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정말로 순대를 좋아하고 순댓국을 좋아하나?
순대?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그때는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철판에 순대(돼지 내장), 당면, 싱싱한 깻잎을 넣고
볶아서 아주 저렴하게 파는 포장마차들이 많아 사 먹곤 했다.
퇴근길에 일부러 그 포장마차를 들러 돼지 내장 볶음 1000원어치에
소주 두 잔씩 먹고 집에 들어가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순대와 돼지 내장 볶음은 서민 음식으로
돈 없는 서민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지극히 서민 음식이다.
아마 순대국밥집에서는 대부분 막걸리나 소주를 마시지 맥주나 양주를 마시지는 않는다.
지금도 좋아하고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지만
옛날에 회사를 운영했을 때도 가끔 순댓국집을 찾곤 했었다.
거기서 천천히 순댓국을 먹고 있노라면
서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만큼 순대와 순댓국에 애정이 있어서 인지는 모르나
필리핀에 처음 와서 차린 것이 순대국밥 음식점이었다.
당시 들깻잎만 구할 수 없었지 순대를 만들 수 있는 재료는 다 구할 수 있었다.
필리핀 시장에 가면 순대 피로 쓸 수 있는 얇은 돼지 내장을 판다.
이들에게도 이들만의 토종 순대(롱가시나)가 있어 돼지피는 손쉽게 구할 수가 있다.
들깻잎이 없기에 돼지 냄새를 잡기 위해 생강을 곱게 갈아 넣고
당면과 부추와 배추와 양배추로 우거지를 만들어 넣고
한국산 참기름을 넣어 맛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파는 순대보다 맛이 있었다.
분명히 내 입에는 맛이 있었고 집사람도 맛있다 했다.
삶다가 터질까 봐 젓가락 손에 들고 푹푹 쑤셔주던 옛 생각이 난다.
그렇게 정성 들여 만든 순댓국집이 망했다.
망한 순댓국밥집 쳐다보기도 싫을 텐데 왜! 먹고 싶을까?
나는 간도 쓸개도 없는 놈인가?
필리핀 사람들도 필리핀 토종 순대(롱가니사)는 잘 먹는다.
그것에 착안하여 저렴하고 값싼 순대를 만들어 팔아보려 했으나
안 팔려서 망했다.
망한 이유는 간단했다.
조사가 너무 미흡했다.
집사람이 필리핀 사람이라 집사람 말만 믿었는데
집사람도 한국에서 20년 이상 생활하였기에
집사람 입맛이나 내 입맛이나 비슷했지
집사람 입맛이 필리핀 사람들의 입맛이 아닌데
나는 집사람 입맛을 필리핀 사람들의 입맛으로 생각했던 것이
패착의 원인이었다.
또 하나의 패착 요인으로는 필리핀과 우리와는 술 문화가 틀리다.
우리나라는 집보다는 밖에서 술을 먹는 문화이지만
필리핀은 밖에서 보다는 집에서 술들을 마시고
집에 있는 간단한 음식으로 술안주를 하지 식당에서 사다가 먹는 술 문화가 아니다.
순대와 순댓국은 한 끼 음식으로도 먹지만 술안주가 주(柱)를 이루지 않는가?
필리핀에는 돼지 피로 만드는 음식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선 듯 손이 가지를 않는다.
순대는 좋아하고 잘 먹으면서도 왜! 손이 안 가는지? 모르겠다.
내가 순대를 만들어 팔면서 망한 것도 그런 연유가 아닐까?
손이 안 가는 음식인 한국 순대를 팔려고 했으니...
필리핀 사람들이 간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이나
순대집에서 파는 돼지 간은 잘 안 먹는다.
왜 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것을 조사하고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그때는 없었다.
일주일 만에 순대와 순대국밥은 메뉴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순대와는 필리핀에서도 인연이 있는 음식이다.
어찌 보면 가장 소탈한 음식 중 하나이고
소주 한잔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서민 음식이다.
순대!
가장 서민적인 음식이라 나는 좋아한다.
일반 서민들이 가볍게 막걸리 한잔을 하며 하루의 힘듬을
달래며 나누는 우리들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나는 순대의 맛보다 그 분위기가 나는 좋다.
그런 분위기를 느끼려 나는 순대를 먹으려 한국에 간다.
2020.04.22.
필리핀 미농이 김봉길.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김봉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4.23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상처럼 되여버렸지만
편한만큼 돈이 나가잖아요.
여기서는 그런것도 필요없으니 현실에 맞게 살아가는거죠. -
작성자거센파도 작성시간 20.04.23 제가 필리핀을 모르니까 좀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 볼께요 아시는대로 부담갖지 마시고 응답주시면 고맙지요
선생님또한 고국소식이나 묻고싶은것 있으시면 제가 아는대로 얘기하고요 -
답댓글 작성자김봉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4.23 잘알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
작성자거센파도 작성시간 20.04.23 저는 천안에 살고요 공직퇴직후 고향시골 보령에서 옛집과 텃밭에서 소일하며 지내는 평범한 사람 이구요
흙을 좋아하고 작물들 가꾸는것도 좋아합니다
우리한국은 발전은 좀되었다하나 그만큼 환경은 파기도 많이 되었자나요
가보지는 못했지만 자연이 덜 파괴된 필리핀의 농촌에서 살아가신다기에 관심을 가져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봉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4.23 농토 질이나사람이 살아가는 것에는 파괴가 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눈으로 겉만 보기에는 이곳은 아직 미흡하고 발전이 않된 모습이라
우리나라의 1980년대를 살아간다 보시면 될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답답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또 좋아보입니다.
또 우리네 부모님들의 모습처럼 이들은 순수한 면이 있습니다.(단 농촌만...)
도시에서는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눈살이 찌푸려 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