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고통 중에 침묵
“오! 하느님께서 다가오실 때 잠잠히 계십시오. 당신 안에 주님의 모습을 새겨주시도록.”
규칙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건강을 가진 사람이 고통에 초대하시는 하느님의 조용한 부르심에 묵묵히 따른다면 그는 성덕의 정상에 도달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엘리사벳 수녀는 독수리의 날개로 그 정상을 뛰어 넘어 완덕에 이른 사람들의 높은 침묵의 경지에 들어갔다. 곧 그는 고통 중에 침묵하고 하느님 안에서 침묵했다. 영혼은 고통으로 단련되고 고통 앞에서 그 참모습을 드러낸다. 고통은 보이지 않는 속마음은 물론 성격도 보여준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은 괴로움을 견디어내지 못한다. 남의 관심을 끌려는 사람은 고통 앞에서 말이 많고 신음소리를 내며 연극을 한다. 탐욕에 사로잡힌 사람에게 고통은 한스럽고 쓰라린 것이다. 그러나 강건한 영혼은 침묵 가운데 조용하고 묵묵히 고통을 이겨낸다. 십자가 아래 서 계시는 성모님께서 그 본보기이시다.
엘리사벳 수녀에게 고통은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게 해 주는 도구였다. 고통이 덮칠 때 그는 내면의 찬미가인 영원의 멜로디로 응답했다.
침묵과 자기를 잊는 것이 수녀 안에 무르익으며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갔다. “사랑이신 분께서 계십니다. 그분께서는 제가 고통을 받고 이겨내도록 도와주시고, 당신 안에 편히 쉬게 해 주십니다. 그것이 저를 변화시켜 줍니다.”(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1906년 10월).
고통을 초월하고 고통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는 것은 엘리사벳 수녀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되었고, 여기서도 그는 침묵의 수행법을 썼다.
많은 사람은 고통 앞에서 불평을 하고, 적어도 그것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들의 위로와 동정을 사려 한다. 그러나 엘리사벳 수녀는 그런 사소한 위로를 찾기는커녕 오히려 모든 위로를 거부할 생각부터 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몇 달 동안 그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그때 어떻게 밤을 보냈는지 묻는 수녀에게 아주 간단히 대답했다. “병자처럼 보냈지요.” 그리고는 즉시 다른 사람의 안부를 물었다. 이런 말도 했다. “고통에 신경을 쓰면 너무 힘들 거예요. 그러니 저는 제 아픔을 생각하지 않고 주님의 무한한 고통을 생각합니다.”(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1906년 10월).
“저는 고통을 통해 저의 의지가 굳어지고 견고해짐을 알고 있습니다.”(회고록, 239면). 회고록은 수녀가 고통 중에 침묵하라는 권고 이외에도 그가 어떻게 이를 실천하고 살았는지 잘 보여준다. 그는 지쳤을 때에도 결코 멈추지 않았고, 원장 수녀에게 자신의 무기력함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저는 본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불평을 하게 될까봐 늘 염려했습니다.” 라고 하면서 덧붙였다. “고통을 이기는데 제일 좋은 약은 기도입니다. 저는 심한 고통을 당할 적마다 저를 잊고 스승이신 주님의 고통과 하나가 되었지요. 그것은 순수한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몸을 좀 움직일 수 있게 되어 간신히 병실 입구까지 걸어갈 수 있었을 때에도 그는 그리스도의 모습과 차츰 닮아가게 해 준 희생과 찬미의 의무를 져버리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기록해 두었다. “흠숭하올 주님의 모습을 닮는 일이 완성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기도는 고통 가운데 있는 저의 영혼에 원기를 북돋아 줍니다. 진정한 결합은 감미로움 속에서가 아니라 이탈과 고통 안에서 이루어집니다.”(회고록, 221면).
혹독한 고통과 위기 앞에서도 침착하고 꿋꿋한 모습을 보여준 엘리사벳 수녀는 침묵과 기도의 힘을 강조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 이를 실천에 옮겼다.
그의 마지막 피정과 그즈음에 쓴 편지들은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십자가의 고통을 받아 안고 묵묵히 흠숭의 길을 걸어간 한 영혼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언제나 사랑을 믿으세요. 더 많은 고통을 받으면 그것은 당신이 더 많이 사랑 받는다는 증거입니다. 사랑하세요. 감사합니다. 라고 하면서 혹시 큰 고통이나 조그만 희생의 기회가 찾아오면 즉시 이렇게 생각하세요. 지금이 바로 나의 때이다. 지금이 바로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시는 분에게 사랑으로 보답할 시간이다. 하느님의 일을 하기 위해 영혼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당신이 안다면……. 저는 지금까지 몰랐던 환희, 곧 고통에서 오는 환희를 맛보고 체험합니다. 저는 죽기 전에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변형되기를 열망합니다.”(회고록, 225면).
엘리사벳 수녀가 저 높은 평화의 나라에서 영원히 영광의 찬미가를 부르는 날, 그는 다른 영혼들을 비추어주는 찬미가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것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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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예수의 베로니카 작성시간 17.03.27 "엘리사벳 수녀가 저 높은 평화의 나라에서 영원히 영광의 찬미가를 부르는 날, 그는 다른 영혼들을 비추어주는 찬미가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것이다."
아~~멘!! -
작성자코스모스 작성시간 17.03.29 “언제나 사랑을 믿으세요. 더 많은 고통을 받으면 그것은 당신이 더 많이 사랑 받는다는 증거입니다. 사랑하세요. 감사합니다. 라고 하면서 혹시 큰 고통이나 조그만 희생의 기회가 찾아오면 즉시 이렇게 생각하세요. 지금이 바로 나의 때이다. 지금이 바로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시는 분에게 사랑으로 보답할 시간이다."
아멘. 하느님~ 당신의 뜻과 사랑으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