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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시인하다/이령

작성자이명희|작성시간23.04.28|조회수53 목록 댓글 1

시인하다/이령

 

난 말의 회랑에서 뼈아프게 사기 치는 책사다
바람벽에 기댄 무전취식 속수무책 말의 어성꾼이다
집요할수록 깊어지는 복화술의 늪에 빠진 허무맹랑한
방랑자다


자 지금부터 난 시인是認하자

내가 아는 거짓의 팔 할은 진지모드
그러므로 내가 아는 시의 팔 할은 거짓말
그러나 내가 아는 시인의 일할쯤은
거짓말로 참 말하는* 언어의 술사들

그러니 난 시인詩人한다

관중을 의식하지 않기에 원천무죄지만
간혹 뜰에 핀 장미에겐 미안하고 해와 달 따위가 따라붙어 민망하다
날마다 실패하는 자가 시인이라는 것이 원죄이며
사기를 시기하고 사랑하고 책망하다 결국 동경하는

이 여죄다
사기꾼의 표정은 말의 바깥에 있지 않다
그러니 詩人의 是認은 속속들이 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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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명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4.28 '이령의 시를 한 마디로 말하면 발산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언어들은 빅뱅하는 우주처럼 끝없이 팽창한다. 중략
    이 발산하는 언어들 속에 삶의 진실과 세상의 본 모습과 시인 자신의 내밀한 욕망이 언뜻언뜻 스쳐 지나간다.
    오직 눈 밝은 독자들만이 이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볼 것이다.' 황정산(시인, 평론가)

    톡톡 튀는 시를 맛보시라고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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