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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동호회

얼음 나뭇가지에 앉아 봄을 꿈꾸는 작은 새야!

작성자35회 정금자|작성시간15.02.04|조회수210 목록 댓글 15
눈이 많이 오는데 살아봤으면!
눈 속에 갇혀 봤으면!
하던 그 소원을 드디어 풀었습니다.

동부지역에 이제껏 보지 못했던 큰 눈폭풍이 온다고 뉴욕주. 뉴져지주. 커네티컷주 등 인근 세 개의 주에서는 총 비상이 걸렸었지요.

그날은 일찍 모든 학교들이 서둘러 휴교령을 내리고 지하철, 노선버스, 맨해튼을 잇는 부릿지, 하이웨이 등 모든 교통수단은 저녁 8시부터 통제되고 세 개 주의 주민들은 숨을 죽이고 대비를 하였었지요.

그러나 3피트 (약 90센치) 온다던 폭설은 그저 8인치(20센치) 정도에 그치고 말았지요. 세 개 주의 수장 인 주지사들은 기상청 말만 믿고 서둘러 과잉대처를 한 탓에 얼굴이 무색해졌고...

그러나
정작 눈은 가슴 졸였던 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서 뒷통수를 쳤습니다. 긴장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강풍과 폭설과 얼음비까지 동원되어 만 하룻밤 하루낮을 내린 제2의 눈 폭풍으로 말미암아 주차장에 세워 두었던 승용차들은 선 채로 그 자리에 얼어붙어 마치 거대한 아이쓰케키 같이 되어버렸지요.

내린 눈에 덮어 내린 얼음비와 그 위에 또 더 덮어 내린 눈으로 말미암아 미국 동부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차도, 길도, 마을도, 도시도, 사람들의 마음도...
우린 모두 얼음 속에 갇혀 버린 것 같았습니다.

공립 사립 가리지 않고 학교들은 모두 휴교령을 내리고 병원도 관공서도 법원도...

온 도시의 기능마저 마비되니 얼음 상자 속에 갇힌 채로 모두가 정제 되어버린 것 같았지요.

아파트 정원의 조경수 위에 내려 앉은 눈은 바람결에 푸슥푸슥 떨어지기는 커녕 완전히 돌덩이 같은 얼음덩이가 되었고, 큰 고목나무는 수 많은 가지마다 제 가지보다 더 굵고 큰 얼음을 한 아름씩 매달고서 마치 유리로 된 조각상처럼 작은 바람에도 무겁게 서서히 일렁거렸습니다.

참으로 장관이었지요.
그 얼음 나무가 움직일 때면 수 십만 개의 유리구슬이 서로 맞부딪쳐 차르랑거리는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는 둣했습니다.

그 얼음나무의 뒷 배경에서는 웅장한 러시안 서사시가 들리는 둣도 했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울려 퍼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이 세계를 지배하고, 더욱 세분화 되어 하루가 달리 변화무쌍한 태크놀러지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현세에 살면서도

위대한 자연의 변화 앞에서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하는 것이 인간이구나!
하는 경외감으로 온 몸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와~
우리 인간이
세계인류가
자기밖에 모르는 이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종교와 이념을 초월하여

대자연을 경배하고
스스로 겸허히
더욱 더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의 폭설이 그런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감사한지...

ㅎㅎ
저는 덕분에
학교가 휴교하여 폭설맞이에 온 몸을 다 던져 올인 할 수 있었고 눈이 그치고 그 뒷설겆이가 끝난 다음 날에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싱긋이 입가에 베어물고 맨해튼의 아름답고 고고한 빌딩 숲을, 센트럴 파크를 가로지르며 아기들을 실어 날랐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보람 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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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40회 공명희 | 작성시간 15.02.08 굉장한 눈이 네요...뉴욕의 눈폭풍...언듯 낭만적인것 같으면서도 시크한것 같습니다.
    뉴욕이란 도시는 삭막하기만 할것 같았는데...글을 읽고 나니 선배님이 어쩐지
    수정얼음 으로 뒤덮힌 환상적인 도시에 스쿨버스를 몰고 가는 엘사 공주님 같아요...ㅎㅎ
  • 답댓글 작성자35회 정금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2.08 명희아우! 아침마다 저는 뉴욕 (맨해튼)의 새벽을 열러 가지요. 캄캄한 어둠을 헤치고 일본학교로 가서 버스를 몰고 죠지워싱턴 부릿지를 건너 부로드웨이에 도착하면 큰 트럭들이 식당앞에서 음식 재료와 물건을 배달하고, 버스에, 쓰레기차에, 도로 청소차에, 뉴욕의 아침은 부산하게 밝아오지요. 뉴요커들은 강아지를 워크시키고 학생들과 시민들은 버스를 기다리고 가난한 시민은 리어커에 빈 패트병을 모아 산떼미처럼 싣고가고, 가슴에 아기를 안고 출근하는 젊은 아빠도 있고...모든 곳에 소설의 모티브가 있고 소재가 있습니다. 일본학교의 아기들과 엄마들은 저를 무척 좋아하지요. 저가 그들을 좋아하는 것처럼...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35회 정금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2.08 35회 정금자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차에 오르면 차는 갑자기 장터처럼 활기 차오르고 시끌벅쩍 해집니다. 만 세살베기 타카노 사쿠라짱, 숏타로군, 오즈 사쿠라짱, 하루키군, 유타군, 나츠키군, 다섯살 리사짱, 리리짱, 일학년생 토모아키군, 오치군에 2학년생 린토군, 그리고 3학년생 모모카짱 . 아이들은 버스 안에서 노래하고 춤도 추고 아하하하~소리높여 구김살 없이 웃고 제가 램프를 회전 할 때면 다 같이 아아아~ 소리를 합창하며 즐거워 합니다.그리고 내릴 때는 어김없이 땡큐~ 해브 어 나이쓰데이 혹은 오하요~ 하고 인사 합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엔 엄마들로부터 팁을 받았는데 전 그것으로 아이들 모두에게 정말 예쁜 선물을 사주었지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28회 지영숙 | 작성시간 15.02.10 금자아우님! 그동안 소식이 궁금했는데 이번에 혹심한 눈폭풍을 당했다니
    힘든상황이 눈에 훤한데도 이렇듯 감성적인 마음으로 대자연의 섭리를
    마치 동화속의 한장면 같이 뉴욕의 눈풍경과 일상을 소설같이 소개해
    마치 꿈을 꾸는듯 아우님의 문장에 감미로운 와인을 마신기분입니다.
    꿋꿋하게 삶의 터전에서 동심으로 생활하고 있는 아우님!
    격려의 찬사를 보냅니다.고운모습, 건강한모습 잃지않길 비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35회 정금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2.10 언니! 제 속의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삶이 늘 즐거워요. 옛날엔 우울한 것이 낭만처럼 생각되었는데 요즘은 삶의 실체가 확실히 보이는 것 같지요. 남편의 뒷 그늘 속에서 안주하고 있었던 지난 날 보다 스스로가 삶의 주체로 살게 되어서그런지...모든 것에 감사가 절로 나오고 크고 흰 빛이 가슴 속을 관통하여 우주와 합일 되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모든 현실과 그 사물에의 본질이 이해 되어지고 살아가는 나날이 기쁨의 연속 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늘 경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자잔한 걱정이 있기도 합니다만 그럴때마다 긍정적으로 풀어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칠십이 되니 덤으로 사는 것 같아 그런지..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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