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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편지]]딸랑딸랑~ 아부는 긍정적 처세 인가?(56)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작성시간21.09.27|조회수890 목록 댓글 9

얼마 전 어떤 지인이 서로가 잘 아는 A친구를 지칭하며 ‘그 친구는 정말 아부를 잘 한다’고 한다. 예전에 있던 직장에서 ‘ㅇㅇ부장은 손가락에 지문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는 그 말이 무엇인지 몰랐다. 결론적으로 아부를 잘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아부(阿附)란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알랑거리나 오버하는 행위’로 다른 말로는 아첨(阿諂)이라고도 한다.

 

한자로 아부는 ‘언덕 아(阿)’에 ‘기댈 부(附)’ 자를 써서 언덕에 기댄다는 뜻을 지닌다. 즉, 리더에게 삶을 의탁하여 다소 편하게 살겠다는 의미다. 리더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법한 라이프 스타일인 것 같다. 아부는 이렇게 타인을 기분 좋게 해서 원하는 것을 보다 쉽게 얻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 부터인지 ‘딸랑딸랑’이 아부의 대명사로 생각하는 것이 보편화가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것은 코메디의 풍자로 시작되었다. 86년도의 한국의 시사풍자 코메디인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 발단이 되었다. 고 김형곤씨가 재벌회장을 풍자하는 코너에서 김학래씨가 김 이사로 회장님께 아부하는 케릭터가 시작인 것 같다.

 

“저는 회장님의 영원한 종입니다. 딸랑딸랑~~” 이 말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퍼진 것 같다. 남의 집에 일하는 ‘종(從)’을 ‘종(鐘)’으로 언어유희 하면서 귓가에 손을 흔들며 경박한 제스쳐로 오버하는 아첨이 유행어로 히트를 쳤다. 이게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든 것으로 보인다. 그때 유행어로 ‘딸랑딸랑’, ‘잘 되야 될 텐데’, ‘잘 될 턱이 있나’, ‘에밀레~’ 등이 있다.

조직을 움직이려면 우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렇치만 이에 응하고 따라주는 팔로어십(follower ship)도 리더십 못지않게 중요하다. 나보다 훨씬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사람을 배제하는 것보다 아부를 잘 하는 것도 살아남기 쉬운 방법이다.

 

고(故)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아부 두 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첫째는 ‘아들에 대한 칭찬’이었고, 두 번째는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결단을 어떻게 하셨습니까?”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미국인들의 영원한 우상인 아브라함 링컨이 암살자에게 저격당하여 죽었을 때, 그의 호주머니에서 구겨진 신문 조각이 나왔다. 그 신문기사에 빨간색 밑줄이 그어져 있었는데, 바로 링컨 자신을 칭찬한 내용의 아부성 기사였다. 이렇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아부를 좋아한다.

 

요즘은 아부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처럼 조직관리가 리더의 필수조건으로 꼽히는 사회에서 부하에게 하는 아부야말로 리더가 갖춰야 할 미덕인 것이다. 동료나 후배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전방의 아부’ 도 필요하다.

 

실제로 부하 직원의 결혼기념일을 챙기고 자녀들에 대해서 수시로 관심을 가지는 등 부하에게 아부를 했더니 업무 효율이 좋아져 결국 회사에도 이익이 되더란 CEO들의 경험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기분만 맞추려고 노력하고 칭찬하는 것보다 스스로 몸을 낮추는 태도가 중요하다. 윗사람이 먼저 자세를 낮추고 ‘존중’ 과 ‘배려’ 를 베푼다면 아랫사람에게 저절로 ‘존경’과 ‘신망’을 얻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아부의 긍정적인 측면을 심리학의 ‘피그말리온 효과’로 설명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란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는 것이 있으면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여 결국 그렇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적절한 선을 지킨다면 아부는 조직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남의 비위나 맞추는 알랑거림’은 제대로 된 아부가 아니다. 진짜 아부는 상대방의 아부관(阿附觀)을 제대로 파악하는 맞춤형이 좋다. 이에 필요한 것은 상대방 띄워주기, 의견에 동조하기, 겸손한 태도 유지하기, 항상 친절하게 행동하기 등은 사회생활 잘하는 사람이라면 진작부터 실천하고 있을 기본전략들이다. 자신의 사회생활을 보다 안락하고 즐겁게 해주는 일등공신이자 조직속에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한 수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처세’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만의 아부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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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9.27 그렇치요 아부도 그사람의 능력이라 보여집니다.ㅎㅎ
  • 작성자기옥영 (서부5기) | 작성시간 21.09.27 회장님에게 아부란
    댓글 잘 다는거 ㅎ
    벌써 아부들 하셨네😄
  • 답댓글 작성자임지화(중부5기) | 작성시간 21.09.27
    댓글 이모티콘
  • 작성자허성희(서부5기) | 작성시간 21.09.27 만나서 얘기할 때마다 항상 상대방을 칭찬해주시는 회장님 ㅎㅎ (기분 엄청 좋아요 ㅋㅋㅋ)
    회장님이야말로 능력자시네요 ㅋ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10.26 아부가 심한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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