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
서문
대저 합하면 성공하고 흩어지면 패망한다는 것은 만고에 분명히 정해져 있는 이치이다. 지금 세계는 동서로 나뉘어져 있고 인종도 각각 달라 서로 경쟁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이기(利器) 연구 같은 것을 보더라도 농업이나 상업보다 대단하며 새 발명인 전기포(電氣砲)(주석 15), 비행선, 침수정(浸水艇)(주석 16)은 모두 사람을 상하게 하고 물(物)을 해치는 기계이다.
청년들을 훈련하여 전쟁터로 몰아넣어 수많은 귀중한 생명들을 희생(犧牲)(주석 17)처럼 버리고 피가 냇물을 이루고 고기가 질펀히 널려짐이 날마다 그치질 않는다.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상정이거늘 밝은 세계에 이 무슨 광경이란 말인가. 말과 생각이 이에 미치면 뼈가 시리고 마음이 서늘해진다.
그 근본을 따져보면 예로부터 동양민족은 다만 문학에만 힘쓰고 제 나라만 조심해 지켰을 뿐이지 도무지 구주의 한치 땅이라도 침입해 뺐지 않았다. 이는 5대주 위의 사람이나 짐승 초목까지 다 알고 있는 바이다.
그런데 구주의 여러 나라들은 가까이 수백 년 이래로 도덕을 까맣게 잊고 날로 무력을 일삼으며 경쟁하는 마음을 양성해서 조금도 기탄하는 바가 없다.
그중 러시아가 더욱 심하다. 그 폭행과 잔해함이 서구나 동아에 어느 곳이고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악이 차고 죄가 넘쳐 신과 사람이 다같이 성낸 까닭에 하늘이 한 매듭을 내려 동해 가운데 조그만 섬나라인 일본으로 하여금 이와 같은 강대국인 러시아를 만주대륙에서 한 주먹으로 때려눕히게 되었다. 누가 능히 이런 일을 헤아렸겠는가. 이것은 하늘에 순하고 땅의 배려를 얻은 것이며 사람의 정에 응하는 이치다.
당시 만일 한.청 양국 인민이 상하가 일치해서 전날의 원수를 갚고자 해서 일본을 배척하고 러시아를 도왔다면 큰 승리를 거둘 수 없었을 것이어늘 어찌 예상을 했겠는가. 그러나 한.청 양국 인민은 이와 같은 행동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일본군대를 환영하고 운수, 치도(治道), 정탐 등 일에 수고로움을 잊고 힘을 기울였다. 이것은 무슨 이유인가. 두 가지 큰 사유가 있었다.
일본과 러시아가 개전할 때, 일본천황의 선전포고하는 글에 "동양평화를 유지하고 대한독립을 공고히 한다."라고 했다. 이와 같은 대의가 청천백일의 빛 보다 더 밝았기 때문에 한.청 인사는 지혜로운 이나 어리석은 이를 막론하고 일치동심 해서 복종했음이 그 하나이고, 일본과 러시아의 다툼이 황백인종의 경쟁이라 할 수 있으므로 지난날의 원수진 심정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고 도리어 하나의 큰 인종 사랑하는 무리(一大愛種黨)를 이루었으니 이도 또한 인정의 순서라 가히 합리적인 이유의 다른 하나이다.
쾌하도다 장하도다. 수백 년래 행악하던 백인종의 선봉을 한 북소리로 크게 부수었다. 가히 천고의 희한한 일이며 만방이 기념할 자취이다. 당시 한.청 양국의 뜻 있는 이들이 기약치 않고 함께 기뻐해 마지않은 것은 일본의 정략이나 일해쳐 나감이 동서양 천지가 개벽한 뒤로 가장 괴걸한 대사업이며 시원스런 일로 스스로 헤아렸기 때문이었다.
슬프다. 천천만만 의외로 승리하고 개선한 후로 가장 가깝고 가장 친하며 어질고 약한 같은 인종인 한국을 억압하여 조약을 맺고, 만주 장춘 이남을 조차를 빙자하여 점거하였다. 세계 일반인의 머릿속에 의심이 홀연히 일어나서 일본의 위대한 성명과 정대한 공훈이 하루아침에 바뀌어 만행을 일삼는 러시아 보다 더 심하게 보게 되었다.
