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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동행

헌트(HUNT) - 사냥꾼을 사냥하라. 적과의 동침으로

작성자무패왕|작성시간22.08.12|조회수646 목록 댓글 6

 

1.첩보액션 장르

첩보액션장르의 대표적인 영화는 007씨리즈일 것이다. 영국 정보부원이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러시아 북한 등 공산주의나 이슬람등을 적으로 규정하고, 외부의 적과 한판승부를 벌인다는 점에서 내부의 적과 힘겨운 투쟁을 벌이는 이 영화 헌트와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흐름의 첩보영화에 신선한 충격을 준 영화는 ‘제이슨 본’이라 할 수 있다. 미 CIA의 요원이었던 제이슨 본의 주적은 놀랍게도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국장 내지 수장이다. 이처럼 내부의 조직원과 투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영화 제이슨 본과 공통점이 있으나 제이슨 본은 기억상실과 조직의 배신 암투에 집중하나 본 영화 헌트는 역사적 정의 실현이라는 대의를 위해 조직 내부의 적과 싸우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요약하면 첩보기관 내부의 적과 싸우는 점, 국가적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점에서 007과 제이슨 본과는 차이가 있는 영화라 할 수 있다. 한국영화 사상 첩보기관 내부의 투쟁, 그리고 첩보기관이 정권 타도에 목숨을 걸고 싸우는 최초의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적은 외부에 있지 않다. 내부에 있다.

 

 

 

 

2.영화에 나타난 1980년대 대한민국 사회상- 헌트(사냥)의 시대

 

광주에서 유혈참극을 벌이고 정권을 장악한 군부독재 치하의 대한민국을 영화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사냥(헌팅)의 시대로 규정한다. 집권세력들은 마치–역사는 공작이며 삶은 사냥이며 사람은 사냥감일 뿐이다.- 라는 사명을 가진 집단으로 보인다. 그들은 필요에 따라 간첩과 빨갱이를 만들어 내고, 무고한 사람을 헌트해서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고, 여론 조작을 업으로 삼는다. 오로지 헌팅과 공작으로 반대세력을 압살하고 자신들의 잇권을 챙기려고 대한민국을 통치하는 무소불위의 집단이다. 사람들의 관계는 오로지 동지냐? 프락치냐?로 구분될 뿐이다. 적의 적은 오늘의 동지이고, 동지는 결코 믿어서는 안되는 잠재적 적일 뿐이다. 즉 동지는 내일의 적일 뿐이다. 역사는 조작이고 공작이며 삶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악마일 뿐인 이러한 불신의 시대. 감시와 의심만이 자신을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정권에게 공작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그저 숨죽이고 살아야만 했다. 이러한 군부독재의 통치를 최 일선에서 뒷받침하고 집행했던 자들이 바로 중앙정보부를 이어 받은 안기부였다. 그저 국민은 감시와 처벌, 공작의 대상일 뿐이었다.

 

이러한 한국 현실에 대해 안기부 해외차장 박평호(이정재)와 국내 차장 김정도(정우성)은 깊은 회의를 느낀다. 둘은 몸은 공작정치의 최일선에서 정권에 봉사하지만 마음엔 회의가 가득하다.

 

3. 영화의 전반부- 스파이 동림은 누구인가?- 구조속에 갇힌 수인

 

83년, 대한민국 제 1호의 암살 미수사건이 미국 워싱턴에서 벌어진다. 1호의 동선이 노출 되었다는 점에서 이를 기화로 정보부 내부에는 스파이가 있으며 그 내부 첩자를 색출하는데 안기부 조직이 총동원 된다. 안기부장은 국내 차장 김정도에게 박평호를 조사할 것을 지시하고

또 박평호에게는 해외차장 김정도를 조사할 것을 지시한다. 둘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실체없는 도깨비 인지도 모르는데 그들은 도깨비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상대가 동림이 아니면 안된다. 그리하여 상대의 주변인들을 납치 고문 하고 자백을 받아 내려 한다. 거대한 사냥꾼의 부하로서 둘 역시 사냥꾼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이처럼 영화의 전반부에 사회적 정의나 선은 없다. 박평호도 김정도도 그 누구도 선도 천사가 아니다. 둘 다 자신의 최종 목적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사냥을 하고 상대를 스파이 동림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그저 새끼 악마들의 이전 투구 뿐이다. 애궂은 국민들만 간첩 프락치로 몰려 고문당하고 쓰러져 갈 뿐이다. 그야말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사냥만 있을 뿐이다.

 

평호도 정도도 그저 구조 속에 갇힌 수인일 뿐이다. 이러한 악마의 용광로 속에서 둘은 헤어나올 의지도 힘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그 구조 속에서 헤엄치는 수밖에 없다.

