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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동행

헤어질 결심(2022) -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작성자무패왕|작성시간22.07.11|조회수581 목록 댓글 14

 

헤어질 결심 ost- 안개
정훈희 송창식 헤어질 결심 ost 1 시간 듣기

 

헤어질 결심

 

1.만남

 

어떤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수천 수만가지 이겠지만 둘은 누군가 죽어야 만날 수 있는 사이였다. 서래(탕웨이)와 해준(박해일)는 서래의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피의자와 형사로 만난다. 권력관계이자 이해관계에 있는 만남이다. 지배와 피지배, 이익과 손해, 계산과 음모, 술수와 비겁이 난무하는 관계의 장에서 둘은 운명처럼 만났다. 불쾌하기 그지없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만 싶은 그런 만남일 것이다.

그러나 쓰레기통에서도 장미는 피어날 수 있듯이, 진흙탕에서 연꽃이 피듯이, 그 의심과 거짓이 난무하는 그런 곳에서도 사랑이 피어날 수 있을까? 다시 말해서

권력관계보다 더 강한 진정한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해관계보다 더 강한 진정한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런데 말이다.

사랑 역시 권력관계의 부산물 아니었던가?

사랑 역시 이해관계의 부산물 아니었던가?

그런데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래는 중국출신 한국국적 취득녀로서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한다. 언어 장벽과 민족 장벽이 두사람앞에 가로 놓인 것이다.

과연 권력관계, 이해관계, 언어장벽을 뛰어넘는 그런 사랑이 가능할까?

감독은 이를 집요하게 묻는다.

 

여기서 우리는 박찬욱 감독의 의도의 일단을 포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권력관계보다 더 강한 사랑은 존재한다고. 이해관계를 초월한 사랑은 존재한다고. 민족이나 언어는 아무런 방해요소가 될 수 없다고. 사랑의 위대함은 그런 것이라고. 그걸 영화로 그리고 싶었다고.

천재적인 영화감독, 이런 순수한 마음이 있었기에 오늘 한국의 가장 위대한 감독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일반관객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위대한 힘. 권력관계를 능가하고 이해관계를 초월한 그런 순수한 사랑 아니었던가?

 

서래의 남편 기도수가 구소산 꼭대기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건을 해준이 맡음으로서 둘은 그렇게 형사와 피의자로 만났다.

 

2. 사랑은 형사와 피의자의 수사놀이- 

 

어떤 남녀가 만나면 서로 간의 탐색을 한다. 상대의 가정환경? 학력과 능력은? 취미?등등을 때로는 직설적으로 묻기도 하고 답변을 이끌어 내려고 꾀를 쓰기도 한다. 이렇게 하여 상대의 실체 정체를 온전히 알아야만 서로간의 신뢰가 싹트고 사랑이 이루어 지는 것이다. 이는 수사와 피의자의 관계로 은유할 수 있다. 묻는자는 형사이고 대답하는 자는 피의자다. 상대의 대답이 미심쩍을 때 우리는 형사가 아니라도 거짓말 하고 있구나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럼 추궁이 이어지고 진실이 밝혀 지고....

이처럼 연애의 과정 역시 의심과 추궁이 본질인 수사의 과정과 너무나 비슷한 것이다.

 

이런 점이 감독의 참신한 발상이고 결국 칸 영화제 감독상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1) 취조실

 

서래는 남편의 죽음에도 놀라지 않는다. 남편의 죽음에도 서래는 노인 요양보호사 일을 그만 두지 않는다. 이에 후배형사 오수완(고경표)가 의문을 표하자 해준이 말한다.

-슬픔이 파도처럼 확 밀려오는 사람도 있지만 잉크가 번지듯 천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법-

해준은 파도처럼 확 밀려 오는 사람이었고 서래는 잉크처럼 천천히 물드는 사람이었다.

이에 대해 해준이 묻자 서래는 대답한다.

-죽은 남편이 산 노인을 막을 수는 없다.

 

해준은 서래를 취조실에서 심문한다. 심문과정은 그녀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둘의 사랑이 익어가는 과정이다. 둘은 시마시스 모듬 초밥을 먹고 손과 허벅지 상처를 확인하고 ..

 

2) 잠복 그리고 감시

해준은 서래를 감시하며 잠복을 한다. 그녀가 밥 대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드라마 보다 지쳐서 담배도 끄지않고 잠이 드는 버릇이 있는 것 등을 알아낸다. 그러면서 저녁은 아이스크림 안됩니다. 우는 것을 보고 그는 속삭인다. 우는 구나 마침내.

보통사람도 사랑은 이처럼 관음증에서 시작한다. 그녀를 훔쳐보고 싶고,지켜보고 싶고, 알고 싶고, 이처럼 감시는 그녀를 한층 깊이 이해하는 수단으로, 잠복은 그녀를 지켜주는 수단으로 둘의 사랑을 깊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결국 취조와 잠복과정에서 둘은 서로의 공통점 이를테면 공자의 글귀, 인자요산 지자 요수를 통해 산을 싫어하고 물을 좋아하는 것등을 서로 확인하고 기뻐한다.

