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김문억
1
나 오을 밥 먹었음
물 말아서 떠내려 보냈음
새벽차를 타러 가다가 춥다고 생각했음
추웠음
몹시 흔들렸음
출근 도장 찍었음
나 오늘 놀았음
일 없어서 놀았음
사람마다 통화 못했음
공사판에서 불 쬐었음
오관이 잘 떨어졌음
하루종일 무사했음
2
술 한 잔 하고
시 한 줄 쓰고
시 한 줄 쓰고
술 한 잔 하고
그냥 웃다가
시무룩하다가
시무룩하다가 또 웃다가
누어서 잠을 붙잡다가
그냥 요대로 염을 하다가
내가 우는 울음 소리에
잠은 달싹 깨지고
술 한 잔 하고
시 한 줄 쓰고
웃다가 또 시무룩하다가
사람을 찾아 나섰다
텅빈 서울
떠 있는 섬
3
양치질을 하다가
썩은 것을 파내다가
구역질을 하다가
토하고 토하다가 내장까지 다 토해내서 간은 간대로 콩팥은 콩팥대로 창자는 창자대로 막소금으로 문지르고 세제로 막 치대고 맑은 물에 몇 번 씩 헹구고 털어내고 통풍으로 잘 말려서 차근차근 집어넣고
조선식 목침을 베고
명심보감이나 읽어볼까.
김문억 시집<나 오늘 밥 먹었음1998선우미디어>중에서
긴박하고 불안정한 한 시대를 살았다
믿음이 없다가 보니 약속이 안 되고 나 스스로가 불안하여 속보를 연발했다
冊題로 삼은 '나 오늘 밥 먹었음' 은 이 작품 문장에서 발췌한 것이다
]
나 오늘 밥 먹었음
물 말아서 떠내려 보냈음
하루를 살아간다는 일이 심각하던 시절이었다. 먹었으면 뱉어야 하고 입을 입마개로 틀어막는 탄압이 자행되고 있었다
자조하고 자학할 수밖에 없는 군사문화 속에서 글을 쓴다는 일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어는 날 직장에서 나를 불러 놓고 싶은 말이 있어도 좀 참으라는 주의가 들어왔다
직장에도 국보위 라고 하는 이름으로 불만 있는 자들을 색출해서 보고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그 시절이 삼청교욱대를 운영하던 때다.
직접적인 토론의 기회는 없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계속 이렇게 시조 한 편으로 표출할 수 있었다.
간접적으로라도 표현 할 수 있는 시조가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