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자작글 좋은시

어느 남자 노인의 애환

작성자까미왕|작성시간26.06.09|조회수7 목록 댓글 2

어느 남자 노인의 애환

우리 세대는 정말 쉼 없이 살아왔다.

내가 태어나던 시절에는 쌀이 귀했다. 동네 어른들은 "쌀 한 말을 먹고 시집가는 

아가씨가 가마를 무너뜨린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쌀밥은 생일이나 명절, 

조상님 제삿날에나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처음 마산에 갔을 때, 화려한 네온사인을 보고 한참을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을 본 친구가 "너 진짜 시골에서 왔구나"라며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시절 학생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가정교사나 신문 배달 정도가 전부였다. 

지금처럼 아르바이트라는 말조차 흔하지 않았다.

나는 토요일 수업이 끝나면 30리 길을 걸어 외갓집에 다녔다. 오직 취업해서 고향의 부모님께 

효도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마산공고를 다녔다. 당시 대한민국은 가난한 개발도상국이었다. 

먹고사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고, 미래는 늘 불안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아이들이 쌀밥보다 피자와 햄버거를 더 좋아하는 시대가 되었다. 

내가 가정교사를 하던 시절, 합포초등학교는 한 반에 학생이 80명이 넘어서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수업할 정도였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그 이야기를 들으면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때 그 소년들도 어느덧 노인이 되었다.

우리는 밤낮없이 일했다. 어떤 이는 공장에서, 어떤 이는 건설 현장에서, 또 어떤 이는 

중동의 뜨거운 모래바람 속에서 피와 땀을 흘렸다. 그렇게 한평생 나라의 성장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 강국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그 결실을 만들어낸 

우리 세대는 그 풍요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채 늙어가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가족을 위해 살았고, 노년에는 생활비와 건강을 걱정하며 살아간다. 

국민연금의 혜택도 충분하지 못하고, 노후 준비가 부족한 이들도 많다. 평생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어느 날 거울 속의 늙은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가끔은 생각한다.

인생에도 연습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번 살아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더 현명하게 살고, 더 많이 사랑하고, 후회 없이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그래서 지금 남은 시간만큼은 후회보다 희망을 품고 살아가려 한다. 비록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배움에는 늦음이 없다. 시흥노인복지관에서 작가 수업을 들으며 

새로운 세상을 만났고, 사람을 이해하는 지혜도 배웠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감동과 기쁨을 얻었다.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제는 지나온 세월을 아쉬워하기보다 남은 인생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가고 싶다. 

비록 노년이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오늘도 새로운 꿈을 꾸며, 더 멋진 인생의 

후반전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다.

                                                     

                                                         2026년 6월 9일 이수우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난장이 | 작성시간 26.06.09 정말 값진 삶을 살아 내셨네요
    그 시절 그런 고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발전과 보람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 공부를 하시니 글이 참 맛이 있네요
    작가님이 만들어 낸 글 속에 마음을 쏘~옥 빼앗기고 말았어요
    저는
    바쁘게 살다 보니 여유를 잃어 버리고 살아가는 것 같답니다
    어제도 능곡동에 다녀서 물왕리를 지나 오면서 선생님을 떠 올렸네요
    여기 어디 쯤에 앉아 계시지 않을까 하구요~~늘 보람있게 지내시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답니다
    고운 삶 속에 잠시 마음 빼앗기고 스스륵 잠자러 갑니다~~편안한 밤 되셔요
  • 작성자까미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4 난장이님 감사합니다
    우리집은 산현동 수목카페 가는 길목 빨간 양철집입니다,
    밭에는 상추가 춤을 추고 잔디밭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꼬마 손님을 기다립니다.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이제는 경기도 도민으로 선거도 했어요.
    그런데 내가 찍은 사람은 모두가 떨어졌어요.그러나 시간은 흘러서 세월은 갑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