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데요 난 심술꾸러기예요. 누가 잘 지내고 있는건 못보거든요. 걱정 근심없이 평화로운 사람도 그냥 못 두지요. 그날도 사실은 잠이나 실컷 자려고 기지개를 켜고 있었지요. 실눈을 뜨고 막 하품울 하고 있는데 멀리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것이 있었어요. "뭐야 이 유라굴로 님의 낮잠을 방해하는 것이..." 나는 그것이 로마 죄수들을 실어나르는 배란 것을 알았죠. "히야, 이거 재미있겠는걸. 옳지, 오늘은 재미있는 심술놀이나 해볼까?" 나는 힘껏 콧김, 입김을 내 쏟았어요. 갑자기 바다는 산더미같은 파도와 휘몰아 치는 바람으로 사납게 변하고 배를 사정없이 기우뚱거리게 했지요. 사람들이 무서워서 어쩔줄을 몰라했어요. 소리지르고 울고 누군가에게 비느라 야단법썩이었어요. 나는 멀찌감치서 훗훗거렸죠. "흥 아무리 발버둥 쳐 봐야 소용없다구 이 유리굴로님의 콧김과 입김을 당할 자가 있으면 나와보란 말이야."
 정말 재미 있었어요. 내가 누군가를 겁주고 쩔쩔매게 하고, 누군가의 생명줄을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는 것이 얼마나 신이 나는지... 한참 기분내고 있을 때였어요. 흔들리는 배 안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어요.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안심해도 됩니다. 이태풍은 절대로 우리의 생명을 빼앗아가지 못합니다. 우리는 죽지 않는다고요. 하나님께서 나에게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니, 이런때 훼방꾼이 나타나다니, 감히 내 정체를 알고 있는 저 자는 누구야?" 그는 바울이라는 하나님의 사람이었어요. 실망하고 있는 배안의 다른 사람들에게 살아날 수 있다고 용기를 주면서 로마에 갈 꿈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었어요. 뭐라더라, 로마에 가서도 예수님을 전한다던가? 쳇 죄인의 몸으로 붙잡혀 가면서도 꿈을 꾸다니... 그러나 난 사실은 바울이 그 꿈때문에 나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걸 벌써 알고 있었어요. "무서운 사람이야. 이 유라굴로를 무서워하지 않는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일꺼야. 아주 무서운 사람이지..." 나는 이 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