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일째 (1): 공든 탑
와르르르~
공든 탑이 무너진다.
달래도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갓난 아기 이제 겨우 재워 내려 놓으려는데
다시 울음을 터트린다.
바람 한 점 없는 호수 위로
모처럼 휘영찬 보름달 떠올랐는데
얄미운 바람 하나 지나다 낙엽 떨군다.
끝없이 흔들리는 마음.
자만과 욕심에 취해
죄가 죄임을 모른채 세상모르고 헤메다가
기억에도 없는 길가에 쓰러져
죄가 죄임을 모른채 세상모르고 잠들었다가
아침이 되어 일어나보니
살아있는 것 자체가 더러움이었구나.
간신히 두 팔 집고 일어났는데,
아직도 허약한 두 다리는 몇 걸음 내딛지도 못한다.
와르르르~
이제 겨우 재웠나 했는데...
아직 깊지 못한 물은
지나는 미풍에도 물 속 끝까지 흔들린다.
빨아도 빨아도 지지않는 얼룩.
찌들데로 찌는 얼룩.
그 분의 사랑 있으면 씻어낼 수 있으니
매일 매일 말씀에 의지하고
매 순간 순간 기도로써 자신을 씻어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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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일째 (2): 부부
마주보면 맨 살이 서로 닿고 가릴 것 없어 0촌이고.
뒤돌아서면 둘 사이 이어줄 것 없어 0촌이다.
서로 닿는 사이라 상처도 쉽게 주고, 쉽게 받는다.
물베기 싸움이라 하지만
맨 살과 맨 살 사이에 놓인 칼 날이라 더욱 쓰리고
보이지 않는 칼 날이라 더욱 아프다.
한 번 본 적도 없는데,
그 분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셨듯이
서로를 위해 십자가를 지어야 할 것이다.
사랑이란 십자가를 대신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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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일째 : 용돈
뭔가 개운하지 않다.
두 딸 아이를 성당에 다시 나오게 하고 스카우트에 들게 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뭔가 찜찜하다.
두 녀석의 용돈을 올려주기로 하고 서로 약속했던 것인데...
그러다 잠시 잊고 있다가...
어제 작은 녀석이 용돈 올린 것 포기하고 스카우트는 안하겠단다.
대신 매주 미사는 참석하겠다고 한다.
잊고 있던 개운치 않은 마음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그래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자 큰 애를 불렀다.
다시 이야기를 하였다.
우선 용돈 올려주고 매주 미사 참석하는 것을 원점에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스카우트도...
"용돈 올려주고 미사참석하게 하는 것이 너희를 돈으로 매수한 것 같아 싫다.
그러니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 하는 것이 어떠니?"
......
잠시 이야기를 나눈 끝에...
스카우트는 둘 다 안하는 것으로 결론 내고,
미사는 아빠가 말 안해도 열심히 다니는 것으로 하고....
.......
이야기가 끝난 후 녀석들 용돈을 1,000원씩 올려주겠다고 했다.
좋아하는 녀석들... 옆에서 대신 마가렛이 미사 헌금 확실히 하라고 끼어든다.
녀석들은 손해보는 장사다. 1,000원 올려받고, 한 달에 4~5,000 지출이니..
그래도 좋아한다. 좀 더 올려줄 걸 그랬나?
그 동안 중단했던 녀석들과의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누가 말했듯이 '참부모 자격증'이라도 있으면 만사제쳐놓고 따고 싶다.
자식이 배울까봐, 내가 했던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싶지 않아
악착같이 악습을 고쳐보려 하였지만 정말 힘든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휴식'을 끝낸 것과 녀석들이 미사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무능한 아빠로 보이는 것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다정하고 좋은 아빠로서 녀석들 기억에 남고 싶다.
공부 좀 못하면 어떤가?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러나 늘 가슴 한 쪽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것이 있다.
"경쟁만을 부르짖는 이 사회에서 과연 내가 잘하는 것일까?"
그나저나 오늘 부터 새벽 미사를 나가기로 했는데....
78일째 :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휴식을 끝내게 해 준 모든 분들이 고맙고...
앞서서 저를 알게 모르게 이끌어 주신 분들이 고맙고...
우리집 웬수가 고맙고....
