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
20세기에 한의사 권도원이 창안한 새로운 한의학. 권도원의 경우 요즘처럼 한의학과를 졸업한 것이 아니라 한의사 자격검정시험으로 합격하여 한의사자격을 취득했다. 지금은 사라진 제도. 20세기 말부터 8체질 의학을 표방하는 한의원들이 늘어나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숫자로 늘어난 상태. 박정희 전 대통령 기타 유명인물들을 치료한 바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권도원의 개인적인 연구에 의해서 나온 체계이기는 하지만, 기본 베이스는 어디까지나 한의학적 체계다. 권도원은 자기 의학이 사이비 대체의학으로 여겨지지 않게 하기 위해 영어로 된(?!) 논문을 내기도 했다. Dowon Kuan, A Study Of Constitution-acupuncture, 1965. 권도원도 20세기 사람이므로 현대 과학적 연구를 게을리 한 사람이 아니다. 현재도 8체질 의학을 연구하는 한의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세미나를 하고 있다.
이제마의 사상의학에서 발전된 것으로 보기 쉬우나, 권도원 본인에 의하면 8체질 의학의 체계를 잡은 뒤에나 이제마의 연구를 알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8체질 의학은 '8상체질'이 아니다. 물론 체질이라는 컨셉 자체는 동일하기 때문에 사상의학과 호환되는 건 당연하다.
20세기 말부터 점차 8체질 의학을 표방하는 한의원의 간판이 늘어나고 있고, 관련 논문들도 존재는 하지만, 그래도 권도원이라는 개인에서 출발했고 아직도 역사는 일천하기 때문에 대학교 한의학과에서 정식 과목으로 개설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8체질 의학이 무슨 밀교 전승처럼 폐쇄된 집단의 '직계제자'들만 연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한의학과 졸업자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 물론 이제 막 개론서가 나올 정도이므로 연구가 아직 미진한 것도 사실.
앞서 언급했듯이 국가에서 인정한 한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연구하고 있으며 다양한 임상 사례로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으므로 대충 한문 배워서 책 몇 개 좀 읽고 야바위 치료하는 대체의학하고 동일시할 수 없다.
8체질 의학에서 사용하는 침은 피부 안으로 찌르고 오래 꽂아 놓은 침보다는 순간적으로 따끔한 자극만 주는 침을 사용하는데, 원래 침을 놓는다는 건 경혈에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지 반드시 꽂아놓고 오래 있어야만 되는 건 아니다.
도올 김용옥도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8체질 의학을 연구한 사람이다. 김용옥이 관절염으로 폐인이 다 되었을때 권도원의 치료를 받고 굉장히 호전되면서 권도원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저술한 <의산문답: 기옹은 이렇게 말했다>에 내가 만난 신은 단 두사람이 있다. 그 하나가 모차르트요, 또 하나가 동호 권도원이다 라는 말이 나온다. [1][2]
2. 내용 ¶
사상의학이나 8체질 의학에서의 "체질"이란, 한의학에서 말하는 오장육부의 선천적 대소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오장육부에 해당되는 간이나 폐는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해부학적인 장기와 정확하게 일치되지는 않는다. 한의학이 말하는 장부는 특정 장기를 가리킨다기보다는 그와 관련된 기능 전반을 가리킨다. 8체질 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 자체가 여기서부터 현대의학과 충돌된다. 특히 '목양체질의 경우에는 포도당 주사를 직접 맞으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같은 내용은 의사들이 보기에는 거의 사이비 의학 수준.[4][5]
모든 사람은 각 장부의 세력이 선천적으로 불균형한 채로 태어나는데, 이 상태보다 불균형이 심해지면 질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간이 폐보다 강한 체질은 그 상태보다 간이 더 강해지거나 폐가 더 약해지면 병이 생긴다는 뜻이다.폐가 간보다 더 강해져서 병이 생긴다는 소리가 아니다.
모든 사람은 각 장부의 세력이 선천적으로 불균형한 채로 태어나는데, 이 상태보다 불균형이 심해지면 질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간이 폐보다 강한 체질은 그 상태보다 간이 더 강해지거나 폐가 더 약해지면 병이 생긴다는 뜻이다.
