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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E.샤츠슈나이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24.03.04 [초단편] 서울의 가을
모든 것은 1979년 12월 12일 밤, 그 운명의 시각에 결정되었습니다. 1, 3, 5공수여단, 9사단과 30사단 병력이 서울을 장악하기 위해 속속들이 모여들고 9공수여단이 쿠데타를 막기 위해 행주대교를 건너려던 그 시각, 기막히게도 정보가 새어나가 북의 남침이 시작된 것입니다. 정보보안을 담당하던 보안사가 쿠데타를 위해 온갖 정보오염 공작을 벌여놓은 탓에 지휘부는 사분오열, 후방에서 보급망과 정보망을 교란하는 적 특작부대에 대한 대침투작전 역시 특전사와 수경사가 무력화된 상황에서는 여의치 않았습니다.
경복궁 30경비단 본부에 모여있던 쿠데타 지도부는 그야말로 대경실색,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9공수가 행주대교를 넘기도 전에 미8군 사령관 존 위컴 대장은 작전통제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상기시키며 용산에 주둔한 미군 병력을 출동시켜 경복궁으로 들이닥쳤죠. 물론 여전히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정병주 특전사령관이 자신을 체포하러 온 3공수여단장 최세창을, 필동 수경사를 지키던 장태완 수경사령관이 1공수와 5공수를 정상적인 지휘체계에 복귀시키는 데 성공은 했지만, 이미 적군은 효창공원에 주둔한 장기오 준장의 5공수를 제압한 상태였죠. -
답댓글 작성자 E.E.샤츠슈나이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24.03.04 중정, 경호실, 보안사가 무력화되고 옳은 정보와 적의 역정보, 심지어 남침 이전 보안사가 뿌린 정보오염을 구분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정찰총국 병력이 보안사를 습격해 구금되어 있던 김재규와 정승화를 납치하는 초유의 사태마저 벌어졌습니다. 적 병력이 서울 이곳저곳을 누빈다는 것은 곧 육본, 수경사, 총리공관이 함락되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신호였죠.
그 누구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던 비상식적인 순간에, 누군가의 명령을 받은 팬텀기 1개 편대가 군산에서 이륙했습니다. 미군과 국군이 기지를 나누어 쓰는 군산기지의 특성 상 이는 국군 항공기의 요격활동으로 여겨졌지만, 용산에까지 들이닥친 특작병력과 교전 중이던 미8군 사령부 본대는 그야말로 뒤집어졌습니다.
그 팬텀기 편대가 340kT 위력의 B61 전술핵탄두를 싣고 평양으로 향한다는 소식이었죠. -
답댓글 작성자 E.E.샤츠슈나이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24.03.04 뒤늦게 이 항공기들을 추적해 요격하려 했던 미군이었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습니다. 이들은 이미 NLL을 넘은 상태였으니까요. 대노했던 위컴 사령관 역시 서울을 방위하기도, 정부 요인들을 데리고 피신하기도 어려운 시점에는 차라리 참수작전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 상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오히려 MGM-52 랜스 미사일을 북한의 주요거점으로 날려버렸습니다.
비록 팬텀 편대는 평양의 방공망을 뚫지 못한 채 핵탄두를 엄한 곳에 뿌리고 말았지만, 미군이 발사한 중성자탄의 위력은 상당했습니다. 마치 무선침묵이라도 지시한 것처럼 북한의 지휘체계는 완전히 붕괴했고, 소련과 중국은 핫라인을 가동시켜 워싱턴 DC에 비상연락을 취했습니다. 물론 다섯 자리수에 달하는 소련의 핵미사일들이 발사준비태세가 들어간 상태였죠. -
답댓글 작성자 E.E.샤츠슈나이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24.03.04 한반도에서 벌어진 미증유의 사건을 카터 행정부는 어떻게든 수습하려 나섰습니다. 12월 13일 (한국 시각) 오전 7시, 국군 지상병력이 난장판이 된 서울을 두고 무작정 북진에 나서는 와중에도 카터, 브레즈네프, 덩샤오핑은 세계를 불태우지 않기 위한 물밑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김일성을 포함한 북한 주요인물들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시점에 한반도 북부를 지키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브레즈네프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묵인을, 덩샤오핑은 중월전쟁에 대한 협조를 요구했습니다. 다시 브레즈네프와 덩샤오핑이 각자의 이권영역을 존중한다고 약속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긴 하루는 막을 내렸습니다.
결국 한반도는 잿더미 속에서 통일되었고, 아프가니스탄 민주공화국은 정권을 지켜냈으며, 중국군이 베트남군에게 결정적 승리를 거두며 다 죽어가던 크메르 루주가 다시 캄보디아를 지옥으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