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첫 버스로 올바른 길을 걷고자 했던 꼬장 꼬장한 선비들이 살던 안동땅에 도착하니
"내 두상(頭上)이 조선 최고의 두상이냐"며 커다란 갓을 올려놓던 선비가 생각난다.
택시로 안동시 서후면과 북후면을 이어주는 고갯 마루에 도착하니 지난날 걸었던 문수지맥 백현고개다
도로가에 서서 마루금 따라 올라가려니 거미줄과 빗물 머금은 산길이 왠지 서글퍼
산아래 조그만 자품 저수지 안쪽으로 이어지는 시멘트길과 저수지부터 비포장의 임도 숲길로 올라가면
누가 찾아볼까 싶은 안내 기둥이 서 있는데 무척 낯설게 느껴진다.
조운산(조골산) 남쪽 아래 빛바랜 기와지붕아래 양봉 벌통을 쌓아 두었고
처마 한쪽에 절(寺)에서 짐승을 쫓던 풍경 하나가 바람앞에 애처롭게 울고 있다.
한때는 늙은 노부부가 살았던 집으로 거동이 불편해서 산아래 마을로 내려가시고 이후에 조용히 살고자 했던 노(老) 스님께서 살고자 찾아왔지만 살다 보니 너무 조용해서 산너머 북후면으로 떠나셨고 지금은 양봉하시는 분이 벌통을 쌓아 놓고 그마저도 찾지 않는다고 한다.
자품고개를 넘어가면 북후면 진전리 마을이며 백두대간 옥돌봉에서 남으로 이어온 내성천 좌측의 문수지맥길로 이 길을 통해서 조운산이나 인근 사람들이 문둥이산이라 부르는 학가산으로 이어 갈 수 있다.
고개에서 본 안동의 진산인 학가산이 보이고
이곳 안동땅에서는 문디산으로 부르지만, 산너머 영주에서는 선비의 기품이 묻어 난나고 해서 선비산으로 불렀다.
그리고 계유정난 이후에 1457년 단종이 영월에서 사사 (賜死)되고 영주에서 단종 복위운동에 관련된 금성대군을 비롯한 소백산 자락 인근의 사람들이 도륙당하자 일부 소수서원 옆에 살던 순흥 안 씨들이 도망와서 살게 된 곳이 학가산 아래다.
짤록한 고갯마루에서 조운산(鳥雲山)으로 올라가는 희미한 산길로 올라서서 진행하다가 산비탈 등로 옆에 산꾼이라도 평생 한번 보기 힘든다는 산삼(山蔘) 부부가 꽃을 피우기 직전이다.
혹시나 주위에 삼(蔘)이 더 있나 살펴봤지만 두 포기뿐이다.
지금까지 수 많은 지맥꾼들이 이 산길을 통해서 학가산이나 조운산으로 지났을 텐데, 보고 그냥 둔 건지 알길 없으나 나 역시 보고 못 본 척 사진만 찍는다.
그동안 하천 발원지 찾아 200곳 이상의 비탈지고 그늘 없는 곳으로 내려오며 수없이 스치듯 지나을테지만 알고 모르고의 차이에서 산삼이란 걸 알고 나니 눈에 자주 보인다.
실뿌리 하나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뽑아 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산에 들어서 "내 물건 아닌 것에 눈독 들이지 말자"는 신념을 갖고 있기에 그저 풀뿌리로만 여겨 "100년 이상 오래 살고 싶으면 절대 남의 눈에 띄지 말라"며 애써 말 한마디 건네고
부부산삼(夫婦山蔘)
일주일전에 만났다면 클럽 회원 어머님께 드렸을텐데
하필이면 부부삼(夫婦蔘)을 만난날에 앵경님 어머님 장례식이라 아쉬움이 크고
미련이 남는다.
산꾼으로써 산에 들면 산삼은 그저 길가에 자라는 흔한 잡초로 봐야 하는데, 두고 가지니 발 걸음이 가볍지 않고
괜히 만져봤나 싶기도 하고...
"부부삼 모두 잘 커라!"며 합장하며 인사 드리고 미련없이 내 갈길 간다.
조운산 갈림길에서
조운산이 지척에 있지만 포기하고 계곡길로 들어간다.
오늘 이어갈 풍산천은 이곳 삼거리에서 발원해 안동시 서후면과 풍산읍을 거치면서 낙동강에 합수하는 17km의 짧은 하천이며
마사토 흙의 안동에서 물길 따라 흐르며 세탁되어 고운 모래를 낙동강으로 실어 나르는데 일조하는 하천이다.
그리고 문수지맥은 백두대간 옥돌봉에서 문수산-만리산-학가산-경북 도청 뒷산인 검무산-나부산-내성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섬강교 앞에서 끝나는 114km의 경북의 산줄기다.