모두 고맙습니다.
오늘은 그저 고맙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오늘은 너무 길어졌습니다.
아~참, 제게 술 사주시는 모든 분들 역시 고맙습니다. ㅋㅋ
그나 저나 오늘도 새벽미사는 ...
79일째 : 맨 땅이 헤딩을 하다
한 잔 걸치고 길을 가는데 갑자기 맨 땅이 헤딩을 해왔다고 하신다.
비겁하게 선전포고도 없이.
그래서 한 바탕 하셨단다.
그렇게 하여 생긴 영광의 상처가 큰 거만 세어도 이마에 2개, 코에 3개 등...
겁도 없는 녀석이다. L형님이 누구신데 감히 헤딩을 해오다니.
맨 땅에 헤딩의 대가가 누구인가?
바로 식사동 성당의 식사중이 아닌가?
그 분 밑에서 장작을 패며 지난 겨울 바람 많은 식사동 언덕을 훈훈하게 만들었던 사람이
바로 L형님인데....
바다 건너 옆 동네 일본에서 맨 땅이 마구 흔들렸다고 하고, 지금도 아직 끝난게 아니라더니...
이 녀석도 덩달아 바람이 들었나보다.
그래도 그렇지... 가릴 건 가려야지... 사람 보아가며 뎀벼들어야지...
L형님의 모습을 본 사무장님은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아니 그걸 그대로 내버려 두었어요, 이 나쁜 맨 땅 같으니.." 고 하며 노발대발이시다.
미리 진정시키지 않았다면 입에 거품까지 무셨을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신부님을 모시고 가서 단단히 혼을 내주고 싶다만...
바쁘신 신부님을 성가시게 하는 것도 그렇고...
더구나 신부님이 나서기엔 그 녀석 직위도 좀 그렇고...
아무래도 내가 가서 교육좀 시키고 와야겠다.
그러고 보니 L형님에게 들이댄 녀석은 '하룻 강아지'같은 넘이 아닌가?
아직 어리다 보니 세상돌아가는 물정을 모르는 녀석 같은데...
이왕 나서는 김에... 식사중에게 한 방 얻어맞은 뒤,
바람 많은 그 언덕에서 근신하고 있는 두목 녀석을 찾아가 기합 좀 주고 와야겠다.
안 그래도 요즘 그 녀석이 기합이 빠져,
자매님들 성당에 올 때 마다 힘들게 한다던데... 마침 잘 된 기회다 싶다.
요즘 웬지 이마가 근질근질하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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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 있는 맨 땅의 두목을 보신 L 형님이 갑자기 어제일이 다시 떠올라
화가 단단히 나신 모양이다.
다짜고짜 두목의 머리에 도로를 내기 시작하신다.
대못도 수십개씩 마구 박아대고...
둘러보시던 신부님 그 모습을 보더니, 재미겠다며 망치를 들고 나타나신다.
식사동 맨 땅의 그 거친 습성을 제대로 고치려면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아쉬운데로 저정도면 자매님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
80일째 : 맨 땅이 헤딩을 하다 (2)
어제 새벽, 글을 쓰는 데, 비가 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을 열고 내다보니 비바람이 다소 거세다.
글쓰기를 어서 마치고 식사동 언덕으로 갈려는 것을 다소 연기한다.
우비를 입고 가볼까 하다 특유의 귀챠니즘이 발동된 것이다.
8시쯤 잽싸게 한 번 들러보고 와야겠다고 생각과 함께 자판을 두드리며 뭉기적 뭉기적....
결국 9시 30분을 꽤 넘겨서야 집을 나서고...
다행히 비는 그쳤고, 도로는 이미 마른 곳이 꽤 보인다.
오늘 새벽 비바람이 거센편이었는데,
거칠기로 유명한 식사동 언덕이란 녀석이 제대로 있었을까 걱정된다.
오늘 가서 다시 한 번 교육을 시켜 두번 다시 허튼짓을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어찌되었건간에.....
어제 루치아노 형님과 신부님이 식사중의 이마에 고속도로를 낸 다음에,
비가 한 번 뿌려 언덕에 깐 부직포가 흙에 착 달라붙으면 좋겠다고 하시자
'비가 올겁니다'라고 신부님께서 말씀하였었는데...
