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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스폰지밥

작성자이덕하|작성시간09.01.05|조회수459 목록 댓글 5
이상한 나라의 스폰지밥

이상한 나라의 스폰지밥

 

이덕하

2009-01-05

 

 

 

어린이만 보는 만화?. 1

이상한 나라 비키니 시티(Bikini Bottom) 2

자본주의에 대한 적개심.. 3

대중에 대한 냉소.. 4

바보 같은 영웅 인어맨과 조개소년(Mermaid Man and Barnacle Boy) 4

반체제 지식인 징징이(Squidward Tentacles) 5

컬트 영화의 감성.. 5

 

 

 

 

 

어린이만 보는 만화?

 

<심슨 가족(The Simpsons)>은 한국에서도 어른들이 보는 만화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보글보글 스폰지밥(SpongeBob SquarePants, 네모네모 스펀지송)>을 열심히 보는 한국 어른들은 거의 없는 듯하다.

 

<보글보글 스폰지밥>은 한국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매우 인기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만화가 어린이 만화로 기획되었다는 점을 부정할 생각이 없다. 야한 장면이 없으며 거친 언어도 없다. 하지만 매우 폭력적인데 과연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 어린이용 심의를 통과했는지 궁금하다. 이 만화에 나오는 신체 손상 장면은 Peter Jackson <데드 얼라이브(Braindead Dead Alive, 1992)> 못지 않다.

 

하지만 이 만화가 어린이만을 위해 만들어졌을까? 그렇게 보기에는 이상한 점들이 너무 많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영화광이 아니라면 어른들도 거의 보지 않았을 법한 John De Bello <토마토 공격대(Attack Of The Killer Tomatoes, 1978)>를 패러디한 장면이 나온다. 내가 제대로 봤다면 Fritz Lang<(M, 1931)> George Miller <매드 맥스 3, Mad Max: Beyond Thunderdome, 1985)>를 패러디한 장면도 나온다. 어쩌면 누구나 패러디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심슨 가족>의 장면들과는 달리 영화학도만 알아볼 수 있는 패러디 장면을 삽입하는 것이 <보글보글 스폰지밥>의 정책인지도 모르겠다.

 

보통 어린이 만화와 달리 <보글보글 스폰지밥>에서는 파업, 실업, 인종주의 같은 테마를 다룬다. 그리고 시도때도 없이 농민봉기의 모티프(쇠스랑과 횃불을 든 군중)가 등장한다. 정신분석을 받는 장면도 나온다.

 

 

 

 

 

이상한 나라 비키니 시티(Bikini Bottom)

 

비키니 시티 근처에는 해안이 있으며 등장인물(등장동물?)들은 거기에서 수영을 즐긴다. 그러다가 가끔 빠져죽을 고비도 넘기도 심지어 익사하기도 한다. 그냥 멍하니 보고 있으면 별로 이상한 장면이 아니다. 하지만 비키니 시티 자체가 바닷속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웃기는 일이다. 게다가 익사한 등장인물은 바로 물고기다.

 

이런 황당한 장면들을 수도 없이 나온다. 바닷물 속임에도 장작불을 피울 수 있으며 등장인물이 그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지적하자 장작불은 바로 꺼져 버린다. 고릴라가 아무런 장비 없이 비키니 시티에서 스폰지밥을 공격하다가 스폰지밥이 고릴라가 어떻게 물 속에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이야기하자 바로 도망간다.

 

물론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은 만화 제작자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이런 황당한 장면들을 삽입했다. 이런 황당함들은 그냥 웃어 넘길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또 다른 황당함들은 웃어 넘기기 힘든 내용이다.

 

이 만화의 에피소드 중 많은 부분이 집게리아(Krusty Krab)라는 식당에서 벌어진다. 스폰지밥은 집게리아에서 파는 음식을 정성을 담아서 만들며 등장인물들은 그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 스폰지밥 역시 이 식당에서 일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여 휴가를 거부할 정도다. 하지만 그 음식은 바로 햄버거(게살버거)이며 그 식당은 패스트푸드점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적개심

 

이 만화 역시 다른 어린이 만화처럼 선악의 대립구도가 있다. 한편으로 지켜야할 조국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 집게리아와 게살버거 비법이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악당인 플랭크톤이 있다. 플랭크톤(Sheldon J. Plankton)은 조국 미국의 적인 구소련 또는 테러리스트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조국의 대장이라고 볼 수 있는 집게사장(Eugene H. Krabs)이 돈만 지극히 사랑하며 돈을 위해서는 절도, 바가지 씌우기, 심지어 암매장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본가 계급을 상징하는 집게사장의 탐욕이 너무나 적나라하고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고 있어서 왜 한국의 우익들이 스폰지밥 불매운동을 벌이지 않는지 이상할 정도다(미국에서는 일부 우익이 스폰지밥이 동성애자를 상징한다는 이유로 비난했다고 한다).

 

에피소드 F.U.N.에서는 F.U.N. song이라는 노래가 나온다. 한편으로 지배 이데올로기를 완전히 체득한 스폰지밥은 이런 노래를 부른다:

 

F is for Friends who do stuff together.

U is for You and me.

N is for Anywhere and anytime at all.

 

반면 체제에서 소외된 플랭크톤은 어린이 만화의 대사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끔찍한 노래를 부른다(한국어판에서는 순화되어 번역되었다):

 

F is for Fire that burns down the whole town.

U is for URANIUM...BOMBS!