슬프다. 용호(龍虎)의 위세로서 어찌 뱀이나 고양이 같은 행동을 한단 말인가. 그와 같이 만나기 어려운 좋은 기회를 다시 찾은들 어떻게 얻을 것인가. 아깝고 통탄할 일이로다. 동양평화 한국독립의 단어에 이르러서는 이미 천하만국의 사람들 이목에 드러나 금석처럼 믿게 되었고 한.청 양국사람들의 간뇌(肝腦)에 도장 찍혀진 것이다. 이와 같은 문자 사상은 비록 천신의 능력으로서도 마침내 소멸시키기 어려울 것이거늘 하물며 한두 사람의 지모로 어찌 능히 말살할 수 있겠는가.
지금 서양세력이 동양으로 뻗쳐오는 화난을 동양인종이 일치단결해서 극력 방어해야 함이 제일의 상책임은 비록 어린아이일지라도 익히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무슨 이유로 일본은 이러한 순연한 형세를 돌아보지 않고 같은 인종인 이웃나라를 깎고 우의를 끊어 스스로 방휼(蚌鷸)(주석 18)의 형세를 만들어 어부(漁夫)를 기다리는 듯 하는가. 한.청 양국인의 소망이 크게 절단되어 버렸다.
만약 정략을 고치지 않고 핍박이 날로 심해진다면 부득이 차라리 다른 인종에게 망할 지언정 차마 같은 인종에게 욕을 당하지 않겠다는 의론이 한.청 양국인의 폐부에서 용솟음쳐서 상하 일체가 되어 스스로 백인의 앞잡이가 될 것이 명약관화한 형세이다.
그렇게 되면 동양의 몇 억 황인종 중의 허다한 유지와 강개 남아가 어찌 수수방관 하고 앉아서 동양전체의 까맣게 타죽는 참상을 기다릴 것이며 또한 그것이 옳겠는가. 그래서 동양평화를 위한 의전을 하얼빈에서 개전하고 담판하는 자리를 여순구(旅順口)에 정했으며 이어 동양평화문제에 관한 의견을 제출하는 바이다.
제공은 눈으로 깊이 살필지어다. 1910년 경술 2월 대한민국 안중근 여순옥중에서 쓰다.
주석
15 - 기관총인 듯.
16 - 잠수함인 듯.
17 - 하늘과 땅이나 사당의 신에게 제사지낼 때 쓰는 짐승, 소, 돼지, 양 따위.
18 -조개와 도요새가 서로 물고 싸우며 버리는 형세. 이 때 어부가 나타나면 힘 안들이고 잡아가게 된다고 해서 어부지리 라는 말이 생겼다.
대저 합하면 성공하고 흩어지면 패망한다는 것은 만고에 분명히 정해져 있는 이치이다. 지금 세계는 동서로 나뉘어져 있고 인종도 각각 달라 서로 경쟁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이기(利器) 연구 같은 것을 보더라도 농업이나 상업보다 대단하며 새 발명인 전기포(電氣砲)(주석 15), 비행선, 침수정(浸水艇)(주석 16)은 모두 사람을 상하게 하고 물(物)을 해치는 기계이다.
청년들을 훈련하여 전쟁터로 몰아넣어 수많은 귀중한 생명들을 희생(犧牲)(주석 17)처럼 버리고 피가 냇물을 이루고 고기가 질펀히 널려짐이 날마다 그치질 않는다.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상정이거늘 밝은 세계에 이 무슨 광경이란 말인가. 말과 생각이 이에 미치면 뼈가 시리고 마음이 서늘해진다.
그 근본을 따져보면 예로부터 동양민족은 다만 문학에만 힘쓰고 제 나라만 조심해 지켰을 뿐이지 도무지 구주의 한치 땅이라도 침입해 뺐지 않았다. 이는 5대주 위의 사람이나 짐승 초목까지 다 알고 있는 바이다.
그런데 구주의 여러 나라들은 가까이 수백 년 이래로 도덕을 까맣게 잊고 날로 무력을 일삼으며 경쟁하는 마음을 양성해서 조금도 기탄하는 바가 없다.
그중 러시아가 더욱 심하다. 그 폭행과 잔해함이 서구나 동아에 어느 곳이고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악이 차고 죄가 넘쳐 신과 사람이 다같이 성낸 까닭에 하늘이 한 매듭을 내려 동해 가운데 조그만 섬나라인 일본으로 하여금 이와 같은 강대국인 러시아를 만주대륙에서 한 주먹으로 때려눕히게 되었다. 누가 능히 이런 일을 헤아렸겠는가. 이것은 하늘에 순하고 땅의 배려를 얻은 것이며 사람의 정에 응하는 이치다.
