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라리 잡초로 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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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ntity
Julio Noboa Polanco
Let them be as flowers,
I'd rather be a tall, ugly weed,
To have broken through the surface of stone,
I'd rather be unseen, and if
then shunned by everyone,
I'd rather smell of musty, green stench |
나만의 삶
훌리오 노보아 폴란코
그대들은 꽃처럼 살아라.
나는 못생긴 키다리 잡초가 되리라.
살기 위해 돌 껍질 뚫고 나와
차라리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리라
기름진 골짜기에 무리지어 자라면서
달콤하고 향기로운 라일락의 냄새보다 |
시인 폴란코(Julio Noboa Polanco)는 푸에르토 리코(Puerto Rico)출신이다. 출생연대나 가정 환경 등 그에 관한 내력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몇 개의 시가 애송시 책자나 인터넷 공간에 떠돌 뿐이다. 말 그대로 '잡초 시인'이다.
푸에르토 리코는 카리브해에 떠 있는 미국 자치령이다. 콜럼부스가 이 섬을 발견한 이래 스페인 식민지로 고초를 겪다가 미국이 무력으로 차지하였다. 나라 명칭 푸에르토 리코는 "부유한 항구(Port of Rich)"란 뜻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이 점령하고 있으나 정식 영토가 아니어서 차별이 심하다. "미국이면서 미국인이 아닌" 어정쩡한 환경에서 주요 산업과 자원은 미국이 독점하고 있어 국민소득이 낮고 거리에 빈민이 넘쳐난다. 이들은 미국에 대한 반감으로 가득 차 있으나 그러면서 미국인이 되기를 동경한다.
'폴란코'는 미국인이 되어 안정되고 유복한 생활을 즐기려 하는 자에게 비판의 일침을 놓는다. "너희들은 화분에 놓인 화초처럼 자유를 잃고 속박되리라." 시인은 배부른 노예처럼 살기보다 차라리 배고픈 자유인으로 살라고 동포를 향해 부르짖는다. 시인은 꽃과 잡초의 대비를 통해 자유의 의지를 불태운다. 아름다우나 결국 뽑혀지는 꽃이 되지 말고, 보잘것없는 모습이나 꿋꿋이 살아남는 잡초가 되자고 권한다. 이등 국민의 애환과 그 절실한 극복의지가 이 시에 담겨있다.
본시 잡초와 꽃은 하나였다. 인간에게 아름답고 이로우면 꽃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잡초로 불리게 된 것이다. 꽃은 각자의 이름으로 불리나 잡초는 그냥 잡초로 통용된다. 그래서 잡초를 '民草'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나라의 땅을 밟고 사는 이들 모두는 이름과 인격이 있다. 마치 잡초들에게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소리쟁이 같은 원래 이름이 있는 것처럼...
잡초를 잡초라 부르는 이에게, 백성을 뭉뚱그려 피통치자로 인식하는 지도자에게, 대상의 고유한 존재와 가치는 무시되고 만다. 모든 잡초가, 서민들이, 그 고유한 의미로 대접받을 때 세상은 바로 선다.
시인은 잡초가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 맹세 속에는 '차라리(I'd rather)'라는 불만과 냉소가 들어 있다.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회는 꽃이 만발한 낙원이다. 그러나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인고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시인 폴란코(Polanco)는 세파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벌판을 채우는 한 떨기 잡초가 되어 세상의 정의와 행복을 실현하고 싶은 것이다.
번영의 그늘에서 밑바닥 인생을 사는 이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장애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는 이도 있으며, 보다 큰 목표를 향해 노력과 분투를 아끼지 않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저마다 잡초의 삶을 살며 꽃이 만발한 세상을 꿈꾼다. 우리도 한번 질긴 잡초가 되어 생을 거침없이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