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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작성자파란|작성시간06.12.23|조회수96 목록 댓글 7

맏딸인 내게 오빠라 불리우는 이가 있다.

 

초록 교복을 입었던 중학교때부터였으니
얼추 10년가까이 부르게된 오빠라는 이.

 

한살 터울이지만 언제나 정신연령은 두살이 높다 우기는
내말에도 별 저항없이 오빠요. 친구가 되어주는 이.

 

서로 교복을 입었던 그때 그이는
공부잘하고 반듯한 사람이였다

 

어떤일로 내가 호들갑이 심해질때도
사춘기의 질풍노도를 겪고 있을때도
밑도 끝도 없는 내이야기를 언제나 똑같은 얼굴로 " 응. 그래. " 하며
들어주는 한결같던 사람.

 

얌전하게 공부만하던 그이가
좋은대학에 합격하던날
" 다 너 덕분이야 " 라고 말했을때
정말 친오빠처럼 그이는 나의 자랑이였다.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던 그이는
세상일과 무관하게 자기 앞가림만 충실히 하는 성실한 사람이였으며

 

내가 집회를 다니고
세상일에 악다구니를 쓰고 있어도
그이는 언제나처럼 조용히 고개만 끄덕일뿐이였다.

 

그러던 그이가 정말 쌩뚱맞게
전국 학생운동단체 의장을 맡게되었다 했을때
참 의외라 생각해서 던진말이

 

" 다른사람이라면 모르겠는데 오빠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
" 그러게 나도 모르겠다 "

 

천성이 부딪히는걸 모르던 사람인지라
큰 단체의 장을 맡아 하는일이 참 버겁게 보였었다.

 

그.랬.는.데

들리는 이야기로는 역대에 비해 오빠가 맡아 굴리고 있는 올해가
가장 강성이라 했다.


점거농성을 하면서 새벽마다 보냈던 그이의 문자들은
외롭고 힘든길을 가는 청년으로 그가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고비를 숨차게 넘긴다음 이제 임기가 다 끝나간다며
홀가분해 하고 있었던 그이였는데
얼마전 또 일이 벌어지면서 그이는 다시 길위에 있다.

 

" 삭발하고 단식농성 들어갔어 "

 

칼바람이 부는 길위에서 천막치며 새우잠을자고
따뜻한밥을 먹어도 모자랄 한창 나이에 단식까지 하며
그이가 이루고 싶은꿈은 무엇일까.

 

" 크리스마스를 길에서 보내겠구나. 언제까지 하는거야?"

" 글쎄. 국민건강권이 확보될 그날까지.. "

 

의료봉사를 하며 시골 보건소의사로 살고싶어 한의대에 진학했던 욕심없던 그였다.

 

 이란 시를 읽고난뒤 그이에게 해주고픈 이야기가 생각났다.

 

"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 하였다"
라는 싯귀가 있더라 . 지금 우러러 보는 하늘이 겨울달 처럼 차더라도 언젠가는
분수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아늑히 품어볼날이 있을꺼야.
태양을 등지고 있는 동안에 그러는 동안에.. 쉬이 지치지 않기를 바랄께.
봄은 언제나 오더라.

 

뜨뜻한 방구들을 지키며 몸편히 
인터넷뉴스를 찾아 그의 기사를 읽었는데

얌전하기만 했던 그는 어느새 강성 운동권대학생의 모습으로

그려져있었다.

그의 진심을 알고있기에 싸늘히 서글퍼졌다.

 

그의 생일날 선물을 줬더니
" 동생을 알게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 라던 그이.

 

곧 그가 믿고 사랑하는 아기예수의 탄신일.
길위에서 쓸쓸하게 축복하고있을 그에게도
성탄절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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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달빛능선 | 작성시간 06.12.24 겨울달처럼 차갑더라도 차가움 속의 투명한 아름다움을 느끼네요.
  • 작성자대한민국 젊은이 | 작성시간 06.12.24 성탄절은 모든 사람이 행복해도 좋은 날!
  • 작성자비인 | 작성시간 06.12.26 오늘의 소리없는 침묵과 고요가 내일엔 커다란 울림이 될 것입니다. "오빠~ 힘내세요~~"
  • 작성자헬레나 | 작성시간 06.12.27 가슴이 뭉클 하네요. 그 순수한 열정......결코 이기적인 많은 사람들은 애써 못 본채 하며 살아가지요.
  • 작성자반가운 | 작성시간 06.12.31 이 카페 오시는 분들 장편소설 줄거리를 다 하나씩 갖고 계신 것 같애요. 깜짝 깜짝 놀란답니다.. 서로 좋은 만남이군요. 별은 외로울지라도 차갑고 어두운 곳을 끝없이 달리고 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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