 

영화의 형사 피의자 수사놀이는 사랑을 성숙시켜 가는 과정의 은유인 셈이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다.

 

3. 제 1부- 첫 남편의 죽음- 형사 해진의 사랑법.

 

1부는 해준의 근무지인 부산을 중심으로 이루어 진다. 그중에서도 구소산이라는 산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산은 서래와 해준이 싫어하는 곳으로 설정된다.

 

남편이 가혹한 폭행을 하고 중국에 돌려 보내 버리겠다는 등의 협박을 일삼는등 서래가 살인을 저지를 만한 의심할 만한 정황은 많았지만, 해진은 수사 끝에 그녀의 앨리바이가 명백하고, 남편인 기도수의 유서발견등의 이유에다 상관이 그만 두라는 등의 이유로 그녀를 무혐의 처분하고 단순 사고사로 사건을 종결한다.

이제 홀가분해진 둘은 고궁과 해진의 집등에서 데이트를 한다. 해진은 원자력 발전소에 근무하는 안정안(이정현)이라는 아내가 있고 주말 부부로서 의무방어전을 치루는 쇼윈도우 부부에 가까웠기에 서래에게 깊이 빠져 들었다.

밥 대신 아이스크림을 먹는 서래를 위해 해진은 자신이 아는 유일한 중국음식 볶음밥을 해주고 서래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해준을 위해 그의 방에 붙어있는 미제사건 사진들을 불태워 버린다. 이 과정에서 서래는 해준이 매일 미제사건을 쳐다보고 아파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완결 사건이면 해준은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은 서로의 결핍을 이해하고 있었고 채워줄려고 노력한다. 둘의 사랑이 깊어만 갔다.

그러나 그녀가 돌보는 월요일 할머니의 핸드폰을 바꿔치기하여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해진은 뒤늦게 알아내고야 말았다. 서래가 산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구소산 꼭대기에 숨어 있다가 남편을 밀어 버렸음을 밝혀 낸다.

형사의 의무와 사랑앞에서 극한의 갈등을 겪지만 해준은 사랑의 편에 선다. 형사의 직업윤리로는 있을 수 없는 선택을 하고야 만다.

서래에게 해준이 말한다.

-나는 자부심있는 경찰 이었어요. 그런데 여자에 미쳐 수사를 망쳤어요.나는 완전히 붕괴 되었어요-

숨을 고른 해준이 서래에게 요구한다.

-저 핸드폰을 바다에 버려요-

-아무도 찾을 수 없게요-

 

살인범을 도피시키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을 해준은 벌인 것이다. 이것은 사랑일까? 자신은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죽더라도 여자를 살리는 길을 택한 것이다. 해준은 그녀를 보내며 자신의 사랑을 끝내려 한다. 그렇게 둘은 이별을 한다.

2부. 두 번째 남편의 사망- 서래의 사랑법

 

2부는 이포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전개된다. 오전 내내 안개가 끼는 곳. 이곳으로 해준은 부임을 받아 살고 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연상시키는 설정이며 이 영화의 주제곡 정훈희의 안개라는 노래와 일맥 상통하는 장소이다. 안개에 쌓인 세상은 투명하지 않다. 진실도 진리도 명확하지 않다. 정체도 선도악도 명확하지 않다. 우린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은유이다. 아니 이런 세상에서 명확한 진리가 있다고, 명백한 선이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비웃는 설정이리라. 우리 모두 해준도 될 수 있고 서래도 될 수 있다. 팜므파탈이 될 수 도 있고 순정 여인이 될 수도 있다. 훌륭한 경찰이 될 수도 있고 사랑에 빠진 부패한 경찰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안개 한끝 차이다. 모든 것은 안개에 쌓여 있다. 이 안개를 어떻게 얼마나 걷어내느냐 그 싸움일 뿐이다. 

 

해준과 서래가 헤어진지 13개월 후.

해준 부부와 서래 부부는 이포의 한 시장에서 만난다. 서래의 두 번째 남편 임호신(박용우)은 주식 애널리스트이다. 거대 투자사기로 여기저기서 협박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결국 투자자 돈으로 초 호화생활을 이어가던 서래의 남편은 누군가에 의해 물빠진 수영장에서 사망한다.

해준과 서래는 사건 담당 형사와 피의자로서 다시 만난다.

해준이 책망한다.

-왜 저런 사람만 만나서 결혼을 했나요?-

서래가 답한다.

-헤어질 결심을 했기 때문이예요-

해준과 헤어지려면 남자가 필요했다는 의미이리라. 호미산에서 서래가 말을 잇는다.

