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멋

작성자등애거사|작성시간24.04.29|조회수75 목록 댓글 11

아주 아주 오래전,

까마득한 기억을 소환하여 보니...

 

충청도 두메산골 마을.

나는 40여호쯤 되는 그리 적지 않은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내었다.

 

그때는,

동네에서 초상이 나면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차일(천막) 밑에서 

조문객을 대접하곤 했다.

장례기간(주로 3일장)중에

상여뒤를 따라가는 명정(銘旌), 만장(輓章)을 붓글씨로 썼는데

그걸 쓰는 사람은

동네에서 먹물깨나 드신분이 쓰게 마련이었다.

 

어느날 동네에서 초상이 났고,

당연히 명정,만장(만사)를 쓰게 되었는데...

동네에서 연장자 되시는 분이 동네 청년(23~4세 정도)에게 말했다.

"자네가 쓰시게...!"

그말을 들은 청년이 몇번 사양 하더니

"알겠습니다. 제가 쓰지요" 하더니...

막걸리 몇잔을 거푸 들이키고는 붓을 잡았다.

 

때는 여름이었는데

청년이 홑저고리 소매를 걷어 부치고

가로 30센티 세로길이 1~2미터 정도의 천을 

양발을 벌려서 가로 타고서

먹물을 듬뿍찍어 붓질을 해 나가는데

무슨 뜻인지, 잘쓰는지 못쓰는지는 알수 없으나,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중에

거침없는 붓질 이라니....

 

국민학교 3~4 학년 때쯤의 나는,

어린녀석 임에도 그저 그 붓질에 황홀했다.

 

'남자는 저 정도는 되어야지...

 잠방이에 홑저고리 차림이지만 저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남자의 멋이다 '

 

그 기억은 오랬동안 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후 세월이 많이도 흘러서

내가 장례식장에서 명정이나 만장을 쓸 기회는 사라졌지만...

 

그 영향 이어서인지

지금은 붓을 잡고 그저 가훈이나 좌우명이나 축하글 정도를 

써 주곤 한다.

누군가가 부탁하면 가끔씩

그것도 멋이라고...

 

그놈의 컴퓨터가 나에게서

남자의 멋을 빼앗아 가 버리었다.

https://youtu.be/QmWmmJ8gbDY 
전시회장 휘호

마우스 오른쪽을 클릭하여 새장에서 열기 하셈

 

 

만장(輓章)

 

죽은 사람을 애도하여 지은 글. 만사·만시라고도 한다. 형식은 대개 5언절구와 5언율시 또는 7언절구와 7언율시이다.

때로는 장문시의 글이나 4자체로 쓴 경우도 있으며, 고인의 일대기 중에서 뽑은 행장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글이 모이면 종이에 쓴 뒤 대나무 장대에 매달아 고인의 초상집에 비를 맞지 않게 세워둔다.

글을 쓴 사람이 직접 비단 등에 써서 가져오기도 한다. 학문이나 덕을 많이 쌓은 사람들의 초상 행렬에는 으레 수많은 만장이 뒤따르므로 그 숫자로 고인의 사회적 위치를 가늠하기도 한다. 이름난 선비가 죽으면 각지에서 추도객들이 만장의 글을 써서 들고 와서 곡을 하며 상여 뒤를 따른다.

묘지에 도착하여 산역(무덤을 만드는 일)을 끝내고 나면 만장을 태운다. 그러나 만장의 글들을 모두 모아 뒷날 문집이나 일대기를 담은 행장록을 만들 때 부록으로 싣기도 한다. 또는 사당을 만들 때 글들을 목판에 새겨 사당에 현판으로 걸어두기도 한다.

(발췌 한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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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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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여우같은그녀 | 작성시간 24.04.29 명필이시네요
    자랑하실만 함 ㅎㅎ
  • 답댓글 작성자등애거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30 언제 함 가훈이라도 써 드릴까요 ? ㅎ
  • 작성자수련[睡蓮] | 작성시간 24.04.29
    붓글씨...배워보고픈 것 중
    하나로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만장은 아니어도
    액자글 하나라도 써 보고
    난이라도 쳐 보고 싶어요~ㅎㅎㅎ
    잘 지내시죠?
  • 답댓글 작성자등애거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30 배워 보시죠.
    첫술에 배 부르지는 않지만
    첫술이 있어야 배도 부르게 되겠지요.
    잘 지냅니다.
    수연님도 늘 좋은날 되시고요.
  • 작성자쟈스민사랑 | 작성시간 24.04.30 친정 아버님 생각이 나네요~~
    동네에 글 쓰는건 죄다 아버지께서 다 하셨어요...
    저는 옆에서 먹 갈아 드린 기억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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