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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동행

이런 숨결 울리는 사랑 해보셨나요? - 번지점프를 하다(2001)-

작성자무패왕|작성시간22.06.08|조회수265 목록 댓글 13

이 영화는 윤회사상, 영겁회귀 사상에 근거하고, 삶과 죽음, 시간의 경계를 허물고 남성과 여성, 이성애와 동성애의 경계를 뛰어넘는 포스트 모던 정신을 빌어 사랑의 영원성을 그린 명작이라 볼 수 있다.

 

번지점프를 하면 세상을 거꾸로 보게 된다.

뒤집힌 세상에서 땅은 하늘이고 하늘은 땅이고, 과거는 미래고 미래는 과거가 되며, 삶은 죽음이고 죽음은 삶이다.

그리하여 죽어도 죽지 않는 것이다. 아니 죽어도 다시 태어 나는 것이다.

윤회사상과 번지점프의 결합.이 얼마나 참신하고 독특한가!

한국 영화의 새길을 개척한 명화로 기억될 것이다.

 

1983년 모 대학교 버스정류장. 폭우가 쏟아진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인우(이병헌)의 우산속으로 태희(이은주)가 뛰어 들어온다.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것인가? 현재는 그렇더라도 미래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우산좀 씌워주세요.-

그렇게 둘은 한우산을 쓰는 사이가 된다.

인우는 얼음이 된다. 넋을 잃어 버린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을 믿지 않았던 인우가 첫눈에 홀딱 반해 버린다, 이는 우연인가? 계산인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가?

 

버스를 타는 그녀를 인우는 속절없이 하염없이 바라만 볼 뿐이다.

그날 이후,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인우는 우산을 들고 그녀를 기다린다. 그녀 앞에서는 소극적이지만 그녀 없는 곳에서는 꽤나 적극적이다.

좀처럼 그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용기는 없지만 끈질기다. 이 끈질김마저 없었다면 인우는 그저 찌질한 한 남자로 스쳐 지나갔을 지도 모른다.

인우는 오랜 애간장 태움 끝에 태희가 조소과 학생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인우는 전공인 국문학 수업은 땡땡이 치고 조소과 수업을 청강한다. 하지만 태희는 인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지 그를 철저히 외면한다. 정말 모를까? 모르는 체 하는 걸까? 그럼에도 인우는 낙지처럼 들러붙어 태희 주변을 배회한다. 비록 숫기가 없어 말도 붙이지 못하지만.

 

교정에서 그녀를 발견하자 모처럼 용기내어 쏜살같이 달려 나간다. 태희는 여전히 무덤덤하게 그를 맞는다.

인우는 태희의 운동화 끈을 묶어주고 머쓱해 한다. 태희는 거부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인우가 처음으로 말을 건넨다

-제가 마법을 걸었어요. 물건을 쥘 때 새끼손가락을 펼치도록-

그리고 도망치듯 그녀 곁을 떠난다.

 

태희는 인우의 마법에 걸린 듯 커피잔을 쥐자 새끼손가락이 저절로 펼쳐진다. 슬며시 미소를 지어본다

 

조소과 MT에 따라가는 등, 우여곡절 끝에 둘은 사귀게 되고 산에 오른다.

 

절벽위에 선 태희가 말한다.

-뉴질랜드에 가고 싶어, 거기엔 절벽으로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있어. -

위험해 태희야 물러서-

-저 아래가 푹신해 보여. -

위험하다니까-

-뛰어내려도 끝이 아닌 것 같아-

이영화의 핵심 주제가 담긴 대사가 아닐 수없다.

둘은 산을 내려와 음식점에 마주 앉는다. 인우가 말한다.

-숟가락 앞쪽으로 보면 거꾸로 보이고 뒤쪽으로 보면 바로 보여-

참 신기하다. 볼록렌즈 오목렌즈 같은 것인가-

 

앞과 뒤, 위 아래 라는 것은 필연적이 아닌 인간이 편의상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영화의 핵심 철학를 집약한 장면이다.

 

 

태희가 묻는다

-젓가락은 시옷받침인데 왜 숟가락은 시옷받침이 아니고 디귿 받침인거야? 국어사전에 보면 디귿받침은 숟가락이 유일해. 도대체 왜 그런거야?-

인우가 대답을 하지 못한다

-너 국문과 아니지?-

디귿 받침인 것 또 하나 있어.-

뭔데?-

-숟갈-

둘은 한바탕 웃는다.

 

 

 태희는 자신이 직접 자화상을 새겨넣은 라이타를 인우에게 선물하며 말한다.

