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40도
드라이덴의 겨울은 매서웠다. 앞 장에서 잠간 언급했듯이 제설작업으로 고생했던 철원 최 전방 고지에서의 군대생활. 그 때도 영하 20도 일 때 ( 구정 즈음해서 하루나 이틀) 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날도 동내의 바람에 일조점호를 취했고 태권도 품세와 기합소리로 추위를 이겼던 역전의 용사들 이었다. 그러나 그 때와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이곳은 매일 영하 20도-30도를 오르내렸다.
첫 겨울을 시작부터 힘들게 지내며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1월 하순. 일기예보에 다음날은 영하 40도 라고 했다. 마침 그 날 아침에 차를 정비소에 가져가야 하는 날이었다. 시간에 맞춰 차를 정비소에 가져다 주고 정비기간 동안 쓸 차를 달라고 하였더니 날씨가 너무 추워 그 차마저 시동이 안 걸린다고 했다. 주인은 미안 했던지 나를 우리 모텔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모텔까지 거리가 1 킬로가 안되는 거리라 그냥 걸어 가겠다고 하고 정비소를 나왔다. 방한모에 두툼한 잠바로 무장해서 그까짓거 1 킬로 정도야 했지만 100미터도 지나지 않아 눈이 얼어붙는 느낌에 볼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찾아왔다. 그리고 양쪽 어깨도 시리고 하여튼 이러다가 잘못돼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수없이 온길을 되돌아가 정비소 주인에게 라이드를 청해 모텔로 돌아왔다.
그 날 저녁 우리 모텔을 방문한 마선생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큰일 난다고 했다. 오래전 그 마을에 살던 한 청년이 오늘 같이 추운 날 방한모도 안 쓰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후에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는데 머리가 얼어 그렇게 되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했다. 정말 머리가 어는 경우가 있느냐고 했더니 날씨가 워낙 추우면 그럴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날 아침의 경험으로 봐서는 그 말이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닐듯 했다.
마선생이 돌아간후 몇개 안남은 빈방의 문단속을 한후 그 날의 일과를 끝내려고 마지막으로 107호실 방문을 열었는데 방안이 온통 수증기로 꽉 차고 온수공급 파이프로 부터 뜨거운 물이 뿜어져 나왔다. 온수공급파이프 (HOT WATER PIPE) 가 얼어 터진것이다. 이 경우 107호로 들어가는 온수공급파이프의 밸브를 잠그면 되지만 그 밸브가 어디 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방의 냉, 온수 공급 파이프는 방 아래 지하실 비슷한 공간 (CRAWLING SPACE) 을 통해 그곳까지 와서 세수대와 목욕탕으로 연결 된다는 것은 알지만 그 CRAWLING SPACE 의 많은 밸브중 어느 밸브가 정확히 107호의 온수 파이프용 인지 몰랐다. 하는수 없이 또 전주인 에릭에게 다급한 음성으로 SOS를 쳤다.
하도 마음이 급해 그가 도착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가늠이 안 갔다. 그러면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사전에 이야기를 안 해준 그에게 속으로 한참 욕을 해댔다. 그가 도착 했을 때는 이미 그방의 카펫이 몽땅 물에 젖어 질퍽질퍽 했다. 그 방을 둘러 본 그가 바로 CRAWLING SPACE 로 내려가 밸브 하나를 잠그며 드디어 온수가 뿜어져 나오는 상황이 정리 되었다.
이미 밤 11시가 지난 시점이었다. 이 추운 겨울 날 밤에 모텔 사고 소식에 아뭇소리 않고 달려와 사고를 수습하고 이 건물은 보험에 들어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를 하는 전 주인 에릭이 고마울 뿐 이었다. 내일 아침에 보험회사에 연락하면 그 후에는 그들이 하라는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하고 그는 돌아 갔다.