우리나라에 400m 넘는 산이 4천400개가 있다면 그중에 경상북도에 약 680여 개 정도 있으며 전국에서 산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가장 높은 산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태백산 부쇠봉 1,546m(석포면 대현리)이니 모두가 부쇠봉 그늘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지나간 경로
하천 242개 누적거리 11,643km
잡목이나 잡풀이 없어 좋은 계곡을 내려오며
내려가는 길에
예전에 밭으로 사용하던 곳인데 지금은 농사를 짓지 않아 키 작은 잡목이 자라고 있고
잔날 비가 와서 그런가 바위틈으로 물이 스며 나오고
묵은 밭 옆에 시멘트 배수관이 보이고 그 아래부터 물길 여행이 시작한다.
계곡을 벗어나면 임도길이 있는데 풀이 웃자라 있고
아침에 올라왔던 그 길을 다시 만나 풀길 따라 내려오면 자품 저수지를 다시 만나는데 아무도 없는 산속 계곡이건만 물속은 참나무 잎에서 나오는 타닌 성분이 많아 갈색의 물이고 한 그릇 마시면 도토리 묵 맛이 날 것 같다.
내려가는 길에 저짝 앞에 보이는 산은 천년고찰 봉정사를 품은 천등산이고
농번기가 끝나 조금 한가롭게 보이는 초락빛의 다락논이 곁에 있고
길가 밭에는 자식 자랑이 한창인 호박
맨들 맨들한 피부의 멋쟁이 호박
피부가 고울때 볶음, 된장찌개가 될지언정
늦은 가을날 쭈글한 몸매에 노란 옷을 입은 호박즙이나 호박죽은 되기 싫어하는 눈치다
갈색 물이건만 조금씩 흐르는 물은 무척 깨끗하다.
300년 정도 된 느티나무 한쪽 가지가 썩어 검게 변했는데
병충해로부터 못난 가지를 썩게 했으니
비, 바람에 의해 곧 부러질 듯
자연에서 자연을 보며 생각하니 거친야생에서 온순한 짐승은 살아남지 못하듯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그게 뭐든 도태되거나 썩게 될 것 같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그늘에 앉아 잠시 쉬었다가 진행한다.
오늘 내려가는 길에 좌, 우로 고만 고만한 산들이 길게 이어지는데 마치 높은 담장 사이를 지나는 골목길 같은 이미지가 떠 오르고...
산 너머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극락전과 아름다운 영산암 마당이 자리하는 봉정사 있는 곳이다.
참고로 세계 유네스코에 한국이 신청한 산지승원, 산사(산寺)로써 경남 양산의 통도사, 영주 봉황산 부석사, 안동 천등산 봉정사, 속리산 법주사. 공주 태화산 마곡사, 해남 두륜산 대흥사와 함께 등재되어 있다
길가에 주인 없이? 자라는 애추(자두)가 익어가고
빨갛게 익어 땅에 떨어진 것 몇 알 주워 들고 가며 먹는다.
자두의 우리말은 오얏이며 조선 왕실을 상징(李)하는데 의복과 생활용품에 오얏꽃무늬가 들어가기도 한다.
"참외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말라"는 뜻의 오얏이 바로 자두다
하천인지 도랑인지
작은 도랑 수준이지만 물은 아주 맑게 흐르고
학가산이 보이는데 이름에서 묻어나듯 학이 날아가는 형상의 산이다
멀리 뾰족한 곳은 조금 전에 내려온 조운산
좌측 학가산 우측으로 조운산
문수지맥길에 만나는 산줄기다.
여름철 물놀이 하기 좋은 곳
물이 조금이라도 고여있는 곳은 갈색으로 보이고
2 급수 이상에서 서식하는 다슬기가 제법 많이 보인다.
안동시 서후면의 도로가에 자리하는 맞배지붕의 순흥 안 씨 정효각(旌孝閣)
효부순흥안씨지비(孝婦順興安氏之碑)라 쓰여있다
자세한 내력은 없지만 시부모님을 공손히 모셨던 어느 착한 며느리의 효에 관한 비(碑)다.
마을 촌로분들이 보이면 뭐라도 건지겠는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니 절간인지 사람사는 동네인지 모르겠다.
하천과 서후면 대두서리 마을과 문디산
하늘에 구름이 많은데 1㎥에 약 0,1g의 물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되겠으니
저 정도의 구름이라면 수 천톤이 물을 가지고 있을듯
바닥에 까만 점으로 보이는 건 다슬기 녀석인데
모래 위에 제법 많이 보인다.
