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장례식 / 문정희
시인의 장례식은 없어요
시인이 죽고 난 후
시인의 시가 사라질 때
그때 시인은 죽는다고 해요
시인은 장례식 없이 망각으로 사라지거나
책 속에 살아 있어요
시인의 장례식은 시간이 치르어요
시인은 노래하고 사랑하고 분노할 뿐이이어요
어떤 시인은 영속永續에 대한 갈망으로
서둘러 시비를 세우고 기념관을 짓지만
그런 시인일수록 목숨이 죽자마자 죽는다고 해요
시인의 장례식은 없지만 아니 장례식을 한 후에도
천년을 사는 시인도 있어요
지상의 집에는 맞지 않은 열쇠를 들고
가문도 족보도 없이 떠도는
시인은 물결에다 시를 써요
다음검색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jungkwanil 작성시간 22.12.26 - 좋은 시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으니 그 시인은 영원히 죽지 않습니다.
- 하늘을 두루말이 삼고 바다를 먹물 삼는다는 찬송가 구절에 그 스케일에 놀랐는데.
- "가문도 족보도 없이 떠도는 시인은 물결에다 시를 써요." 요즈음 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당나라 때 두보나 이태백의 감상이라고나 할까요.
- 감상 잘 했습니다. -
작성자이명희 작성시간 22.12.27 서정주 시인의 애제자고,
제가 좋아하는 문정희 시인의 자신감 넘치는 시네요. 존재감이 없는 시인들에게 힘내라는 격려의 시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