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독자모임에서 돌아와 자리에 앉는다
마음 한켠이 쓸쓸하다
그토록 풍성하게, 밤을 새워가며 이야기판 웃음판 벌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외롭게 떠도는 섬.
그래도 좋은 사람들 얼굴 보았고
웃으며 인사 나누고 했으니 그것만도 고맙다
무엇보다 마음자리가 예전 만큼 불편하지 않았던 것이 -
그래도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온 아이처럼 뱃속이 허전한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앉아 있는 나를 짠하게 바라보시는 하느님 어머니 눈길이 느껴진다
모처럼 마을 잔치에 간다고 나섰던 자식이 뭐 하나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고 돌아온 눈치이니
어느 어미가 속이 편하겠는가
그것도 일이 그리 될 줄 뻔히 알면서
사람 구실 하려면 사람들과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면서 제 발로 나갔던 자식이니.
나를 보시는 하느님 어머니 짠한 눈길에, 슬그머니 장난끼가 솟는다.
'어매, 괜찮다. 어매한테 빙신 자식이 어디 나 하나뿐이던가.
그래도 내는 이번에 가서 좋은 사램들 많이 만나고 오지 않았나, 그라믄 됐제....'
만나고 헤어질 때 나를 안아주던 벗들을 생각하며 두 팔을 크게 벌렸다.
'하느님, 제가 안아 드릴게요'
그랬더니 우리 하느님, 빙긋 웃으신다. '우주보다 더 큰 나를 어떻게 안아줄래? '
한참만에
'하지만 나는 씨알보다 더 작아질 수도 있지, 네 가슴 안에. '
하느님 말씀이신지, 내 속에서 나온 말인지 그건 모르겠다. 그러나
그 순간 단단하게 뭉쳐져 있던 아랫배가 시원하게 풀리면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 건
결단코
내가 한 일이 아니다. (2003년 풍경소리 독자모임을 하고 와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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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덤 목사 작성시간 09.10.14 아무것도 안해도 내가 살아 존재하는 그 자체가 참 귀하단 말씀에... 호호나무 님 감사해서 눈물흘리고.... 말을 안하지만 그 말 듣고 위로받고 공감한 벗님들 여럿일 겁니다. 나도 그 중에 하나지요 *^-^* 근데 늙어가느라 옛날 일 뒤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날 자신이 했던 말도 써서 올리시지요... 혹 궁금한 사람도 있을틴디... *^-^* 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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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춤추는 바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9.10.14 피이 - 덤 목사님도 옛날 얘기 잘 꺼내면서 . 제가 했던 말이라니, 예배 때 했던 말이요? 그까짓거 하죠. 마침 전기밥솥 스위치 누르고 밥 되기 기다리는 참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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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덤 목사 작성시간 09.10.14 젊어서 읽던 무협지에는 차 한잔 마시는 동안... 이였는데 요즘은 전기밥솥에서 밥이 익는동안... 이군요 *^-^* *^-^* *^-^* 아, 한식경이라는 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