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월 뉴스에 올해 면접을 치른 취준생 10명 중 6명이 면접에서 ‘들러리’라고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장에서 취준생들이 ‘들러리’라고 느끼는 경우는 특정 지원자에게만 질문이 편중될 때가 가장 많았다.
잡코리아가 올해 면접을 치른 적이 있는 취준생 607명을 대상으로 ‘면접 들러리’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기업 유형에 따라서는 공기업이 65.3%, 외국계기업이 63.8%로 소폭 높았으나 대기업(61.1%) 및 중소기업(58.5%) 지망 취준생이 들러리로 느낀 비중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흔히 ‘들러리’라는 말은 부정적으로 많이 쓰고 있다. ‘들러리’라는 말은 '둘레에 선 이'의 준말 형태로 ‘사물의 테두리나 바깥 언저리’라는 뜻이다. 즉, 들러리는 어떤 상황에서 중심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 그 상황의 테두리나 언저리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순우리말이다.
일반적으로는 주된 인물의 주변에서 그를 돕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로 통용된다. 주연 옆에서 보조만 맞추어 주거나 단역 정도의 일만 해주고 사라지는 사람을 가리킨다. 우리 사회는 대게 주연을 원하지 조연을 원치 않는 현상이 있다. 이처럼 보조의 의미가 강하다 보니 일찍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이 말을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여 왔다.
'들러리'라는 말은 '주된 인물 주변에서 그를 돕는 인물'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보통 들러리 같다는 말은 욕으로 들리며, 있으나 마나 한사람 같다는 뜻으로 해석 된다. 또한 들러리란 무슨 일을 할 때 머릿수만 채워주는, 즉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란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결혼식에서 신부나 신랑이 들어갈 때 앞에서 먼저 나가면서 도와주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들러리를 서다'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의 입장을 도와주고 신랑 신부의 옆에 서는 사람을 말한다. 들러리는 빛나는 주연을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조연이다. 영어로는 'Bridesmaid(신부들러리), Bridesman(신랑들러리)'라고 하는데 외국영화에서 흔히 보듯 신랑들러리 역할은 신랑에게 결혼반지를 건네주는 것이다.
웨딩들러리의 유래는 서양에서 악마나 나쁜 요정이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는 신부를 시샘하여, 해코지를 할까봐 비슷한 옷을 입은 친한 친구들이 ‘그 나쁜 악마를 헛갈리게 해서 신부를 보호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신부 뒤에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신부보다 앞에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결혼식에 신랑신부와 같은 옷을 입은 남녀아이 둘이 먼저 앞에 가며 꽃잎을 뿌리며 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들러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신랑과 신부에게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축하를 해주며 이들의 행복을 빌어주고 지켜주는 일을 수행한다는 데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따라서 초기에 부정적인 의미로 출발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훌륭한 조연이 없으면 삶의 맛을 느낄 수 없다. TV드라마 등에서도 주연보다 조연이 그 드라마를 빛내게 했던 작품이 무수히 많다. 축구 경기에서도 멋진 득점 뒤에는 훌륭한 어시스트가 있다. 결과만 바라보고 과정을 무시하면 조연의 가치가 사라진다. 아름다운 성공 뒤에는 보이지 않는 헌신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 모두가 주연이 될 수 없다. 주연도 있고, 조연도 있고, 엑스트라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사회이다. 그러나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없다면 세상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지 못한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라와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아름다운 조연들이 많다. 숨은 이들의 수고와 노력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성숙한 들러리가 되어보면 어떨까?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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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허성희(서부5기) 작성시간 21.10.05 아! 원래 웨딩들러리의 의미가 그런 것이었군요!
그래서 들러리 여러명이 주루룩~~~~~ 신부보다 앞서서 ㅎㅎ
요즘들어 내인생이 조연이라는 생각 자주 하곤 했었는데요 ㅎㅎ
조연도 그리 나쁘진 않네요! 역시 긍정적 발견!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1.10.05 자주 쓰고 듣는 얘기 중에 뜻을 정확히 모르는것이 많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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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임지화(중부5기) 작성시간 21.10.07 박호영(설파, 서부5기) 50+세대가 되고보니~ 나도 모르게 내가 들러리되어야 할 것 같은 상황을 자주 마주하는데~ ㅋ ㅋ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지요 ㅎ -
작성자김정미(서부5기) 작성시간 21.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