때 마침 알맞게 비가 내려준 셈이다.
다소 걱정이 되는 것은 바람이 옆에서 꼬드겨 한바탕 난리를 피우지 않았을까 하는 것.
자연 언덕에 다다를 때가지 걸음을 재촉하게 되고....
.....
아니나 다를까 밤 사이 몇 군데 용트림을 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
"그럼 그렇지... 그 거친 넘의 성깔이 그리 쉽게 고쳐질리가 없지" 하며
오늘 확실하게 해두어야겠다고 삽을 집어들었다.
신부님이 연로하신 자매님들 마중 나가신다면 따라 나오신다.
신부님과 번갈아 가며 삽을 들고
식사동 언덕에 낸 부직포 고속도로의 양 가장자리를 따라 돌을 덮는다.
신부님이 나서니 언덕 녀석은 이미 기가 죽어있었고
신부님 안 계신 틈을 타 밤사이 기승을 부리던 바람도 마찬가지다.
절반쯤 마무리 작업을 하였을 즈음, 자매님 한 분이 올라오신다.
무척 좋아하신다.
이후 오시는 분마다 좋아하신다.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 하는 말씀도 빼놓지 않으시고...
어~어~ 얌전해진 식사동 언덕을 막 뛰어 오시는 자매님 한 분이 보인다..
누군가 했더니 제대팀 데레사 자매님이시다.
"으와 저 분이 저렇게 잘 뛰셨나?"
바람도 이제 더 이상 거세지 않다.
이마의 땀을 식히는 바람이 시원하다.
......................
11시 평일 미사 신부님 강론은 '섬김'이다.
'섬김!' 한 때 유행하였던 단어다. '섬김의 리더쉽', '섬기는 부모' 등등
나도 관심을 가져 한 두권 사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제대로 섬기기란 무척 힘들었다.
'섬김'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정의를 내리기도 힘들었다.
오늘 강론에서 신부님은 섬김이란 '잘듣기'라고 설명하신다.
멋진 해석이다. 그렇다. 우선 잘 들어야 잘 섬길 수 있다.
막혔던 것이 속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다.
섬기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자녀들의 말을 잘 듣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느낌이 든다.
끝 무렵에 '미소'를 덧붙이신다.
'웃으면서 잘 듣기!' , 이보다 더 좋은 섬김의 방법이 있겠는가?
'식사동 언덕'도 그 분의 말씀을 잘 들어 '세상의 빛나는 이마'가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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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르르르~
공든 탑이 무너진다.
간신히 달래어 그친 울음,
이제 잠들었나 싶어 살며시 내려 놓으려는데
다시 터지는 울음.
밤하늘 처럼 흐르고 싶은 호수 위로
모처럼 휘영찬 보름달 떠올랐는데
얄미운 바람 하나 지나다 짖궇게 떨구는 낙엽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isabella 작성시간 11.05.21 모든이의 발이 되어주시기 위해, 도로포장을 해주신 신부님,6구역장님, 시설분과장님,
애 많이 쓰셨어요. 고맙습니다.
언젠가는,,,
섬김으로 이루어진 큰바위 얼굴이 식사동 언덕에 세워질거 같네요^^ -
작성자찬미예수(인노첸시오) 작성시간 11.05.23 아무생각 없이 지난번에 걸어 올라 가던 식사동 성당 올라 가는 그 언덕길, 돌밭 이었던 길이 이렇게 편하고 좋은 길로 된것도 모르고 헐레벌떡 미사 시간에 맞추려고 뛰어 올라 갔다가, 미사 끝나고 나와서야 헐레벌떡 올라 갔었지만 뭔가 달랐던것 같은 마음에 자세히 살펴보니 전의 그 돌밭길이 아니라 카펫트가 깔린 멋진 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뻑!! 수고 하셨습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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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찬미예수(인노첸시오) 작성시간 11.05.23 나중에 식사동 성당본당 건물이 멋지게 세워진 후에 그때쯤엔 지금 우리가 하는 이런 얘기가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지요? 더군다나 그때쯤 전입 오셔서 처음 나오시는 신자분들께서는 도통 이해가 안되는 얘기들이겠지요? ㅋㅋㅋ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