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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회

145/ 삶은 왜 이토록 덧 없는가

작성자小談 (구 큐티여사)|작성시간26.05.12|조회수82 목록 댓글 5

봄꽃은 화사함 너머 황홀함으로 물드는데

죽음은 왜 이토록 슬프고 텅 빈 둥지처럼 허전한지 모르겠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마지막의 모습까지 같지는 않다.

어떤 이는 병으로 급히 삶을 내려놓고, 어떤 이는 사고로 떠난다.

또 어떤 이는 모두가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며

서서히 자신을 놓아버린다.

1년 반 동안 연이어 이웃의 죽음을 겪으며 삶의 끝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됐다.

부부 동반 동갑계를 하며 가장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 부신암으로

몇 년을 버티다 70대 중반에 세상을 떠났다.

이웃사촌으로 서로 안부를 묻던 사람이었기에 그 이별은 단순한 부고가 아니었다.

내 삶의 한 부분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언제나 활달하고 정이 많아 보리밥을 해놓고 우리를 불러 함께 웃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웃음의 주인공이 더 이상 세상에 없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른 자세’ 운동을 함께하던 회원도 담낭암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 집에서 2㎞ 남짓 떨어진 곳에 살던 분이었다.

농사를 마치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장학금 100만 원씩을 내놓고

봉사활동도 하던 사람이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좋은 일을 하며 살았지만 병이 재발했고,

결국 병원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삶을 살았지만

70세 남짓 한창 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떠날 때는 업적도 순서도 소용없다. 참 야속한 일이다.

이어지는 비보는 살날이 길지 않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우리 동네에서 식당을 꾸리며 성실하게 살아가던 분도 떠났다.

68세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뇌에 이상 신호가 찾아왔고,

긴 투병 끝에 결국 이승과 작별했다.

이어지는 이별 앞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왜 그 사람이어야 했는지, 왜 지금이어야 했는지 묻고 싶지만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죽음 앞에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너무도 공평하게

우리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큰 허망함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내일을 준비하며 살아가지만 죽음은 언제나 오늘의 문턱에 서 있다.

그래서 평범한 하루, 스쳐 지나가는 인사와 무심한 웃음조차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된

뒤에야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서울에 살 때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한 지인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다.

하루는 떡국을 먹자고 나를 불렀다. 함께 떡국을 먹고 있는데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때서야 ‘벽에 *칠하도록 산다’는 말을 실감하게 됐다.

며느리는 아무 말 없이 벽에 남겨진 흔적을 닦아냈다.

배고프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는 하루를 견디고, 남편은

“정말 밥을 안 챙겨드리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그것은 단순한 효심이라기보다 인간이 감당해야 할 가장 깊은 사랑의 한 형태처럼 보였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삶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병으로 갑작스레 생을 마감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지,

아니면 기억과 자아가 서서히 희미해지는 시간을 오래 견디는 것이 더 힘든 일인지.

물론 답이 없다. 죽음의 방식은 선택할 수 없고 우리는 각자 주어진

끝을 맞이할 뿐이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다.

어쩌면 삶의 의미는 어떻게 떠나느냐보다 떠나는 순간까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가에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인간은 죽음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존재다.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고,

미루고 싶어도 미룰 수 없다. 남겨진 것은 받아들이는 일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희망을 품은 채,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 주어진 시간을 때로는 감사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그것이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우리의 가장 정직한 자세가 아닐까 반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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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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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청산 박 성호 | 작성시간 26.05.12 아 배후배님과 선배님의 글은 잘읽고 있읍니다.
    문학으로 또한 삶으로 주시는 글 감사한 마음으로 허나 삶의 행복만 생각하시고 그 후는 그냥가는 세월인걸로 ㅡ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小談 (구 큐티여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13 제 글을 잘 보신다니 후배님 감사합니다.
    작은 흔적이라도 저에게는 글쓰는데 많은 힘이됩니다.

    저에게 답글을 지성으로 달아주시던
    손혁수 후배님은 지금 무얼하고 계실까?
    문득문득 생각남은 저와 글로 교류한 세월이
    결코 흘러보내기에는 오래 세월의 흔적이 그렇게
    단단하게 제 마음의 그리운 기억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는 제 글에 청산님이 힘을 실어주시네요.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고맙습니다.
  • 작성자배규택 | 작성시간 26.05.12 글을 읽으며
    한참동안 그냥 멍하니 있었습니다

    연이어 찾아오는
    이별 앞에서도 삶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눈,
    그리고 그 슬픔을 이토록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아내는
    우리 누님 참 대단 하십니다.

    스피노자는 말했습니다.
    "자유로운 인간은 죽음보다
    삶을 더 깊이 생각한다"고.
    누님의 글이 꼭 그러합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은 살아 있는 하루의 소중함을,
    곁에 있는 사람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으니까요.

    며느리가 말없이
    벽을 닦아내던 장면,
    보리밥을 해놓고
    함께 웃던 이웃의 모습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어떤 철학서보다 삶의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떠나느냐보다
    떠나는 순간까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가"
    이 한 문장이 오래 남습니다.

    누님께서는
    늘 따뜻하고 순수하신 분이라,
    그 온기에 이끌려
    곁을 지키던 사람들을
    하나씩 먼저 떠나보내는 일이
    얼마나 애틋하고 허전하실지
    헤아려집니다.

    삶이 덧없다는 말이
    누님의 입에서 나올 때,
    그 말 안에 담긴 깊은 사랑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집니다.

    먼저 가신 분들도
    누님과의 추억을 꺼내 보며
    누님의 안녕을
    빌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누님의 밝고 고운 마음을
    모두들 잊지 않을 것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배규택 | 작성시간 26.05.12 그런데 어울림 우체통에서
    포란 중이던 새, 부화는 했나요?
    밥 달라고 조르는 소리
    들리지 않나요?
    어쩌면 그 소리,
    먼저 떠난 이들이
    어울림의 안녕을 묻고 싶어
    잠시 다녀가는 것인지도 ......
    .
    .
    .
    삽화도 그리셨네요
    하나하나 늘어나는 품격 과 실력
    큐티여사님 파이팅입니다
  • 작성자小談 (구 큐티여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13 서울에서 내려와 단양에 둥지를 튼후,
    유일한 이웃의 한 집이 었는데
    저의 마음을 이렇게 충격에 빠지게 하네요.

    주문식 염소탕 식당을 하면서 고생하다가
    파크골프도 함께 다니면서
    정말 즐겁게 살만한데 암이 찾아 왔습니다.

    기도원에서 3년간 투병하다가
    결국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마지막을 보내는 며칠 잠시 집에 왔을때
    마지막 모습이 너무나 마음이 아파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건강하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안개 처럼 사라지는
    인생이 정말 덧없었습니다.

    이번에 이 글을 쓰면서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늘 부족한 서툰 글을 아름답게 승화 시키시는
    시보네님 고맙습니다.

    제가 글에 삽화를 넣는 게 너무 부러워
    그림을 그린다고 하니
    덕은님이 이젤을 만들어 주었지만
    생각보다 실천이 어려워
    조금 그림을 그리다가 아쉽게 중단했습니다.

    이제는 AI에게 삽화를 부탁하니
    이렇게 멋지게 그려주네요.
    시보네님의 영향도 큽니다.

    시보네님의 글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AI에게 삽화를 부탁 할 수도 있고
    창작이 필요없는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시대에 따라 함께 흘러가는거지요..
    많은 걸 배웁니다.
    늘 시보네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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