8체질 의학에서의 치료는 선천적인 불균형 상태를 벗어난 병리적 불균형을 침이나 약을 이용해 원래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각종 질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것. 그렇다고 "뭐든 고치니까 다 우리 병원으로 와라"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실제 8체질 의학 한의사에게 물어보면 자기들의 의학이 기존 한의학과 완전히 다르다고 말하지도 않고, 질병치료는 개인의 선택으로 하는 거니까 꼭 우리 병원 안 와도 된다고 말한다. "불치병도 다 고치니까 나한테 와라" 식의 사이비 치료하는 도사들하고는 다르다.
2.1. 특징 ¶
체질에 따라 음식을 가려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어떤 음식이든 영양소를 고려해서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현대의학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부분이다. 방사능 낙진이 떨어진 지역에서 요오드 좀 먹고 하는 수준에서 말하는 게 아니라, 같은 단백질도 생선 단백질과 육류 단백질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현대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황당하게 느껴지는 부분.
예컨대, 금체질(금양, 금음)은 생선과 채식(뿌리 말고 잎부분만)을 해야 건강이 유지되고, 목체질(목양, 목음)은 금체질과 반대로 육식, 채소의 뿌리부분, 밀가루 등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것.
우유를 마셨을 때 어떤 사람은 잘 마시는데, 어떤 사람은 마시면 무조건 속이 부글부글하면서 설사를 하는 경우가 있고, 또한 밀가루나 닭고기만 먹으면 여드름이 심해지는 사람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그런 기름진 음식 평생 먹고 살았는데도 피부가 뽀송뽀송하기만 한 사람이 있는데 이런 것이 체질적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사람의 개체차이는 인정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의 몸이 보편적이라고 파악한다. 따라서 체질이 다르면 치료체계가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발상은 수용하기가 어렵다.
8체질 의학에서는 특정 체질군에 속하는 사람에게는 페니실린을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현대의학에서도 페니실린 쇼크의 가능성을 인정한다. 그래서 입원을 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서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한다. 다만 현대의학에서는 '특정 체질군'에 대해 그러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체별로 모두 다르다고 보는 것이다.
이 사상 체계에서는 약과 음식이 근원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반 음식보다 약이 효과가 더 센 것이지 몸에 영향을 주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예컨대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하는 체질의 사람은 채식을 하면 몸이 안 좋아진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약물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약 처방 한다(…). 단지 한약이 좀 비싸기 때문에 그런 부담감을 생각해서 무조건 약을 먹으라고 권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2.2. 체질의 분류 ¶
8체질 의학에서는 금양, 금음, 목양, 목음, 토양, 토음, 수양, 수음이상한 것을 기대한 건가으로 체질을 분류한다.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대략적인 내용이므로 4개로 나눠서 서술함.
- 금양, 금음(사상의학의 태양인-肺大肝小(폐대간소))
특히 아토피는 8체질 의학에서는 금양체질에게만 발생하는 병이라고 보고 있으며, 실제로 아토피 환자에 대한 임상 사례들이 많이 있다. 또한 금양체질에게 포도당 주사를 맞추면 극적인 치유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빛과 소금 94-6월호에 기고한 "포도당주사와 체질")
운동을 열심히 해도 근육이 잘 발달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대신에 폐가 세기 때문에[6] 이런 폐의 기능을 잘 활용하면 가수(주로 금양체질)나 장거리 달리기 선수(주로 금음체질)로 대성할 수 있다.
공기가 탁해지고 식습관이 서구화된 현대사회 최대의 피해자. 하지만 반대로 공기가 깨끗하고 쌀밥, 잎채소, 생선 위주의 식단이 주류이던 과거 사회에서는 이점이 많았던 체질이기도 하다.
