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11,21ㄴ-26;13,1-3, 마태 10,7-13): 변하는 것 속에서, 변치 않도록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께, 우리와 함께 살아계신 주님의 깊은 사랑이 녹아들어 위로와 평화로 번지기를 기도드립니다.
저를 포함하여 최근 수십 년 간 살아온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어느 시대보다도 급속한 변화를 실제로 목도하고 체험해 온 세대인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야말로 ‘혁명’이라 할 만큼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진 ‘폭풍과 같은 세대’를 경험하고 있는 탓일 것입니다. 첨단의 시대가 그에 걸맞게 따라오라고 우리를 재촉하고, 이제는 감당할 수도 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사람이 지닌 지식의 양이나 폭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폭증하지요.
그러나 이렇게 이 세상의 혼돈과 무질서, 복잡다단하고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세태를 바라보면서, 어쩌면 그 발전이 가져다주는 유익함도 있겠으나, 그로 인해 상실해가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우려에 잠기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빌딩이 높아지면 볕이 들지 않는 그늘이 더욱 늘어나고, 화려한 조명의 조도가 세어질 수록 어두운 부분은 더욱 짙어져 시야에서 마저 사라지는 법이니까요. 발전의 속도가 빠르면 그 혜택으로부터 세대로나 물리적 거리로나 주변 환경의 여건으로서나 가까이 할 수 없는 이들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도무지 가 닿을 수 없는 소외가 서로를 아프게 하겠지요.
이런 문화적 환경 속에서 때로는 도무지 좇아갈 수 없는 한계 앞에 무력감이나 초라함을 느끼기도 하고,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외로움도 깊어집니다. 심지어는 삶의 흥미를 잃고 존재의의를 발견할 뿌리마저 흔들리기도 하지요. 그렇게 공허감이 늘어갈수록 위기 의식을 느끼게 되고, 외려 반대급부로 소중한 삶의 뿌리를 되찾고 싶은 간절한 원의 역시 더해질 것이랍니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 가톨릭 교회에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매체로 접하신 분들이 적지 않으시겠지요? 그들의 발걸음이 결코 막연한 신기루를 찾아 온 것이 아닐 것입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치유되지 못한 균열을 회복하고 싶어서, 진정으로 살아야 할 궁극적인 목적을 되찾고 싶어서 등 가장 근원적인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어 온 것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진지하고 신중한 발걸음을 옮긴 이들에게 믿은 이들도 따사로운 안식처를 드려야지요.
사도행전 11장 24절에서, “바르나바는 착한 사람이며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수많은 사람이 주님께 인도되었다.”라고 전하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바르나바 사도는 이와 같이 착하고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란 특성 그대로 바오로을 불신하던 제자들에게 그를 보증해 주고 이끌어준 '위로와 포용의 사도’였지요. 사실 이는 하느님 안에 참되게 머무는 사람에게서 묻어나는 향기와 같은 모습입니다. 세속 가운데서 수많은 관계 속에 상처를 받고 실망을 거듭할 때, 맑은 샘과 같은 사람이 그립듯이 말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찾아가야 할 원래의 모습인 것이지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미 사랑과 양심, 그리고 도덕적 판단력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우리가 이 선함을 기억하며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과연 이 세상이 중심을 잃을 때, 그런 사람에게서 나는 긍정의 모습과 마음을 울리는 좋은 몫을 나누어 받으면, 그를 만난 이의 마음과 영혼도 기쁨으로 빛이 더할 테니까요.
마태오 복음 10장 8절에서,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라고 말씀하셨지요. 솔직히 이 세상에 나면서부터 우리는 줄곧 주어진 환경으로부터 받으면서 여기까지 왔지요.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신 인연의 시작으로부터, 발을 디뎌 온 수없는 환경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아울러 얼마나 많이 받아오고 있는지요?! 그러기에 우리가 줄 수 있는 좋은 몫이 있다면 아낌없이 그렇게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살가운 사랑의 향기가 묻어나게 하고 또 그도 그렇게 살고 싶게 이끄는 ‘은총의 사람’으로 우리가 성숙해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이겠지요.
이 세상이 아무리 앞만 보고 달려가도, 결국 사람이 찾아야 하는 것은 원래의 ‘시원(始源)’이자 동시에 궁극의 목적이 되는 ‘처음’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변화하는 세상 속에 결코 변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을 붙들고 착하고 영으로 충만하며 굳음 믿음으로 더하는 아름다움을 내어주면서, 하느님께로 함께 동행하는 축복을 선사할 수 있는 삶을 엮어 가길 온 마음을 담아 기도드리려 합니다. 우리가 바로 그런 소명에 귀를 기울이고, 충만한 삶으로써 기꺼이 초대해야 할 몫을 더해가길 바라는 마음 다져갑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