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산더미로 왔습니다.
올 겨울엔 군불 안 때도 전혀 안 춥겠어요.^^"
몇 일 전 네째 시누이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입니다.
지난 여름에 억수로 자랑하던 토마토는 늦게 찾아온 장마비가 다 쓸어버리고
8월 하순에 배추 모종을 심었습니다.
배추는 별로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주말 농장 아저씨 말도 있엇거니와
김장 자체를 봄까지 조금씩 ,두 세번 정도 나눠서 담그는 전략(?)에 따라
그 배추들 잘 자라면 더 골치겟다 싶어서(저장을 못하니) 거의 방치 상태로
두엇지요.
마음 한 구석에는 ' 배추들이 나를 기다릴텐데....'
양심의 가책을 받곤 했지요.
겨울 들면서 배추 한 포기 4 천원씩 한다는 말에 놀래 가지고
얼른 가봤더니 역시나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므로..
배추는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더군요.
그래도 속 알맹이들은 들어 있기에 미안해 하면서 잘라왔습니다.
네째 시누이랑 통화 하다가 ...
"그거 김치 담았다가는 고생하고 돈 버리고....
아깝다 마시고 그냥 버리세요. 밭에 심어 놓은 배추가 한창 좋으니까 그걸로
김치 담아서 보내 드릴게요."
그리고 산더미같은 김치가 택배로 왔더군요.
이 겨울 다 먹고도 남을만큼 보내왔습니다.
넘 고맙고 감사해서..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해도 세상 어느 구석에 시누이가 올케 김장 도 맡아서
다 해주더라는 말은 아직 몬 들어봤다... 이래도 되는거냐.....'
오빠가 알면 나보고 염치 없는 여자라 하겠다..
호들갑을 떨면서 인사 치레를 햇지요.
하루 날을 잡아서 따로 저희 집 김치만 담궜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더욱 가슴이 찡 하더군요.
게다가 시누이의 음식 솜씨는 일가 친척들이 다 칭송할 지경이니
김치 맛은 볼 것도 없답니다.
시누이는 인정이 넘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기 마음에 안드는 일이나
사람에게는 아주 똑 부러지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사람이어서 제 마음에 더욱
합한 사람이랍니다.
다섯 시누이가 있는데 다들 선하고 부지런합니다.
그 중에도 저보다 한 살 위이지만 손 아래 시누이인 네째 시누이랑은
결혼 이후 가장 잘 통하는 시누이, 올케 사이입니다.
이런저런 상황들이 저하고 비슷하기도 하고 생각하는 것들도 잘 통하고 해서
비밀스런 애기도 잘 나누곤 합니다.
워낙 영리하고 빈틈없이 알차게 사는 사람인지라 배울 점도 많고
뭐든지 저에게 주고 싶어 애쓰는 사람인지라 안 계시는 시어머님 대신이란 생각도
든답니다.
그러던 것이 올해 배추도 비싼데.. 놀러 다니느라 시간도 부족한데..^^
그 시누이가 김장을 대신 해 주네요.
그래서 저의 '친절한 선자씨' 덕분에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고
난방 안 해도 춥지 않겠다는 충만감이 들어서 이렇듯 자랑 하고 있습니다.
12월에 들어섰으니 올해를 돌아볼 때인데
생각해보니 올해는 다른 해보다 더욱 여러 지인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았던
해입니다.
준 것은 없는데 받을 복만 많았던 아주 흡족한 (?)한 해 였다고 결산 합니다.
이런 팔자 아무나 몬 가지지요?
모쪼록 이마는 마이 벗겨지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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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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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혜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7.12.04 제가 이 자랑을 하는 데엔 이유가 있습니다. 결혼한 그 해 겨울, 만삭이었지마는 남편의 엄명으로 김장을 했습니다. 그 섭한 마음은 여태 못 잊습니다.^^ 그 섭함을 여동생이 대신 치유해 주었으므로 이제는 잊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여자는 결혼해서 김장 서른 번 하면 할머니 된다는데 저는 이제부터 거꾸로 되어 새로 시집을 가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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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peng 작성시간 07.12.04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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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우보 작성시간 07.12.05 피천득 파파 '뻘떡' 일어나시것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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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데이지 작성시간 07.12.06 많이 부럽구요. 영화번개 시간되면 저도 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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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리디아 작성시간 07.12.07 전 여태 새언니가 해 줬어요. 그런데 올해는 새언니가 아파서 김장을 못한다는데 이때 제가 짱~ 하고 아주 맛있게 김장을 해서 보내주면 좋겠는데 그게 안되니 가슴이 아픕니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