사상의학과 8체질 의학의 큰 차이가 이 폐대간소 체질이 얼마나 있느냐고 보는지 여부인데, 이제마 선생은 이에 해당하는 태양인이 매우 드물다고 본 반면 8체질에서는 금양/금음 체질이 많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8체질 의학에서 금양인에게만 발병한다고 보는 아토피의 환자가 요새 도시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대략 1/4정도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이제마 선생이 살던 시대(구한말)에 비해 지금 환경이 많이 달라진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7]
- 목양, 목음(사상의학의 태음인-肝大肺小(간대폐소))
육식과 분식이 몸에 맞으며, 오히려 생선이나 채식이 몸에 안 좋다. 이 체질이 혈압이 좀 높다고 해서 생선이나 채식으로 식단을 바꾸면 오히려 혈압이 악화되고 반대로 육식을 하면 콜레스테롤이 떨어진다. 이게 말이 되나 싶겠지만 실제로 그런 사례는 8체질 임상 사례 외에도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어떤 미국 영양학 교수가 칼로리만 조절하면 뭘 먹어도 몸무게는 준다는 걸 자기 몸으로 증명하기 위해 느끼한 음식, 패스트푸드 위주로 먹었는데 살이 10kg이상 빠지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졌다.
특히 목양체질의 경우에는 포도당 주사를 직접 맞으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권도원 선생의 임상 사례 중에 포도당 주사를 맞고 거의 죽어가는 목양체질 환자를 침으로 살려낸 경우도 있다. (빛과 소금 94-6월호에 기고한 "포도당주사와 체질")
몸 관리를 안 하면 뚱뚱해지기 쉬우나, 운동을 하면 그게 다 근육으로 바뀌는 체질. 또한 땀을 많이 흘리는 게 좋다. 반면 다른 체질은 땀을 빼면 기운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
- 토양, 토음(사상의학의 소양인-脾大腎小(비대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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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근데 해당 서적을 직접 읽어보면 알겠지만, 논문형식으로 쓴 글이 아니라 선문답 스타일로 쓴 글이므로 정말 도올이 권도원을 신으로 생각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만큼 존경하고 높게 본다는 뜻.
- [2] 이 외에도 권도원 선생을 언급하는 강연에서는 아내에게 "이 분에게 분명히 노벨상이 추정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던가, 싸구려 치료를 할 인물이 아니다 라든가, 소광섭 선생 같은 분하고 대화를 해서 호킹을 제압할 궁리를 해야 한다라는 얘기를 하며, 존경심과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 [3] 주석원, 8체질의학의 원리, 통나무, 2007.
- [4] 여기서 포도당 주사가 해롭다고 한 이유는 목양체질의 경우는 원래 간의 기운이 왕성한 편인데, 포도당 주사를 직접 맞게 되면 이 간의 기운이 왕성한게 너무 지나치게 되어서 포도당 주사를 맞고난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감기에 걸린다든가, 얼마뒤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든가 하는 등 결국은 어떤 부분에서 최종적으로 문제가 생긴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이 중에서도 원래 간이 강했던 목양체질 환자가 간의 기운 약화로 병이 일어났다면 포도당을 맞아도 상관은 없을것이다. 그리고 이를 진단해서 맞아도 상관없다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것이 8체질 의학을 전공한 한의사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병증이나 포도당을 맞아야 할 상황이 아닌데 포도당을 맞았을 때 목양체질 환자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지, 안예모와 같이 포도당 주사를 맞으면 안된다고 무조건 말하는 것이 아니다.
- [5]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 설명하자면, 원래 간이 강하게 태어나는 목양체질 환자의 경우, 대개의 병증의 핵심이 바로 여기서 나오게 된다. 즉, 간이 너무 '강해져서'병이 될 수 있으며, 간이 너무 '약해져서' 병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대체적으로 한의학에서 병증은 실증보다는 허증이 보다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목양인이 어딘가 좋지않아서 포도당을 맞아도 생각보다 심하게 예후가 드러나는 법은 많지않다. 다만 실증이 강하게 나타났을 때 멋모르고 포도당 주사 받았다가는 잘못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
- [6] 폐가 센데 왜 호흡기 질환에 약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 폐가 세다라는 말은 좋다는 뜻이 아니라 지나치게 세다는 뜻이다. 즉 과유불급이라는 얘기.
- [7] 예전에는 금양/금음 체질에게 유리한 환경이었다면 지금은 목양/목음 체질에게 유리한 환경인 셈이다. 아무래도 불리한 환경에 처한 체질의 사람들이 더 의사를 많이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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