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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봄날 떠난 친구의 죽음에 부쳐.. / 신덕규 62회

작성자시보네/54|작성시간07.03.29|조회수238 목록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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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놈이 꼭 자기가 있던 흔적을 남기는군요...
마누라와 아직 초등학생인 두자녀를 두고 떠났습니다..
.
.
홀연히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온 하늘이 먹장하늘이더니
곧 사나운 바람이 몰아치고, 궂은 비가 내립니다.
우거진 아파트 숲 사이로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슬픔이 범람하는 것을 할 수 없이 지켜봐야 하고,
지켜보는 나도 내리는 비에 속절없이 젖고 있습니다.

훌쩍 떠나버리는 것이 흐르는 강물과 지나가는 바람,
무정한 세월 뿐인 줄 알았는데
이곳저곳에서 부음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남의 손에 맡기고
나 간다고 인사 한 마디 없이 훌쩍 길 떠나는 사람들 또한 그러합니다.

나는 슬픕니다.
혹 사람들은 말하기를 세상이 즐겁다고, 밝은 햇살을 보라고 말하지만
나 역시 찬란한 햇살과, 구름 사이로 언뜻 조각난 파란 하늘에
나, 아직도 신기해 하고, 작은 꽃 한 떨기를 보느라 가던 길을 멈춥니다.
곳곳에 널린 생명의 아름다움, 오랜 불화 끝에 이루어지는
가슴 먹먹한 화해를 바라보면서 세상이 참 아름다운 곳임을 압니다.

그러나 나는 슬픕니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은
다 하잘 것 없고, 보잘 것 없이 걷어차이는 것들 뿐이기에
축복이 넘쳐나는 교회 뒷문으로 슬피 우는 울음소리로 인해
나는 이 세상이 슬픕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 이가 보시기에 참 슬프다! 탄식하리라 생각합니다.

내 일생 소원은 늘 어둠 속에서 반뜩이는 작은 빛에 감동하기를,
늙어 머리가 허옇게 되어 두 다리가 후둘거려도 지는 노을에,
폭풍이 지나간 하늘에 뜬 작은 무지개를 보며 가슴 뛰기를 바랐건만
날이 갈수록 나는 슬픕니다.

부지런히 도망쳤지요. 니느웨 배 밑창으로 도망친 요나처럼.
이런 세상이란 것을 일찌감치 알았기에
꿈에도 소원은 그 이에게서 멀리멀리 도망치는 것이었지요.
필요한 만큼만을 위해 수고하고... 남는 세월은 자유하려 했지요.
숨어우는 바람,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애써 외면하며
무망한 구름, 소슬한 가을바람이나 쐬면서 여행하듯 그렇게...

그런데 씨바, 내가 아픔을, 분노를, 미움과 섭섭함을,
슬픔을 만드는 놈이 되고 말았네요.

나중에...,
부는 바람이 모래 언덕을 바꾸어버리듯 혹 세월이 흘러
사는 일도 혹 그렇게 되면 그 때 보자고,얼굴함보자고 하던 놈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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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묵 | 작성시간 07.04.01 62회 신덕규님께서 사랑하시던 친구 분을 비 오는 봄날에 멀리 보내시고 애타는 맘을 풍우회 우정 이야기에 아래의 시와 함께 글을 게재하셨습니다. 사랑하는 부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남기고 가신 친구가 너무 애닲아서 올리신 글을 읽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덕규님, 당하신 슬픔이야 어느 말로 위로가 되겠습니까? 당신들의 우정은 이승과 저승에서 영원히 지속되고 아름답게 메아리질 것입니다. 이상은 우리 51기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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