-처음 보았을 때 우리 사랑하게 될거 같았어-

-나는 첫눈에 반한다거나 영혼어쩌고 하는 것들, 이런 이야기들믿지 않았어-

-나도 그래. 너 근데 넌 담배를 피지 않는 모양이구나. 난 담배피는 남자가 멋있더라-

-아니야 나 잘피우는데 너가 싫어 할까봐-

인우는 라이터를 소중히 챙긴다.

 

비가 몹시 오는 날 둘은 의견대립으로 심하게 다툰다. 몹시 화가 난 인우는 우산을 부서뜨려 버리고 태희를 놔두고 가버린다.

 

그러나 태희는 폭우를 맞으며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도망갔던 인우가 후회하며 되돌아온다.

-고마워. 가지않고 있어줘서. 니가 하자는 대로 다 할게-

태희가 울면서 받는다.

-나도 그랬어. 다시 너가 돌아온다면 앞으로 니가 하자는대로 다 할거라고 맹세했어-

-저 우산 우리가 처음 썻던 우산이야-

-알고 있었어-

-나 너랑 자고 싶어-

-나두-

인우는 자꾸만 망설이며 불쑥 여관을 선택하지 못한다. 그러자 태희가

-그만 헤메고 들어가자-며 앞장서 여관문을 밀고 들어간다.

여관에 들어와서도 인우는 찌질하게 군다. 담배를 피고 딸꾹질만 해댄다.

-너 긴장하면, 아니 흥분하면 딸꾹질 하는 구나-

-응 그래-

-이리 좀 내려와. 여기 따뜻해-

그래도 인우는 딸꾹질만 해댄다.

인우가 계속 머뭇거리자 답답해 하던 태희가 나선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인우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 나 어디 안가. 그대로 있을께. 지금 모습 그대로-

하며 태희가 먼저 옷을 벗는다.

입대를 하는 날. 늦더라도 꼭 간다며 기다려 달라던 태희를 기다린다.

 

그러나 끝내 태희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후 영화는 시간을 훌쩍 건너뛰어 2000년으로 간다.

인우는 결혼해서 딸을 두고 있고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 된다. 부임 첫날 그는 인연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이 선은 지구다. 지구상에 바늘 하나 떨어질 확률에 거기에 실이 떨어져 꿰일 확률로 우리는

만났다. 인연이란 이처럼 엄청난 확률을 뚫고 이루어 진 것이란다.-

 

 

인우는 자기반 학생중 현빈(여현수)이라는 애한테 관심이 간다. 어딘지 모르게 태희를 닮아있다.

현빈이 그려놓은 스케치를 보고 태희를 떠올린다. 

인우는 현빈을 보고 다시 학창시절을 회상한다.

국문과 엠티는 팽개치고 태희의 조소과 엠티에 따라가 잡심부름을 해준다.

태희를 몰래 따라가다 걸린다.

나 쫒아온거 아니었어요?-

저 알고 있었나요? 비오는날 우산 씌워줬는데?-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왜 아는척 하지 않았어요?-

아는 척 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게 될까봐 두려웠어요-

태희는 인우를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했던 것이다.

 

우리 왈츠 출래요?-

둘은 왈츠를 추며 사랑을 속삭인다. 그렇게 둘은 오랜 줄다리기 끝에 연인이 되었다.

학교 운동회날. 누구랑 2인 3각경기 뛰고 싶냐고 묻자 인우는 현빈을 지목한다. 그러자 일부가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파트너가 된 둘은 이 경기에서 우승한다.

인우는 자꾸만 현빈에게 접근하고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쓴다.

수업하는데 현빈이 질문을 한다

-숟가락은 왜 디귿자 받침을 쓰나요?-

태희가 물었던 질문을 현빈이 한 것이다. 인우는 놀란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킨다.

 

급기야 현빈에게서 태희가 주었던 라이터를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현빈이 태희의 부활임을 이젠 믿지 않을 수 가 없다.

현빈이 사랑하는 혜주

인우는 현빈의 사랑을 받는 혜주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혜주와 오래 통화한다고 타박하고 수업시간에 그녀를 괴롭힌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인우는 괴롭다.

인우는 자신의 성정체성이 의심스러워 아내에게 자신이 정상이냐고 묻는다.

 

또한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지만 의사는 지극히 정상이라고 진단을 내린다.

 

수업시간에 태희의 향기를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친다

-너 누구야? 너 도대체 누구야?-

이일로 온 학교에 소문이 퍼진다. 국어 선생이 동성연애자라고.

학생들이 노골적으로 비아냥 거린다.

 

결국 선생님을 존경했던 현빈도 항의를 한다.

