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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생활

[[월요 편지]]도찐개찐 & 도긴개긴(79)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작성시간22.03.14|조회수1,063 목록 댓글 4

지난주 3.9일 우리나라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후보들이 연설 진행 중일 때 모 지방신문에 ‘그 나물에 그 밥’ ‘도찐개찐’이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흔히 많이 쓰는 '도찐개찐, 도낀개낀, 도진개진, 도나개나' 얘기는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 봤다. 쉬운 의미로는 ‘그게 그거다.’ ‘뭐 별반 차이가 없다’ 정도로 대부분 알고 있다.

 

과거 코메디 프로에도 나왔고, 가요에도 ‘도찐개찐’라는 노래가 있다. 21년 미스트롯 김의영이라는 가수가 결승곡으로 ‘도찐개찐’이라는 흥겨운 노래를 불러서 좋은 성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사랑하다 헤어지고 좋아하다 미워하고~♪ (중략) 너나 나나 거기서 거기인데 너나 나나 도찐개찐인데♬ 겉치레가 무엇이 중요하더냐 나 잘났다 떠들지 마라~~♩ (중략)’』. 이처럼 대중들에게는 도찐개찐이 널리 알려져 있다.

 

동일한 의미로 ‘도찐개찐’이나 ‘도진개진’을 사용하는데, 둘 다 역시 표준어가 아니다. 도진개진의 ‘진’은 ‘긴’의 충청도 사투리다. 이 단어 때문에 나아갈 진(進)자로 생각해서 ‘도로 가나 개로 가나 거기서 거기다’라는 뜻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서 경음화가 이루어지면 흔히들 사용하는 도찐개찐이 된다. ‘도찐개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었지만 표제어가 잘못된 비표준어이니 ‘도긴개긴’으로 고쳐 써야 한다. ‘도긴개긴’의 뜻을 알아보면 윷놀이에서 태생되었다.

윷은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놀이로서 정월초부터 정월 대보름 사이에 가정이나 마을에서 여럿이 함께 즐긴다. 한 뼘 남짓한 길이의 곧고 둥근 통나무 막대기를 반으로 갈라서 만든 4개의 윷가지로 즐긴다. 한자어로는 척사(擲柶), 척사희(擲柶戲), 사희(柶戲) 등으로 표현한다. 擲(던질 척)은 투척물 같은 단어에 쓰이는 말 그대로 ‘던진다’는 의미이고, 柶(수저 사)는 ‘수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윷’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이다. 통상 윷놀이를 ‘척사대회(擲柶大會)’라고 불리기도 한다.

 

윷놀이는 도.개.걸.윷.모 중에 ‘도’는 말이 한 칸 가고, ‘개’는 두 칸을 간다. 한 칸을 가나 두 칸을 가나 거리는 별반 차이 없다는 말이다. ‘긴’이라는 말은 ‘윷놀이에서 도로 남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나 개로 남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비슷비슷하여 견주어 볼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즉 ‘잡을 수 있는 거리’를 뜻하는 명사이다.

 

대부분은 도긴개긴보다 도찐개찐으로 사용하는 경우 훨씬 더 많다. 비슷한 표현들로는 ‘피장파장’ ‘도토리 키 재기’ ‘거기서 거기’ ‘끼기끼리’ ‘그 나물에 그 밥’ ‘업어치나 메치나’ ‘피차일반(彼此一般)’ ‘유유상종(類類相從)’ ‘대동소이(大同小異)’ 등이 있다. 이 모두 둘이상의 대상이 서로 비슷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비슷한 단어를 보니 약간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표현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너나 쟤나 도긴개긴이야.’ ‘정치인들은 모두 도긴개긴이다’. 라는 말이 표준어인데 익숙하지는 않다.

 

어떤 자료에 보니 수년전 비슷한 3가지 단어를 구글로 검색해 봤다고 한다. 검색 결과는 ‘도긴개긴’의 약 103,000건, ‘도진개진’은 약 44,500건, ‘도찐개찐’은 약 392,000건으로 비표준어인 '도찐개찐'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도찐개찐이 도긴개긴보다 4배 가까이 사용이 많았다고 한다. 심지어 유력 일간지 기사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공식적인 곳(방송, 활자매체 등)에서야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이 낫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일반인들의 다채로운 말을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도찐개찐은 원래 방언으로 표준어보다 더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은 자장면보다 짜장면이 더 쓰이는 것과 같다. 이렇게 된소리화 된 단어가 입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 것은 발음의 된소리화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된소리가 더 강조되고 전달력이 더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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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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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전미래(서부6기) | 작성시간 22.03.14 월요편지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알고, 어렴푸시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 볼 수 있어 많은 지식이 더해집니다.
    된소리로 전달되는 말들이 정감이 가서 그런건지 저도 자주 사용하는 것 같네요.
    좋은 글 항상 올려주시는 회장님 감사합니다. 잘 읽고 담아 갑니다.
    다음주가 기다려지네요...ㅎ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3.14 감사합니다. 저도 많은공부가 됩니다.. ㅎㅎ
  • 작성자허성희(서부5기) | 작성시간 22.03.14 결국엔 짜장면이 표준어로 자리잡은 것처럼 언젠가는 도찐개찐도 표준어로? ㅎㅎ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3.14 역시~~선견지명.. 저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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