이프님께서 깨끗하게 닦아 놓은 바닥에 극세사 이불을 건져놓지 않아 회장님께 지청구를 하십니다.

회장님은 무게가 만만치 않은 고무통 뒤에 있는 극세사 이불을 깨끗하게 닦아놓은 바닥에 옮겨 놓고

고무호수물을 새로 뿌려가며 말끔하게 헹구고 발로 밟아 이불의 물기를 줄입니다.

 

화장실에 있는 세탁기에서 탈수를 끝낸 이불을 토시리님은

궂은일 담당이신 봉사방 젊은 피 수로님을 부르며 빨래줄에 널으라고 부탁합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이불 빨래도 정리되어 가는 과정입니다.

뒷치닥거리의 일인자 라이프 님께서 고무통도 깨끗하게 헹금질하여 가지런히 세워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빨래방에 가서 두툼한 겨울이불을 세탁해 오는 친구들을 기다리는 동안 닦아도닦아도 

표시가 나지않는 화장실 청소를 덤으로 했습니다.

 

실로 오랫만에 보는 빨래 줄 그리고 이불 너무도 정겨워 아득히 먼 어린시절

고향 앞마당 같은 행복한 착각에 빠젔습니다.

그런 기회를 주신 봉사방 임원진 님들 그리고 같이 참여하여 주신

봉사방 친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2.4.30.

NaMu

추신 :혹시라도 오늘 봉사활동 하면서 닉네임이 잘못 됐거나

빠진 친구가 있다면 이해 부탁드립니다.

몇 년만에 봉사활동이고, 회장 님도 오늘 첨  봤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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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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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토시리 | 작성시간 22.05.03 언니와 함께해서 더 신나고
    즐거웠어요
    역쉬 언니의 후기는 생동감이
    죽여줘요~ㅎ~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나 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5.03 토시리 님은 토짱맞아요.
    센스있고 애교만점 타고나셨어요.
    (토시리 님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워요.)
    의지도 되고 넘넘 좋았어요.
    마스크 장갑 정말정말 고마워요 토짱님^^
  • 답댓글 작성자행복행진 | 작성시간 22.05.03 토시리님은 에너지를 주시는 분 맞는거 같아요
    나무님과 토시리님 두분 서로 의지하는 모습 보였어요
    봉사 몇번하면 더 가까와질거예요
    또 만나요~^^
  • 작성자서인. | 작성시간 22.05.06 맛깔나게 써내려가신 글에 다시한번 감동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나 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5.09 아직은 많이 서투른데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반갑습니다 서인님^^
    시간 나실때 봉사활동 같이 하기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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