-선생님 호모라면서요?-

이에 인우는 눈물을 글썽이며

-태희야! 왜 어째서 넌 나를 기억 못하는 거니? 난 너를 알아 보는데...-

모두가 이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인우는 태희의 환생인 현빈을 붙잡고 끝없이 절규한다.

결국 온 학교에 소문이 퍼져 동성애자 호모라는 대자보가 걸리고

학생들의 수업거부로 이어진다.

야 다나와, 니들도 에이즈 걸려-

교장실에 끌려간 인우는 학교를 그만둔다.

그럼에도 태희를 잊지 못하고 폐인처럼 생활한다.

과거를 붙잡고 인우는 열병을 앓는다.

 

 

인우 -난 다시 태어나도 너만 사랑할 거야-

 

- 전생의 나라는 것을 알수 있다고?-

- 알 수 있어-

-어떻게?-

-내가 사랑하면 너야,-

-아무나 붙잡고?-

-아니. 너 일 수밖에 없어. 너 아니면 누구하고도 사랑할 수 없으니까..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에 사랑하는 거야-

오직 태희에게 갇혀 버린 인우는 용산역으로 간다.

태희를 기다린다.

현빈도 변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태희였던 시절이 가끔씩 떠오른다.

이 벤치는 인우와 태희가 사랑을 나누던 그 자리였다. 그가 회상을 한다.

 

인우와 처음 만난날. 비가 몹시 쏟아지던 그날. 그건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의 계산이었다. 인우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태희는  자신의 우산을 내팽개치고 계획적으로 인우의 우산에 뛰어 든다. 먼저 첫눈에 반한 것은 인우가 아니라 태희였다.

인우가 그녀를 사랑한 것보다 훨씬 태희가 그를 사랑하였다. 그래 인우는 수동적이지만 태희는 적극적 이었던 것이다.

다시 1983년의 용산역

그날 태희는 왜 나오지 않았을까?

도대체 태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가?

 

그날 태희는 인우를 배웅하기 위해 용산역으로 향한다.

태희는 건널목을 건너다 트럭에 치이고 만다.

그렇게 그녀는 쓰러지고 만다.

그러나 자신이 전생에 태희였음을 자각하고 인우를 만나러 용산역으로 오는 현빈은 태희처럼 교통사고를 당하지만 다행히 살아 남는다.

 

결국 현빈이 용산역에 온다. 태희가 온것이다. 현빈이 인우를 만나러 온다. 태희가 인우를 만나러 온것이다.

인우는 현빈을 만난다. 태희를 만난다

-너무 늦었지?-

-아니야! 늦게라도 와줘서 고마워-

 

용산역에서 만난 둘은, 인우와 현빈, 아니 인우와 태희는 뉴질랜드 타우포로 간다.

-절벽아래 떨어져도 끝이 아닐 것 같아요-

-여기 뛰어 내려도 죽음이 아닐거야-

 

둘은 번지 점프를 한다.

 

거꾸로 본 세상은 현 세상보다 훨씬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거꾸로 본 세상엔 현 세상보다 훨씬 사랑이 풍만한지도 모른다.

훨씬 사랑이 순수한 지도 모른다.

 

시간의 경계를 넘어,

삶과 죽음의 한계를 넘어,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넘어,

영원한 사랑으로 한 묶음 되는

참 된 세상이 거기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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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공운김상진 | 작성시간 22.06.09 무패왕 얼래 무패왕님 과는 연통하고 지내나보네
    크~~~~~
    어쨌거나 저쨌거나 연락하면 좋지라 ㅎㅎㅎ
  • 답댓글 작성자무패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6.09 공운김상진 저랑 연통하지 않아요
    위에 젊은 청년님 댓글 보세요
    지기님이 알려주셨어요
  • 작성자마농 | 작성시간 22.06.11
    잠깐씩 스치듯 봤던 영화예요.

    대충은 알고 지나갔는데
    다시한번 새겨보게 되세요

    인간의 사랑과 윤회
    다시 이어지는 사랑 그리고...
    첫눈에 반하는거 정말 그럴까
    하고 생각해본적 있었지요

    저리 애틋하게 가슴저리도록은 아닐지라도
    나역시 사랑때문에 아파도보고
    밤새 잠못 이룬적도 있었지요

    그리워하면 이루어지나요
    애타게 바라면 만날수 있을까요

    못만나니 더욱더 그립고
    잊지못한다 하던데...

  • 답댓글 작성자무패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6.11 야 울 마농님이 오셨다.

    정성 가득한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이거 올리느라 이틀은 고생했어요.
    정말 다행이다.

    오늘은 좀 그렇고

    다음주 목요일 잊지 말아요.
    우리 결투하는 날

    이거 거부하기 없기요..
  • 답댓글 작성자마농 | 작성시간 22.06.11 무패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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