내려 갈길에
지나온 천등산 방향
문방사우의 붓을 닮은 미루나무와 하천길
예전 같으면 마을 어르신들께서 논 일이며 밭 일 하시다가 잠깐 쉬는 곳이며
아이들이 발가벗고 멱감고 놀던 곳 일 텐데
지금은 하천길을 걸으며 봐도 잘 보이지 않는 추억 속의 미루나무다.
중앙 고속도로 아래를 지나와서
서후면은 끝나고 소고기로 알려진 풍산읍에 도착한다.
5톤짜리 물통
하루 2리터 정도 마신다면 한 달 60리터
1년 720리터
10년 7천200리터의 물을 마시기에 저런 물통 한 개 비우고 조금 더 비워야 할 것 같다
한국인들의 하루 평균 320 리터의 물 사용한다고 하니 물 아껴 썼으면
하천폭이 많이 넓어진 하천
예전에 마을 어르신들께서 이른 아침에 외양간에서 소를 몰고 와 풀 밭에 묶어 놓으면
저녁때까지 알아서 풀 뜯어먹었을 곳으로
지금은 염소 한 마리 묶어 놓아도 신고 민원이 들어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도로가에 자리하는 조선 효종 때의 건물인 체화정과 체화지 연못이 보이고
연밭 가운데 세 개의 쪼깨난 섬이 보이는데
신선(神仙)이 산다는 삼신산(三神山)을 표현했는데 방장산(지리산), 봉래산(금강산), 영주산(한라산)을 뜻한다.
연못을 만들었거나 만들라고 시켰던 양반께서 지리산,금강산,한라산중 한곳이라도 가봤나 모르겠지만 십중팔구 가보지 않았을것같다.
소고기로 유명한 풍산읍
이곳 길가에 며칠 전에 개업한 "한 끼 돼지 국빕집"에 들러 식사하는데
주인장께서 인간적이며 친절한 곳이다
지나온 하천과 멀리 예천의 보문산과 안동의 학가산이 고개를 내밀고
하늘에 구름이 많지만 무척 덥다
풍산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곳에서 풍산읍과 남후면을 이어주는 풍남교가 낙동강 위에 서있고
바로 앞으로 상류로부터 떠 내려온 고운 모래가 가득하다.
저쪽 어딘가 병산서원과 병산이 있을 테고
병산이 보이는 걸 보니 낙동강가옆의 화산과 병산서원 그리고 하회 마을이 있을 것 같다.
낙동강 자전거길 안동댐 27
이제 짧은 하천 하나 마치고 집으로 나가며
안동은 예천과 함께 마사토(화강암이 풍화해서 생긴 굵은 모래) 땅이라 모래가 흐르는 하천이 많고 깨끗한 편이다
인근에 도산서원, 병산서원, 하회마을, 봉정사가 있으니 한 번쯤 찾으면 좋고, 먹거리는 풍산읍의 소고기와 안동찜닭이 유명한데 갈 길 급하면 라면도 좋으니 뭐든 팔아주고 가야 지역 경제가 살 것 같다.
다음 하천은 대구 인근의 군위 소보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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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joon 작성시간 26.06.22 new
뜨거운 햇볕 아래지만
깨끗한 하늘이 보이고
맑은 시냇물이 흘러내리는 길이기에
그 고생이 보람으로 남을것 같습니다.
마사토라는 단어는 토목쟁이들이 많이 쓰는데
건축과도 연관성은 이어지기에 익숙한 단어네요.
또 하나의 강줄기를 마무리 하심을 축하드립니다. -
답댓글 작성자배병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6:41 new
ㅎㅎ마사토는 경북 예천과 안동땅이 유명하죠
그러다보니 내성천에는 온통 모래가 흐르구요.
서울 5산종주 참석해 주셔어 감사 드리며 성하의 계절에 지맥길 건강하게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젊은미소(조성민) 작성시간 1시간 30분 전 new
이번에는 안동으로 이어지는 풍산천 발원지를 찾아 나셨네요.
산삼도 만나고 전 너무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모두 잡풀로만 보입니다.
물길을 찾아나서면서 사람사는 주변풍경과 마을의 이모저모를 볼수 있어 하나의 체험이라 느껴지고
더워지는 시기에 건강 챙기면서 안전하게 진행하세요. -
답댓글 작성자배병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시간 5분 전 new
괜찮은 하천 하나 찾기 힘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어디로 갈지 매일 지도를 살펴봅니다.
길을걸으며 어느 한가지 소중하지 않은게 없으니 발길은 무겁지만 많이 배우게 됩니다.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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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지맥 작성시간 1시간 16분 전 new
농번기 단어를 오랜많에 들어봅니다..
내가 나이가 들어가니 안좋은게 주변 어르신들이 다 아파가는 사실이
참 어렵네요...
열정이 식으면 아무것도 하기싫어지는데 목표가 있으니 보기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