이튿날 보험회사에서 지정한 정비업체가 와서 젖은 카펫을 들어내고 역시 흠뻑 젖은 마룻장을 말리기 위해 드라이어를 두개나 설치했다. 그 후 약 2주간 수리를 한 107호는 새 카펫을 깔고 새 방으로 거듭 났다. 물론 100프로 보험회사 비용으로. 그리고 수리기간중 손님을 받지 못한 손해까지 하루에 얼마씩 쳐서 보상을 받았다. 공돈 나가는줄 알았던 보험료가 제 몫을 단단히 한 것이다.
사고 원인은 목욕실의 증기를 빼는 환기통으로 영하 40도의 찬 공기가 하루 종일 스며들어 환기통과 거의 붙어있다시피 한 온수파이프를 얼어 터지게 한 것이었다. 영하 40도의 위력은 이 정도 였다.
결국 이 사고로 우리가 손해 본 것은 없었으나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만일 우리가 온수 파이프가 터진 것을 제때 발견하지 못 하고 밤새 방치하였더라면 양쪽 옆방까지도 큰 피해를 입을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그날밤 양쪽 옆방은 손님이 묵었는데 아침에 깨어보니 자기방이 물바다가 된 것을 발견했더라면 얼마나 놀라고 화가 났을까?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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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Angelcrack 작성시간 22.12.17 자연의 위대함이라고 달리 표현하기도 하죠.
이슬 방울이 얼었다 녹았다 하는 힘에 바위가 갈라지고. 돌, 모래가 된다고..
춥고, 물많은 춘천에서 살때 이런 재난들을 많이 보았네요.
저희는 캐나다에 와서 상가 플라자 지하의 하수가 역류되어 ...
시지하수 펌프가 고장나서 그랬다고. 시의 보험회사가 오수를 다 빼내고. 물건은 리스팅해서 쓰레기 처리장에 보내고. 바닥을 반짝반짝 하게 복구한뒤 대형 기계들 집어넣어 말리며 냄새까지 제거하고, 침수된 상품 집기등 소소한 것까지 다 보상받아다 주어 맨날 노는 것같은 캐나다 공무원, 보험회사 다시 보았네요.
당시 정말로 황당하셨을텐데 이제는 추억으로, 좋은 글 거리가 되어네요.
돟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jungkwanil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12.17 - 후에 이 이야기를 들은 어떤 분의 이야기. 캐나다는 보험들기가 까다롭지만 보상은 후하고, 한국은 보험들기는 쉽지만 보상절차가 까다롭다고 합니다.
- 이 사고가 있은후 새삼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고 제 생명보험을 들려고 했더니 병원 검진을 요구했고 여러 항목 중 혈압이 높다고 툇자를 놓기에 그때부터 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 그리고 보험은 6개월 뒤 또 한차례 병원애서 혈압을 잰 후 겨우(?) 가입이되어 이나라 참 웃긴다고 생각했지요. -
작성자Angelcrack 작성시간 22.12.17 혈압약은 웬만하면 줄이거나 드시지 말고 규칙적으로 아침 열시경 해가 있을 때 40-60 분 정도 걷기나 햇살드는 실내에서 걷기나 런닝 머신으로 대신하세요.
심장 박출량보다 좁아진 혈관등으로 인해 혈압이 올라 가기 때문에 원인인 혈관을 넓히는 대신
심장을 덜 쎄게 즉 좁아진 혈관에 맞춰 심장 출력을 낮추는 것이 심장 약이라고 해서 일부 의사 분들은 가능한 먹지 말고 운동을 해서 혈관을 건강하게 확장하라고 합니다.
비상용으로 꼭 가지고는 다니시다가 느낌이 안 좋으면 드세요.
독일 쪽은 미국 가준보다 10 정도 높아야 고혈압으로 진단한다고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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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jungkwanil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12.18 - 맞습니다. 그래서 저도 매일 1시간 정도 걷기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는 의사 대면 시간이 5분 내외였으나 이곳에 오니 30분 정도는 할애하는것 같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 제가 보고 들은바에 의하면 대체로 미국/일본/한국의 의사들은 돈을 너무 밝히고 이곳을 포함한 구라파 여러나라의 의사들은 좀 나태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