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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숨은신 2011-2

『죄와 벌』 3부 인상깊은 구절, 20081470 한설비

작성자한설비|작성시간11.11.13|조회수624 목록 댓글 4

열린책들, p293

 

"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제가 이러는 줄 아시나요? 그건 별것 아닙니다! 저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게 좋습니다! 거짓말하는 것은 다른 유기체가 지니지 못한, 인간의 유일한 특권이니까요. 거짓말을 하다 보면 진리에 도달하게 되리라! 나는 거짓말을 하므로 사람이노라. 인간은 단 한 가지의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14번, 어쩌면 1백 14번의 거짓 이론들을 생산해내야 할 겁니다. 그러므로 그런 거짓말은 그 나름대로 명예로운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거짓말마저도 자기 머리로는 지어낼 줄 모른단 말입니다! 거짓말을 하되, 자기 생각을 가지고서 거짓말을 하란 말입니다. 그럼, 뽀뽀라도 해주겠어요. 독창적인 생각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생각에 따라서 한 가지의 진리에 도달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요. 첫번째의 경우에는 사람이지만, 두 번째의 경우에는 앵무새밖에는 되지 않으니까요. 진리는 온전히 남겠지만, 삶은 질식되는 겁니다. 그런 예도 있지요, 자, 지금의 우리는 어떤 모습이지요? 우리는 모두 예외 없이 과학, 진보, 사상, 기술, 이상, 소망, 자유주의, 이성, 경험, 그밖의 모든, 모든, 모든 분야에서 아직 중학교 예비 학급 1학년 수준밖에 되지 ㅇ낳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으로 그럭저럭 살아가다가 썩어 버린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내 말이 맞지 않습니까?"

 

 

 

자신은 거짓말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다른 유기체가 지니지 못한 특권이라고 말하고 있는 라주미힌의 태도가 참신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은 나쁜 것이고, 오직 참된 것, 진실된 것만이 옳은 것이라고 배우며 커왔다. 그런데 도스토예프스키는 거짓말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편 것이다. 진짜 나쁜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아무 생각없이 남의 생각으로 거짓말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우리는 거짓말에서 조차 남의 생각을 따라하는, 거짓말 조차 할 줄 모르는 인간들이었던 것이다. 독창적인 거짓말이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진리에 도달하는 것보다 낫다고 한 그의 말은 정말 진리에 가까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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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최혜문 | 작성시간 11.11.13 라주미힌의 영리한 태도에 독창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것이 매력적이었던 부분이었다.
  • 작성자11김예나라 | 작성시간 11.11.13 인간이 유일하게 거짓말을 하는 유기체라는 발상이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네요~~ 거짓말도 독창적으로 하라니... 도스토예프스키는 매사를 가볍게 살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작성자아빵ㅛ | 작성시간 11.11.14 언니는 또다른 이유로 저 구절을 마음에 들어 하셨군요.
  • 작성자시냇물 | 작성시간 11.11.15 프로이트는 거짓말, 농담, 반말, 욕, 유머가 '무의식의 진실'을 표출시킨다고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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