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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물론 작성시간22.04.26 캘린더는 꽉 차 있는데, 하나같이 나가기 싫은 일정이다. 그렇지만 전부 내가 원해서 계획한 것들이다. 사흘 전에는 저녁으로 라자냐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레스토랑에 급히 예약한 것도, 너와 같이 아침에 나눠 먹으려던 사과와 우유를 사기 위해 세운 계획도 전부 내가 원한 일들이다. 근데 이젠 전부 쓸모가 없어졌다. 늦은 주말 저녁에 찾아오는 안부가 이제는 없다. 지겹도 찾아오던 초인종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밖에 누르지 않던 초인종에 먼지가 앉고, 눈이 앉고... 제 쓸모가 사라졌다. 우두커니 서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너도 없다. 빼곡하면서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캘린더도 제 쓸모가 사라졌다. 나도 쓸모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