당시 만일 한.청 양국 인민이 상하가 일치해서 전날의 원수를 갚고자 해서 일본을 배척하고 러시아를 도왔다면 큰 승리를 거둘 수 없었을 것이어늘 어찌 예상을 했겠는가. 그러나 한.청 양국 인민은 이와 같은 행동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일본군대를 환영하고 운수, 치도(治道), 정탐 등 일에 수고로움을 잊고 힘을 기울였다. 이것은 무슨 이유인가. 두 가지 큰 사유가 있었다.
일본과 러시아가 개전할 때, 일본천황의 선전포고하는 글에 "동양평화를 유지하고 대한독립을 공고히 한다."라고 했다. 이와 같은 대의가 청천백일의 빛 보다 더 밝았기 때문에 한.청 인사는 지혜로운 이나 어리석은 이를 막론하고 일치동심 해서 복종했음이 그 하나이고, 일본과 러시아의 다툼이 황백인종의 경쟁이라 할 수 있으므로 지난날의 원수진 심정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고 도리어 하나의 큰 인종 사랑하는 무리(一大愛種黨)를 이루었으니 이도 또한 인정의 순서라 가히 합리적인 이유의 다른 하나이다.
쾌하도다 장하도다. 수백 년래 행악하던 백인종의 선봉을 한 북소리로 크게 부수었다. 가히 천고의 희한한 일이며 만방이 기념할 자취이다. 당시 한.청 양국의 뜻 있는 이들이 기약치 않고 함께 기뻐해 마지않은 것은 일본의 정략이나 일해쳐 나감이 동서양 천지가 개벽한 뒤로 가장 괴걸한 대사업이며 시원스런 일로 스스로 헤아렸기 때문이었다.
슬프다. 천천만만 의외로 승리하고 개선한 후로 가장 가깝고 가장 친하며 어질고 약한 같은 인종인 한국을 억압하여 조약을 맺고, 만주 장춘 이남을 조차를 빙자하여 점거하였다. 세계 일반인의 머릿속에 의심이 홀연히 일어나서 일본의 위대한 성명과 정대한 공훈이 하루아침에 바뀌어 만행을 일삼는 러시아 보다 더 심하게 보게 되었다.
슬프다. 용호(龍虎)의 위세로서 어찌 뱀이나 고양이 같은 행동을 한단 말인가. 그와 같이 만나기 어려운 좋은 기회를 다시 찾은들 어떻게 얻을 것인가. 아깝고 통탄할 일이로다. 동양평화 한국독립의 단어에 이르러서는 이미 천하만국의 사람들 이목에 드러나 금석처럼 믿게 되었고 한.청 양국사람들의 간뇌(肝腦)에 도장 찍혀진 것이다. 이와 같은 문자 사상은 비록 천신의 능력으로서도 마침내 소멸시키기 어려울 것이거늘 하물며 한두 사람의 지모로 어찌 능히 말살할 수 있겠는가.
지금 서양세력이 동양으로 뻗쳐오는 화난을 동양인종이 일치단결해서 극력 방어해야 함이 제일의 상책임은 비록 어린아이일지라도 익히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무슨 이유로 일본은 이러한 순연한 형세를 돌아보지 않고 같은 인종인 이웃나라를 깎고 우의를 끊어 스스로 방휼(蚌鷸)(주석 18)의 형세를 만들어 어부(漁夫)를 기다리는 듯 하는가. 한.청 양국인의 소망이 크게 절단되어 버렸다.
만약 정략을 고치지 않고 핍박이 날로 심해진다면 부득이 차라리 다른 인종에게 망할 지언정 차마 같은 인종에게 욕을 당하지 않겠다는 의론이 한.청 양국인의 폐부에서 용솟음쳐서 상하 일체가 되어 스스로 백인의 앞잡이가 될 것이 명약관화한 형세이다.
그렇게 되면 동양의 몇 억 황인종 중의 허다한 유지와 강개 남아가 어찌 수수방관 하고 앉아서 동양전체의 까맣게 타죽는 참상을 기다릴 것이며 또한 그것이 옳겠는가. 그래서 동양평화를 위한 의전을 하얼빈에서 개전하고 담판하는 자리를 여순구(旅順口)에 정했으며 이어 동양평화문제에 관한 의견을 제출하는 바이다.
제공은 눈으로 깊이 살필지어다. 1910년 경술 2월 대한민국 안중근 여순옥중에서 쓰다.
주석
15 - 기관총인 듯.
16 - 잠수함인 듯.
17 - 하늘과 땅이나 사당의 신에게 제사지낼 때 쓰는 짐승, 소, 돼지, 양 따위.
18 -조개와 도요새가 서로 물고 싸우며 버리는 형세. 이 때 어부가 나타나면 힘 안들이고 잡아가게 된다고 해서 어부지리 라는 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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