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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평공간

[한국소설]무진기행 - 김승옥

작성자정신병자|작성시간17.09.12|조회수697 목록 댓글 6







이러한 소설을 읽으면, 옛날 하던 TV 단막극 같은게 생각난다. 말하자면 매우 미시적이며 비포장도로적이며 골초적이며. 머릿기름적이며..고래사냥류의...


아무튼 이 '무진기행'의 도입부는 나쁘지 않다. 나무위키에서는 '사일런트 힐'이라는 드립을 치는데, 근사하다. 다만 내용은 그리 파격적이지 않다. 약간의 소재라면, 죽은 술집여자, 그러한 여자의 과거 같은 살아 있는 여자가 있다. 다른 말로, 내용은 간단하다. 고향에 와서 모르는 여자와 자고 다시 집에 돌아 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간단한 내용이 마음에 든다. 문체가 무슨 공백없이 대화로 문장을 만들어 채워버리는 서술에다 재미없는 대화, 재미없는 농담인, 과거냄새나는 스타일인데, 그것도 참을만 하다. 우연히도 안개와 어울리거나 그 시대의 시그니처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현재의 독자뿐만 아니라 미래의 독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보일지 한번 쯤 생각해 봐도 좋지 않을까 한다. 

 탐탁치 않으면서도 이 소설에 내가 이끌리는 건, 약간의 어설픔, 불완전성에 녹아 있는 진실 때문이다. 지금 조금씩 읽고 있는 하루키의 '가단죽'에는 그런게 없다. 말하자면, 이데아니 존재니, 비존재니 하는 단어가 '무진기행'에는 없다는 것이다. 요즘 내가 느끼는 어떤 것에 대한 공감 같은 걸 이 소설에서 손톱만큼이나마 찾을 수 있었다.

' 서울1964년 겨울'도 좋았는데, 나는 이러한 상상력과 경험이 들어간 단편소설들을 더 접하기 싶다. (그의 소설은 그로테스크하다. 카프카의 소설보다 더 우중충하고 평면적이고 축축하고 찝찝하다. 카프카의 소설이 멸균된 형이상학적 느와르라면, 무진기행이나 서1겨는 세균이 득실되는 시궁창 느와르다.) '서1겨' 속의 여성은 죽어서 한 남자를 미치게 만드는 여성이다. '무진기행'의 여성이 귀찮고 이용해야 할 대상인 반면.  

 

 그의 소설 속 여자들은 왜 이렇게 죽었거나 불쌍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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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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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정신병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9.12 보편적인 것을 저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남자사람들은 이렇고, 여자사람들은 이렇고'라는 식으로. 김승옥이라는 사람의 인생이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의 데뷔작 '생명연습'을 방금 읽었는데, 먼저 읽은 무진기행이나 서1겨의 프리퀄 같은 느낌이 드는건 제대로 퍼즐이 맞춰진 것이겠죠. 김승옥이라는 사람에게 여성이란 어떤 의미였는지가 그의 글을 읽는 이유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tomato | 작성시간 17.09.13 정신병자 김승옥 작가에게 여성이란 어떤 의미였습니까? 저는 무진기행을 읽다가 작가의 여자사람 관점에 어이가 없어서리. 김훈 작가와는 다르게 같은 여성소재 의미로, 유사 보편적 관점으로 수렴되었기에.
  • 답댓글 작성자정신병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9.13 tomato 제 생각에 김 작가에게 여성은 버거운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가부장적 의식을 강하게 지녔기 때문에 그 죄책감이 책에 잘 나타난다고 봅니다. 생명연습에서 자신의 아버지의 부재, 어머니의 여러번의 외도, 그 걸 못참고 죽는 형 등, 화자는 그 것을 목격할 뿐 개입하지 못하는데, 그 뉘앙스가 씁쓸하죠. 무진기행에서 화자는 자신을 구세주로, 구원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오해하는 여성에게 자신의 이득(섹스)만 취하고 도망칩니다. 그러한 능력이 화자에게는 없기 때문인데, 그러한 오해는 반대로 가부장적인 남성의 허세와 부합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기도 하죠. 서1겨에서 병걸려 죽은 아내의 시체를 판 남자는 양심에 찔려 자살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정신병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9.13 tomato 화자와 부유한 집 남자는 양심에 고통스러워하는 남자와 함께 그 돈을 같이 쓴다는 설정으로 여러명의 남자에게 죄와 공포가 전이되고 맙니다. 자살한 남자는 오히려 자살이 아닌 타살, 사형 심판을 받은 듯이 보이기 때문에, 다른 두 남자는 진범이 잡혀가고 풀린 공범의 입장이 됩니다. 하지면 이 소설에서의 포인트는, 여자가 죽었다는 것이고, 다른 세 남자가 같이 간다는 설정을 잡은 작가의 설정이겠죠. 남편이 죽은 보험금으로 우울해 하며 흥청망청 써대는 여자와, 그 여자에게 빌붙어 같이 소비하는 두 여자가 있었다가, 양심의 가책에 여자가 죽었다면? 성별이 이렇게 고정된 것이, 그 시대의 작가와 독자의 문제 아닐까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정신병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9.13 정신병자 그리고 그 시대를 지나 지금도 이 소설이 효력을 발한다면,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나타나는 갈림 지점이지 않을까 합니다. 생물학적, 심리적, 문화적 구조와 틀에 의해 설정된 역할이 드러나는 것일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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