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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에서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주흘산(主屹山)(1108m)

작성자진희정|작성시간25.09.17|조회수148 목록 댓글 7

그동안 궁금했던 산이름 가운데 한자다.

흘(屹). 산우뚝할 흘.

주흘산(主屹山). 문경의 산 중에 으뜸 대장이라니 의인법이 꽤 강렬한 셈,  산이름에 홀려 한자에 대한 사색을 마지못해(?) 하게 되는 형국이다.. ㅎㅎ

자꾸 뒤돌아 보게 되는 산이름 주흘산. 백두대간이 지나는 소백산맥에 자리하고 있으며 조령산과 연계 산행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화요일, 나는 언젠가 또 다른 산에서 바라 보게 될 주흘산으로 향하고 있다…

아마도 소백산맥의 자락이 아닐지..

연한 구름이 연기를 피우며 빠른 속도로 봉우리 주위를 맴돌며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으로 오른 주흘산의 봉우리 주봉이다. 바로 옆은 구름이 아득한 천길낭떠러지다. 다른 산에서 보면 이 곳이 까마득한 절벽으로 보인다고 한다. 

“난 일주일에 한 번 박청년 만나는 게 낙이여..”

누군가 말했다.

이 얼마나 다정한 문장인가. 

가장 단순한 것들이 가장 소중하다.

스치는 바람 한 줌, 이파리에 떨어지는 빗방울, 누군가 툭 던져 준 단정한 말 한마디. 억지로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의 말이 오늘도 걷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주흘산에서 만난 산청년과 산꾼.

상렬님은 나무의 나이테같으신 분이다. 산을 대하는 연륜이 깊으신 분. 산 설명을 잘해주셔서 옆에 있으면 자꾸 어디다 적고 싶을 정도다. 

허리가 긴 여자가 바람에 몸을 못 가누고 있다 ㅎ

식사 후 부봉으로 갈 채비를 하셨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더 서둘러야 한다.

선배님 머리 바로 위로 월악산 영봉이 보인다. 

혼자 가면 빨리갈 수 있고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장거리 산행에서 최고의 장비는 함께 걷는 사람이라는 뜻이리라.

상렬님은 산꾼의 사전에는 “쉬운산”은 없다고 말씀 하셨다.

.

정상 주봉에서 내려와 영봉을 지나 부봉삼거리로 가는 길은 군데 군데 계단이 설치가 되어 있으나 오름과 내림이 좀 극단적인 구간이다. 부봉삼거리 이후 육봉까지 봉우리마다 숫자가 붙어있다. 싸우지들 말라고 순서를 세운 걸까?

경사도 심하고 길도 험해서 어떤 구간은 설치 된 로프를 타고 내려 와야했고 확 트인 슬랩을 기어 올라가야 하는 곳도 있었다.

방금 지나간 듯 온기가 도는 산짐승의 흔적 위로 걷는 재미도 있었다. 

이 분은 봉우리마다 입맞춤을 하고 계시네…

때론 격렬해도 좋지 아니한가!

우회길을 찾지 않겠다면 직진이다.

나의 욕망은 어찌 감히 산의 모습 이겠는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 눈에 비추어진 산의 모습은 매 순간마다 새롭고 신비롭고 신기하다. 

잠자는 강아지와 그 밑에 염소가 보인다.

지도에 이름이 적혀 있는 사자 바위 같다. 

아래를 내려다 보는 사람 옆 모습같기도…

육봉 오르는 길 바로 전 지도 상에 점선으로 표시 된 길로 하산.

급경사 내리막길로 긴 로프 구간도 있고 마사토가 섞인 너덜길이다. 사람이 잘 안 다니는 길. 전부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다.

내림이 끝나자 갑자기 산의 장르가 바뀌고…

영지버섯 인가요? 

영지버섯은 산꾼한테만 보이는 거라며 아니라고 하셨고…ㅎ

오래도록 같은 표정으로 살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또 보이고…

모든 아름다움은 언젠가 시들고 사라지지..

산의 계절만은 영원하리라. 

내 마음에 있을테니까.

또 그렇게 느닷없이 만나기로 하자.

으스러지도록 껴 안아 줄테니.

올 여름도 숨 막히게 고마웠어.

안녕.

 

주흘산 안전하게 산행 리딩 해 주신 상렬님 그리고 박장희 선배님께 글자로 마음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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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sannary | 작성시간 25.09.18 와~~!
    바위 높이를 잘 표현한 사진..아주 멋져요.
    하늘 아래 두 산꾼이 여름을 지나고 있군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sannary | 작성시간 25.09.18 제 눈에는 목줄을 건 강쥐같이 보여요.ㅎ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sannary | 작성시간 25.09.18 드디어 하늘이 열렸군요.
    정상을 오르는건 이런 멋진 뷰~~를 보기 위함이지요.
    더 멀리~~
    더 많이 ~~
    보고 싶어 정상을 오르지요.힘들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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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sannary | 작성시간 25.09.18 멀리 바라보며 산이름을 불러 주었을때
    그 산은 내게 화답을 하지요.
    반갑게 손을 흔들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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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sannary | 작성시간 25.09.18 '허리가 긴 여자가 바람에 몸을 못 가누고 있다 '
    표현력이 좋습니다. ㅎ
    보는이에 따라 여러 느낌이 다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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