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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주의 '순애보'에 얽힌 추억

작성자이창훈|작성시간21.06.16|조회수461 목록 댓글 5

오늘 유튜브에서 박계형 작가를 보았다.

 

1943년 생이니 한국 나이로 일흔 아홉의 춘추가 되었다.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해가 지지 않는 땅', '연짓골 연사', '환희', '정이 가는 발자국 소리',

'해가 지지 않는 땅' 등 감수성 넘치는 소설들로 한 시대를 풍미하였다.

특히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청춘들에게 가슴이라는 과녁에 청춘의 꿈과 사랑을 사정없이 관통시켰다. 

 

함께 출연했던 사람과 대담을 나누는 프로였는데, 이 시대를 보는 눈이 너무도 예리하고

빛나는 통찰력을 견지하고 있었다. 

특히 천착하고 있는 종교에 대한 우려와 노파심이 지극하였다. 

저토록 몸과 마음 건강한 모습을 보며 나의 마음 역시 흐뭇한 마음이 되었다. 

 

박계형과 이름이 비슷한 박계주 작가가 있었다. 

1913년에 태어나 53년을 살다 가신 분이다. 

'순애보', '죄없는 죄인', '별아 내 가슴에', '포화 속의 십자가', '구원의 정화', '5인의 해병'

등의 감수성이 넘치는 작품들을 남기신 분이다.

 

옛일이 생각난다. 

아마도 고등학교 1학년이 아니면 2학년 때였을 것이다.

독후감을 발표하는 국어 시간이었다.

 

한 친구가 박계형 선생과 이름이 비슷한 박계주 선생의 '순애보'의 독후감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유영화 친구가 아니었던가 싶다.  

그 친구의 눈에는 아직도 '순애보'에 묘사된 지고지순한 사랑이 어려 있는 듯,

그가 받은 감동을 열성을 다해 피력하였다. 

 

이윽고 교시가 끝나는 벨이 울리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쉬는 시간이라고 해 봐야 십여 분 남짓인데 웬일인지 친구들의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보니 칠판의 하얀 분필 선명한 '순애보'라고 쓴 글에, 무슨 글자 하나가 첨가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킬킬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에 앉은 덩치 큰 친구가 '어이, 그거 지우지 마라.' 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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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조영남 | 작성시간 21.06.17 작품성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었던 작가였었는데, 머리말이나 꼬리말 끝에 항시 써 왔던 '상계동에서 계형이가' 라는 문구는 아직도 생각이 난다
  • 작성자조영남 | 작성시간 21.06.17 글 중에 '천착'이라는 단어가 있던데 바로 씌여진 단어인지....
    무슨 뜻으로 쓴 글인지 궁금하네~
  • 작성자이창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6.18 穿鑿, 천착, (뚫을 천, 뚫을 착)
    깊이 살펴 연구한다는 의미이네.

    박계형 작가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군과 함께
    한적한 시골에서 부산스러움을 피해
    그들이 신봉하는 종교의 진리 속에서
    존재와 영원의 의미를 궁구하며 학처럼 살고 있었네.
  • 작성자섬뜰 | 작성시간 21.07.22 '순애보'는 원산 명사십리해수욕장을 배경으로 남녀간의 숭고하고 깨끗한 사랑을 그린 1930년대 박계주(1913~1966) 선생이 쓴 소설입니다. 박계형은 그 당시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박계형은 1960년대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젊음이 밤을 지날 때' 등 대중소설로 크게 인기를 얻은 작가였습니다.
    우리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이었던 그때, 그녀는 20대초반의 여대생 작가로 뛰어난 문장력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경험하지 않고 이런 소설들을 쓸 수 있었을까?'하고 많은 의구심이 들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
  • 작성자이창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7.24 눈 밝은 이가 있어 오류를 잡아주는 구료.
    그렇잖아도 이 글을 쓰면서 박계형의 작품 이력에 왜 '순애보'가 없는지 의아스러웠다오.

    우리들이 고등학교를 다닐 때 독서신문이 유행하였소.
    그 독서신문에 연재되던 글 중에 작가가 박계주인지 박계형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그 감수성 예민하던 문장을 보며 잠시 청춘의 짐을 내려 놓고
    한가를 즐기던 순간이 기억되오.

    미안하지만 내가 글을 다시 수정해 놓았으니
    양해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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