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찍이들의 엘리티시즘은 능력만 있다면 도덕적이지 않아도 무관하며,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일만 잘 할 수 있다면 사소한 도덕적 결함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그릇된 가치관을 함의한다. 문제는 그들이 생각하는 유능함이 언제나 국가와 사회의 발전과 유지에 이바지할 거라는 특출날 게 없는 착각 때문인데, 그들은 부패했지만 유능한 캐릭터를 상상하며, 자기 사리사욕을 위해 부정부패할 줄 알지만, 동시에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할 일은 잘 하길 바란다.
그들의 유능함은 대체 불가능한 것이고, 각각의 엘리트는 그 수가 얼마가 되었든 너무나도 귀중한 자산이라 단 한명의 손실조차 용납할 수 없다. 대체로 이는 진보 세력이 부패한 이들에 대한 처벌, 부패구조의 개혁을 요구할 때마다 엘리트가 유능함을 발휘할 수 없도록 만드는 폭거라 받아들이며 그들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한다.
문제는 그들의 부패이익 역시 대변한다는 것이며, 그들이 부패하지 못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착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직무에 유능함과 무능함의 구분은 자신의 일을 얼마나 잘 처리하느냐로 결정된다. 더 정확하고 더 빠르며 더 유연하게 문제를 처리하되, 그러한 것이 권한이나 제도적 충돌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2찍이들은 이러한 구분을 무시하고 그저 유능함과 무능함이라는 개념을 오용하거나 구분을 두지 못한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에게 유능함이란 엄밀한 개념이 아니다. 도리어 구분 없는 막연한 인상 정도로 구분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개념의 엄밀함이 부족하고, 논리의 정밀성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들에게 유능함이란 단순한 개념이다. 공부를 잘해서 수능을 잘 보고, 좋은 대학 들어가 졸업하고, 사법시험이나 행정시험, 의사시험 등 사회지도층이 될 수 있는 세련되고 강력한 권력을 다루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그게 곧 유능함이다. 그리고 그들의 유능함은 견제 받지 않고, 제한받지 않고 발휘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들의 유무능 구분에 있어서 도덕적 결함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의 가치관을 잘 설명하는 말은 이것이다. XX하면 어떠냐,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
여기서 경제는 다른 가치로 대체되어도 무방하다.
문제는 부패란 자신의 직무와 권한 내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그것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부패의 영역은 매우 좁다는 것이다. 가령, 검사가 부패를 저지를 때 피의자나 피의자가 속한 조직에게 이권을 받고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기소를 해주거나 재판을 진행해준다. 여러 건 중 약한 것들로만 기소를 하거나, 증거인멸이 가능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속으로 수사하거나, 증거를 제대로 수집하지 않거나, 수집된 증거를 무리하게 해석하여 제출하지 않을 수 있으며, 사안이 큰 경우 대신 인멸해줄 수도 있다. 어떤 정치적 사건 때 중요한 증거물이 어느 순간 사라져 있는 것이 행정적 오류나 정리 작업의 복잡성, 혹은 우연일 수 있을까?
부패하지만 유능하다는 것은 이렇게 해석되어야 한다. 부패하는 것에 유능하다. 라고.
유능함에는 도덕적 기준이 없기에 도덕적이고 유능한 사람을 뽑고 그들이 도태되지 않게 해야만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윤리, 도덕적 기준은 유능함이나 그것을 보증해주는 대학 졸업장이나 전문직 업종 종사자 같은 타이틀보다 우선되지 않는다. 그렇게 유능하기만 하면 권력을 보장받을 수 있기에 부패하고 유능한 이들은 자신의 유능함을 발휘하여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키고 그보다 더 적은 양의 개인의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
부패하는데 유능한 것은 결코 자신의 직무에 유능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 똑똑하고 능력 좋은 검사가 자신의 능력을 부패에 쓴다는 건 자신의 직무 권한을 남용하여 발생시키는 일이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처벌받아야할 피의자를 처벌받지 않게 하거나 더 약한 처벌을 받게 하거나, 편파적이고 불공적인 수사를 통한 피의자에게 특혜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은 모종의 이익을 얻는다. 돈이나 정보가 될 수도 있고, 퇴직 후 로펌에 대단한 조건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전관예우를 통해 불공정한 재판을 연출한 뒤 고액의 수임료를 받을 수 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사외이사가 될 수도 있고, 혹은 권력과 권력을 연결시키는 브로커 역할을 하며 중간에서 받아먹을 수도 있다. 부패의 방식은 각양각색이지만, 어느 것 하나 사회적 손실이 아닌 것이 없다. 본래 누군가에게 가야할 돈, 누군가가 있어야할 자리, 누군가가 받았어야할 처분 등이 다른 사람에게 가기 때문이다.
