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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작성자36회 김옥덕|작성시간15.12.14|조회수236 목록 댓글 8

 이 세계(개)가 흔들리면 어디로 가지?"​

화성과 달나라를 오락가락하며 머리를 굴려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치과."

 산부인과만큼 가기 싫은 치과에 일주일이 멀다 하고 다니고 있는 요즘, 치아는 五福 중에 하나라는 말이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큰아들이 부실한 내 치아를 그대로 닮았다.

거기다 부정교합이라 교정하는데 무려 7년이나 걸렸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입학식 무렵까지 큰 고생을 했다.

그동안의 불편함과 비용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윗니가 아랫니를 덮듯 맞물리는 것이 정상 치열인데, 그 반대가 부정교합이다.

이런 치열은 씹는 저작력도 떨어질 뿐 아니라 일명 주걱턱이라 불리는 얼굴로 변형이 된다.

강남 세브란스병원에 다니느라 들인 노력과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연세대학교 부속병원이라 늘 환자들로 붐비고 오랜 기다림에 비해 치료시간은 짧았다.

엄마를 닮아 겁이 많은 큰아들과 함께 母子는 두려움에 떨면서 지루한 대기 시간을 보냈다.
 

 큰아들이 교정을 시작했을 때 작은아들은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기 시작했다.

작은 유치가 빠진 자리에 큰 영구치가 나오기엔 자리가 좁아 삐뚤게 나오기도 한다.

유치가 흔들리면 더 흔들어서 빼게 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흔들리지도 않은 대문니 바로 옆에 나야 할 이가 대문니 바로 뒤에서 뾰족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치아 네 개가 두 겹으로 겹쳐진 상태에 경악했다. 

작은아들까지 또 교정을 해야 하나 앞이 캄캄했다.
 

 그 무렵, 중학교 친구 남편이 하는 교정전문 치과를 알게 되었다.

유심히 살펴보던 의사는 아직 흔들리지도 않은 대문니 옆의 이를 두 개 뺐다.

그러자 대문니 바로 뒤에서 올라오던 이가 제자리를 찾아 반듯하게 올라왔다.

교정을 하지 않고 간단하게 해결해준 의사가 미더웠고 고마웠다.

그때부터 우리 아들들은 그 치과에 단골 환자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다른 치과에 다녔다.

친구의 남편에게 입을 있는 대로 크게 벌리기가 차마 민망해서였다.

자그마한 체구에 다부진 의사는 친절하고 기술도 훌륭했다. ​
 

 큰아들이 대전 유성의 대학교 기숙사에 있을 때 갑자기 이가 아파 근처 치과에 갔는데 의사가
 "치료 어디서 받았어요? 이렇게 훌륭한 의사라면 내 가족도 맡길 만 합니다."

 이런 최고의 찬사에 미국유학 중에도 한국에 오면 이 치과만 고집했고, 대를 이어 손녀까지 단골 환자가 되었다.
 

 지금은 장남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젊은 의사가 아버지보다 더 친절하고 꼼꼼하게 치료를 잘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나도 이 젊은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중이다.

환자가 궁금증을 가지기 전에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깍듯한 예의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처녀 때 들어온 간호사가 대학생 아들을 둔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고, 세 명의 간호사 모두가 평생직장으로 알고 근무하는 치과다.
 

 사랑니 앞에 크라운 한 내 어금니가 부러졌다.

뿌리만 남아 어떻게 살려볼 도리가 없다며  착한 의사는 도리어 미안해했다.

마취주사로 왼쪽 뺨이 얼얼하니 감각이 없을 때, 뿌리를 빼고 잇몸을 실로 꿰매는 치료를 받았다.

깍지 낀 손가락에 으스러지게 힘이 들어가고 이마에는 송골송골 진땀이 맺혔다.

온몸이 빳빳하도록 굳은 긴장이 풀어지자 맥없이 주저앉고 싶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잇몸이 아물고  뼈가 차오르면 긴 나사를 박는 무서운 임플란트 시술이 기다리고 있다.

내 차트 화면에 'ㅇㅇㅇ모친'이라고 아들 이름이 쓰여있어 초긴장 속에서도 웃음이 나왔다.

30년 이상 단골인 아들을 봐서라도 덜 아프게 더 꼼꼼하게 잘 해주길 바라는 내 마음이 들킬세라 짐짓 못 본 체했다.

 

 그렇게 가기 싫은 치과에 이제 더 주 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오래전에 충치를 치료하고 때운 금조각이 어느 날 세면대에 톡 떨어졌을 때, 순간 내 심장이 쿵 떨어지며 무서운 치과가 떠올랐다.

젊을 때부터 치과에 자주 다니던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이 슬쩍 지나가며 치과와 가족력도 떠올랐다.

아들도 나를?

201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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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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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36회 김옥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12.15 그런줄 뻔히 알면서도 자꾸 미루게 되는 것이 치과, 무서워서죠.
    무서워 미루는 댓가가 너무 큰데도 말입니다.
    이젠 정기적인 검진을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 작성자35회 정금자 | 작성시간 15.12.18 성격이 약간 덜렁덜렁한 큰딸에 비해 작은 딸은 매우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 했지요. 그런 작은 딸이 여섯 살 쯤 됐을 무렵인가 젖니가 삭아서 치과에 간 적이 있었지요.

    치료의자에 올라 안기까지는 순순히 따라 하더니 막상 치료를 하려니 입을 조갑지 같이 다물고 한사코 열어주질 않았지요 . 아무리 달래어도 조그만 입을 꼭 다물고 안 열어 줘서 결국 그날 못하고 돌아왔지요. 요즘은 치과에 가면 어린이가 불안하지 않게 잘 적응하도록 신기한 소품들 있고 합니다만 그때만 해도 여러가지 겁나는 기계에 근엄한 표정으로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선생님만 봐도 딸아이가 겁이 난 듯 합니다. 그딸이 이제 일곱짜리 아들의 엄마가 됐네요
  • 답댓글 작성자36회 김옥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12.18 저도 겁이 많았어요.
    젖니가 흔들릴 때 외할아버지가 오시면 '어디 보자'하셨어요.
    엄지와 검지로 이를 빼주신대서 나는 한사코 입을 다물고 버텼지요.
    혼자서 조금씩 밀어 많이 흔들릴 때 내가 뺐어요.
  • 작성자28회 박정자 | 작성시간 15.12.20 작년에 대공사를 한 나, 오래 걸리고 입을 벌리는 모양세 ~
    생각만도 옷삭해. 지금 편하게 맛있게 먹고 있으니 고맙지요 아우의 글솜씨가
    점점 호감이 간다.
  • 답댓글 작성자36회 김옥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12.20 공부를 하며 강사의 지도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인터넷 동호회원들의 답글이 저에게 더 많은 용기를 줄 것입니다.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언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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