N is for No survivors when you're-

 

 

 

 

 

대중에 대한 냉소

 

<보글보글 스폰지밥>에서 대중은 매우 냉소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광우병(Mad Cow Disease)을 패러디한 것이 명백한 미친 달팽이 병(Mad Snail Disease)을 다룬 에피소드에서 대중들은 몇 마디 말만 듣고 곧바로 광적인 공포에 빠져든다. 오직 Dr. Gill Gilliam이라는 의사만 그런 병은 없다는 점을 안다. 이 만화 속의 대중은 걸핏하면 광적인 공포에 빠져든다.

 

인명구조원 행세를 하는 스폰지밥이 익사 위기에 빠진 뚱이(Patrick Star)를 구하지 않으려고 하자 군중들은 스폰지밥을 재촉한다. 하지만 스폰지밥의 모든 노력에도 뚱이를 구할 수 없게 되자 바로 그 군중들은 휘파람을 불며 떠나버린다. 대중들은 한편으로 지극히 어리석은 존재로 묘사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극히 이기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바보 같은 영웅 인어맨과 조개소년(Mermaid Man and Barnacle Boy)

 

인어맨과 조개소년은 스폰지밥이 매우 존경하는 영웅이며 TV 시리즈의 등장인물이다. 하지만 실제로 대단한 장비를 갖춘 영웅이기도 하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과거 인기 TV 시리즈의 주인공역을 맡았던 배우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 영웅이기도 하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설정 때문에 TV와 실제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다.

 

어쨌든 그들은 지금은 은퇴하여 양로원에서 사는 노인들이다. 이 만화 속의 영웅들은 모두 문제가 있다. 조국의 지도자 집게사장은 지극히 탐욕스러우며 조국의 수호자 스폰지밥은 햄버거가 최고의 음식이라고 믿는다. TV 속 영웅인지 실제 영웅인지 헷갈리는 인어맨과 조개소년은 어떤가?

 

그들은 노인이라는 점에서 다른 영웅들과 차별화된다. 게다가 인어맨은 치매까지 걸렸으며 여자 속옷을 입고 다닌다. 이 정도면 헐리우드의 영웅 영화에 대한 조롱으로 해석하기 충분하다.

 

 

 

 

 

반체제 지식인 징징이(Squidward Tentacles)

 

매우 체제 순응적이고 미신적인 스폰지밥과는 달리 징징이는 체제에 도전하며 미신도 믿지 않는다. 징징이는 햄버거나 몸에 나쁘다고 역설하기도 하고, 집게사장의 횡포에 맞선 파업을 선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징징이에 대한 시각도 지극히 냉소적이다. 그는 좌파의 영웅이 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징징이는 스폰지밥과 뚱이 같은 대중을 지극히 경멸한다. 그가 원하는 삶은 무지한 대중과는 격리된 엘리트의 삶이다. 게다가 매우 이기적이다. 가난한 징징이가 집게사장의 위치에 서게 되면 집게사장과 별반 다르지 않게 행동할 것이 뻔해 보인다. 자본주의 타도를 외쳤던 스탈린이 지배자가 된 이후에 그랬듯이 말이다.

 

 

 

 

 

컬트 영화의 감성

 

<보글보글 스폰지밥>은 기존 체제에 대해 결코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엘리트는 탐욕스럽고, 대중은 어리석고 이기적이다. 하지만 이 만화가 뭔가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풍자하고, 비웃을 뿐이다. 이것은 이 만화에서 패러디한 <토마토 공격대> 같은 컬트(cult) 영화의 감성이다.

 

이 만화에는 <슈퍼맨(Superman, 1978)>이나 <에어 포스 원(Air Force One, 1997)> 같은 헐리우드 영웅 영화식의 우파적 진지함도 <랜드 앤 프리덤(Land And Freedom, 1995)> 같은 좌파적 진지함도 없다. 그렇다고 어린이 만화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의도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심어 놓았다.

 

어쨌든 이 만화의 장점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만화를 즐겨보는 10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주제들이다. 이 만화를 유치하다는 이유로 보지 않는 보통 어른들에게도 아마 쉽지 않은 주제일 것이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어른들은 이 만화 속의 등장인물들처럼 미신적이고, 체제 순응적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이 만화의 몇 가지 측면을 소개했을 뿐이다. <보글보글 스폰지밥>이 어떤 작품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직접 보는 방법밖에 없다. 이 만화는 여기에서 다룬 것들 이외에도 온갖 내용을 다룬 상당히 풍부한 텍스트다. 그리고 여러 가지 면에서 재미있다. 또한 헐리우드 영웅 영화보다는 훨씬 더 지적인 자극을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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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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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우럭아가미 | 작성시간 09.01.05 저희집은 투니버스에서 늦은 밤에 심슨가족만 하는데 이글을 보니 보고싶네요ㅜ 고등학생인 동생이 엄청 재밌게 보는걸 아직도 만화영화나 보냐고 무시했었는데...던지는 주제가 예사롭지 않군요ㅎㅎ
  • 작성자KKong | 작성시간 09.02.07 이거 한편보곤 아무 생각없이 깔깔대고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진지한 자세로 다시 봐야겠습니다.
  • 작성자우잉 | 작성시간 09.02.15 맞아요.. 스펀지밥.. 가볍게 보기엔 좀 찝찝함이 많이 생기는 만홥니다.
  • 작성자박정원 | 작성시간 11.10.08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네모바지 스폰지밥처럼 현실과는 괴리가 느껴질 정도로 우스꽝스럽고 재미난 장면들이 자주 나오는 작품들을 감상할 때 항상 분석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상징적인 묘사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 평이한 장면조차 잘못 해석하게 될 염려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작성자박정원 | 작성시간 11.10.08 문학 작품을 매우 엄밀하고 진지하게 파헤친 글로는 마틴 가드너의 '주석달린 앨리스'가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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