-좋은 사람은 나를 만나주지 않기 때문에 해준씨를 만나려면 살인사건 정도는 나야 해요-

거짓말 탐지기조사에서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안락사 시켜 주었음을 고백한다. 그동안 지니고 다녔던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유골을 해준에 뿌려 달라한다. 자신은 고소 공포증이 있다며. 호미산 절벽에서 해준은 유골을 뿌리준다. 뒤에서 다가오는 그녀. 구소산 절벽에서는 남편을 밀어 버렸던 그녀. 해준에 다가와 살며시 안는다.

해준과 형사들은 사철성이라는 중국인을 체포함으로써 사건의 전모를 밝혀 낸다.

사철성이 서래의 남편 임호신을 수영장에서 살인한 것이다. 수영장은 피범벅이 되었다.

그러나 서래는 수영장 물을 다 빼버리고 임호신의 사체를 깨끗이 닦는다.

이유는 해준이 피를 싫어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해준은 사철성의 엄마가 죽은 사실을 밝혀낸다. 그녀의 엄마는 서래가 간호를 했던 것이다. 간호사 일도 했던 서래는 푸른 알약으로 사철성의 엄마를 안락사 시킨다. 사철성은 투자사기를 당한 자신의 엄마가 죽으면 임호신을 죽일 거라고 공언을 하고 다녔던 것이다. 서래는 사철성의 엄마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남편 임호신이 사철성에게 죽기를 바랐고, 그녀의 바람대로 사철성은 서래의 남편 임호신을 처참하게 살해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문제는 남았다. 도대체 왜 서래는 자신의 남편을 살해하려고 했을까?

해녀들이 찾아낸 바다속 핸드폰에 그 단서가 들어 있었다.

서래의 남편 임호신은 서래와 해준의 음성통화 기록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빌미로 해준의 부인인 안정안에게 부재중 전화를 걸었고 서래에게 돈을 요구하는 등 협박을 했던 것이다.

-대한 민국 경찰과 피의자의 부적절을 온세상에 폭로해 버리겠어-

결국 서래는 해준을 보호하기 위해 그랬던 것이다.

서래는 해준에 고백한다.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 나의 사랑은 시작 되었어요. 당신의 붕괴 때문이예요-

경찰의 자부심을 버리고 자신을 붕괴 시키고 서래를 지켜 준 것을 말한다.

그녀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하며 또 한번 헤어질 결심을 한다.

해준을 지켜주고 해준의 영원한 사랑을 획득하기 위해서.

 

-난 해준씨의 미결사건이 되고 싶어 이포에 왔나 보아요-

 

그녀는 모래를 파 무덤을 만들고 밀물을 기다린다.

밀물이 밀려오고 그녀는 모래 무덤속에 잠들었다.

들어찬 바닷물 위에서 해준은 서래를 목놓아 부른다. 애타게 찾는다.

 

그렇게 서래는 스스로 미결사건이 되어 해준의 품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

3

결국 둘의 목숨을 건 사랑이었지만 사회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박찬욱 특유의 모더니즘 양식, 특히 낯설게 하기, 상상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장면, 난해한 미장센, 주관적인 카메라 이 극의 몰입을 방해하여 대중성을 획득하는 데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기생충 같은 폭발적 반응은 기대 할 수 없을 것 같다.

둘의 사랑은 현실의 벽을 뛰어 넘었으면서도 넘지 못하고 두사람만의 가슴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영화도 그랬기에 황금종려상받는데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오랜 만에 보는 목숨을 거는 사랑. 모든 것을 다 건 사랑 영화 였고 명작임은 부인 할 수가 없다. 비록 대중성에 실패하고, 이야기 전개가 난해하더라도. 올드 보이를 필두로 박찬욱 영화가 다 그렇듯이 두고 두고 4,5번은 봐야 제대로 이해가 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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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무패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7.12 근정님과 이 영화늘 같이 봤어야 하는데.
    오늘도 화이팅!
  • 작성자박종선(젊은청년) | 작성시간 22.07.12 이화여대에서 보았는데
    처음에는 난해했지만 나중에는빠져들었지요.
    박찬욱감독만의 끊임없는 문제제기 능력에 빠져서
    몰입하게 되었답니다. 이제는 영화를 충분히 알게 되었습니다.
    댓글 이모티콘
  • 답댓글 작성자무패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7.12 박감독은 우리가 몰입을 못하게 하는 것 같아요.

    지기님! 오늘도 건강건승하시길.
  • 작성자아침숲 | 작성시간 22.07.12 열대야 !! 무패왕님 의 영화평으로 조금은 시원하게
    오늘밤 잠들수 있을듯 하군요.
    님의 탁월한 영화 분석력 에 전율하곤 합니다.
    엄지척! 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무패왕님~
  • 답댓글 작성자무패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7.12 아침숲님!
    님의 격려의 말씀 힘이 솟구칩니다.
    오프 모임에서 뵈올 날 있겠죠?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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