이를 거꾸로 말하자면, 부패한 검사는 자신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는 말이고, 자신의 직무네 있어서 무능하다는 말이 된다. 검사의 역할은 피의자를 수사하여 범죄 사실을 입증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부패한 검사는 그것을 자의적으로, 이익에 따라 누군 범죄 사실을 입증하고 누군 그렇지 않을 수 있으며, 입증해낼 수 있는 범죄를 골라서 적용시키거나 탈락시켜줄 수 있다. 검사가 아니라 그 어떤 위치에 있는 이라도 마찬가지다.
실적이 아닌 정치에 따라 연봉과 진급/승진이 이루어진다면 실적을 높히는 대신 윗사람과 더 친하게 지낼 것이고 더 많은 선물과 편의, 향응을 제공하려 할 것이다. 능력이 아닌 친분에 따라 고위직을 나누어주는 대통령이라면 인사권이 닿는 범위 내에서 능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보다 대통령 눈에 띄기 위해 부정한 노력을 다하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납품 계약을 받는 이가 자신에게 얼마나 더 많은 향응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한다면 품질과 성능 대신 자신 개인에게 더 많은 이익을 제공해주는 쪽과 계약할 것이다.
이러한 부패는 반드시 더 큰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키는데, 범죄자가 범죄자가 아니게 되거나, 범죄자가 아닌 사람이 범죄자가 되거나, 능력 없는 사람이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여 잘못된 판단으로 손실을 입히거나, 대규모 참사를 발생시키거나, 하자가 심각한 결함 제품이 군인들에게, 고객들에게 납품될 것이며, 더 큰 규모에서는 항공기, 전차 등 안보 체계에 큰 악영향을 발생시킬 결정이 납품사의 로비로 이루어질 수 있다.
부패한 자가 유능할 수 없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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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Khrom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12.14 Khrome 당사자가 아닌 입장에서 어디까지 후퇴하고 전진하고 어떤 행위를 얼마나 했느냐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건 자유지만, 제3자의 입장이 반드시 도덕적/명분적 우월함을 가져다주는 건 아닙니다. 위안부 합의 이야기를 꺼낸 건 그런 이유에서였고요. 나는 죄가 없으니 죄지은 너희들에 대해 판결을 내리겠노라 하는 건 오만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애초에 싸운 적 없는 이가 죽인 자와 도망간 자에 대해 누가 더 잘했고 잘못했고를 판단 하는 건 정당한 입장에 서서 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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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삼한일통 작성시간 23.01.21 Khrome 선택에 따른 책임이라고 했는데
그럼 성추행 때문에 도지사나 시장이 사퇴해서 재보궐이 일어날 경우
왜 그 해당 사유가 민주당이어도 민주당을 찍어야합니까?
선택에 따른 책임이면 안찍는걸로 '심판' 받아야함에도 이 카페에서 심판여론 있었나요?
물론 뭐 투표에 선악 가르는건 바보같은 짓이죠. 전임시장이 바지를 내리고 똥을 싸도 그 사람 또 찍어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 후임자가 더 무능해도 찍어주는 사암 있는데 그걸 선악으로 구분하는것도 웃긴 일이죠.. -
답댓글 작성자Khrom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1.21 삼한일통 사유가 민주당이라고 하는 거 자체가 진영 논리처럼 보이네요. 민주당이라서 성추행을 하나요? 아니면 민주당이 성추행 하라고 시켰나요? 아니면 성추행할 사람을 주로 민주당이 받아주나요? 정치인의 성비위 문제는 좌우, 민주당과 국힘당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성비위는 개인의 도덕성에서 촉발된 범죄이지 정책의 실패나 오판과 무관하고요. 윤석열 비판자들이 윤석열이 성범죄 저질러서 비판하는 게 아닌 것처럼요.
선거를 통해 뽑힌 사람이 문제를 발생시켜 재보궐 선거를 할 경우 대체로 그 문제를 벌인 진영이 불리하게 선거가 이루어집니다. 그럼 그게 시민들의 선택인 거죠. 민주당 찍고 싶으면 찍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찍어야 한다는 당위가 생기진 않아요.
선택에 따른 책임을 잘 이해 못하시는 거 같은데, 선택했으면 책임은 어떤 식으로든 돌아옵니다. 이건 선악과 무관하고요. 아예 핀트를 잘못 잡으시는군요. -
답댓글 작성자삼한일통 작성시간 23.01.21 Khrome 그쵸? 싸잡는게 곧 진영논리이니
2찍, 대구당, 국짐당, 느그정의당 등등의 비칭멸칭 카페 올라갈 때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이고 정의롭게 다스려주리라 믿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Khrom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1.21 삼한일통 Sigh.. 여전히 이해를 못하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