 

감독 이정재는 이 과정을 숨막히게 박진감 넘치게 촬영해 냈다. 평호와 정도의 대립 갈등을 화면에 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긴장의 끈을 유지하는데 성공하여 시종일관 집중하게 한다. 액션씬도 적절하고 심리 묘사도 자연스럽다. 선악 구도에 매몰되지 않고 둘의 천연덕 스러운 악마적 연기도 훌륭하다. 감독의 차기작이 기다려 지는 이유이다.

 

 

 

4. 후반부- 사냥꾼을 사냥하라- 실존적 결단

 

1) 실존적 결단

우여곡절을 딛고 스파이 동림의 정체가 드러난다. 이때 예상과 달리 정도(정우성)은 평호(이정재)를 살려 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둘은 친구가 되고 동지가 된다. 둘은 목적이 같았던 것이다. 사냥꾼을 사냥한다는 목적, 거대 악마를 제거하는다는 목적이 같다는 것을 확인 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영화의 극적 반전이다

 

광주시민의 피를 머금고, 권모술수와 공작만을 일삼는 군부독재 정치의 우두머리 대한민국 1호를 제거하는 것은 둘의 공통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둘의 결단은 양심의 결단이요 실존적인 결단이다. 가혹한 권력구조의 약한 고리를 끊고 진정한 자유를 획득하려는 참 결단임이 분명하다. 이점에서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

 

2)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 하는가?- 악마적 수단

적의 적은 동지라서 그런가?외부의 적은 연합의 대상이 되고 내부의 적은 타도의 대상이 되고 만다. 평호는 북한의 도움을 받으려 하고 정도 역시 북한과 공동으로 1호를 암살하려 한다.

 

평호는 중앙정보부 출신이다. 김재규의 부하로서 10.26후 보안사에 끌려가 정도에게 혹독한 고문을 받았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수단의 적절성을 확보하지 못한 김재규의 부하답게 그는 북한과 연계하는 무리수를 둔다. 정도 역시 아웅산 사태를 떠오르게 하는 암살 사건을 북한과 모의한다. 그리고 방콕에서 1호 암살 작전 실행에 들어간다.

 

3) 아쉬운 점

 악마와 손을 잡고, 아니 악마적 수단으로 천사의 나라를 건설한다? 영화가 처한 최대의 딜레마이다. 그건 극적 재미를 위한 감독의 외로운 결단일 수 도 있지만 현실과 그리고 관객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할 수 있다. 

이점 감독에 아쉬운 점이다. 반드시 북한과 연계했었어야만 했는가?  물론 뒤늦게 평호가 북한과의 연계가 전면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발을 빼기는 했지만 보안사 출신의 충성스런 군인 출신인 정도가 이를 기획 했다는 것은 좀 받아들이기기 힘들 것 같다.

 

 

5. 결

첩보영화의 외피를 둘렀지만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개해 놓았다.

감독의 건강한 사회관, 이를 뒷받침하는 영화적 기법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독재정권의 최전선 앞잡이로서 안기부원들의 고민과 양심을 나름의 영화적 방법으로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들도 우리 국민의 한사람이며 정의감 넘치는 사람임을 보여 준 것으로서 정보부원들도 자부심을 가질 만한 영화로 보인다.

대중성과 다소 미약하지만 예술성까지 갖춘 첩보물로서의 미덕은 충분히 갖춘 것으로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다.

 

 

6. 인생은 이정재처럼

 

배우 이정재가 이처럼 훌륭한 감독의 자질을 갖추고 있을 줄이야.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다. 배우출신 감독으로 성공한 예는 극히 드물다. 아니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박중훈, 하정우, 구혜선, 심지어 이경규까지. 아마 이들은 기술만 있고 자신만의 개성과 철학이 없어서 실패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정재는 달랐다. 영화적 기교와 기법에 자신만의 철학, 나름의 역사를 보는 눈까지 갖춘 것 같다. 재벌 애인을 두고 ,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 배우로 등극하더니 멋진 영화연출 까지. 그야 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가 아닌가 싶다.  이제 이 말이 전국을 휩쓸 것만 같다.

-인생은 이정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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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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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무패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8.13 관점상의 차이가 없다면 그것은 공산주의일것입니다. 어떤 영화나 사건을 평가하는데 그 기준으로 따라다니는 것에 기대치 라는 것이 있나봅니다.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기에 고평가를 받는 부분이 분명 있을테고요.
    지기님의 소중한 견해 존중합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초선 | 작성시간 22.08.13 헌터!!!
    관람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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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무패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8.13 초선님!
    반갑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찬성하든 반대하든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정재감독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재미 쏠쏠 할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박영란(근정) | 작성시간 22.08.13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80년대 청치와 대통령이 떠올랐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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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무패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8.13 근정님과 함께 보았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기도 하구요
    80년대는 우리에게는 가혹했지만 영화적으로는 푹 고인 누룽지 처럼 우려먹을거 가득한 황금기인것 같습니다.
    무더위는 한풀꺽인것 같지만 건강 건투하시길.
    다시 그고운 자태 뵈올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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