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녀사냥이 완결된 걸 발견해서 보고 왔습니다. 생각보다 재밌더군요. 가능하면 작품전체를 리뷰해보고 싶은데, 그러기엔 제 실력이 부족한 것 같네요. 인물 장이지(수리)를 중심적으로 이야기하면서 내용은 그에 관련된 것만 간단하게 건드려보려고 해요. 스포는 조금 있을 예정입니다.
애당초 이 작품은 선과 악의 구분이 별로 없습니다. 한 놈 있는 것 같긴한데, 걔도 자기가 원하는대로 한 거죠, 따지고 보면. 모든 인물들이 그런 식으로 자기가 원하는대로 행동하는 내용이에요. 겁나 마이웨이를 달리는 인물들로 가득 차 있는데, 걔들의 이해관계가 자꾸 꼬여서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료고, 사실 언제든지 뒷통수를 칠 준비가 돼 있었다거나... 극중 처음 적으로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이 뒷통수를 쳐요. 생각해보니 이거 거의 사기치는 내용이 주인 거 같아..
우리의 비중 모자란 주인공 가민? 신가민과(기억 안 나서 보고 옴;) 장이지의 만남은 가민의 초등학교 시절입니다. 가민은 쉽게 말해 문제아인데, 늘 사고치고 전학을 자주 다녀요. 그렇게 전학 온 학교에 장이지가 있었고, 장이지는 거의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거의 자의적으로 소외받는 거였지만. 하여튼 전학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민은 이지가 마법쓰는 장면을 목격하죠. 가민은 마법의 근원이 이지가 지니고 있는 구슬에서 나온다 생각하고 그걸 훔치는데, 그 사이 악마들이 습격해 둘 다 죽을 상황에 처했다가 겨우 벗어나요. 후로 이지는 사라지고 가민은 다시 문제를 일으키며 학교를 옮겨다니는 생활을 반복합니다.(하는 듯 보입니다.)
대충 이 정도가 프롤로그격인 내용이에요. 후로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난 둘은 서로 협력하기로 하는데, 그 때 장이지는 가민에게 지켜주는 대신 미끼가 돼라고 말하죠. 아마 그건 그냥 하는 말이고, 이지는 사실 가민을 지켜주고 싶었을 거라 생각해요. 이 때부터.
수리는 복수의 마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하는 행동들은 모두 복수와 정반대되는 내용들이죠. 왜 이지는, 수리는 그렇게 행동했을까요?
그걸 알기 위해서는 좀 더 뒤에 나오는 내용인 수리와 악마들의 과거를 봐야해요. 마녀는 인간들의 강한 염원을 통해 생겨나는 존재인데, 수리는 복수를 하고 싶다는 염원에서 태어난 마녀예요. 때문에 복수의 마녀인 그녀가 들을 수 있는 '소리'(아마 인간의 강렬한 염원쯤으로 생각됨)는 모두 복수에 관한 것들 뿐이죠. 수리는 그런 어두운 소리에 신물이 났고 친구인 장난의 마녀 느와에게 더 이상 복수에 대한 '소리'를 안 들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워요. 다른 마녀들의 '소리'를 뺏는 거였죠. 그러는 동안 수리는 점점 강해지고, 소리는 쌓이고 쌓여서 도대체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려요. 그 와중에 자신이 마녀를 죽이고 있으니 다른 마녀들은 믿을 수 없고, 복수의 소리만 내뱉던 인간들은 당연히 믿을 수 없겠죠. 느와는 그런 수리에게 악마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줘요. 극도로 외로웠던 수리는 악마들을 많이 만들어내는데, 악마들과 잘 지내던 도중 선교사를 만나고 곧 사랑에 빠져요. 인간이 되고 싶단 소원이 생겼죠.
악마들은 그런 수리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 수리가 힘을 잃고 인간이 된다면 자신들은 유지될 수 없었으니까요. 좀 더 근원적으로 보자면 아마 신에게 버림받는 기분이었을 거예요. 음, 신보다는 부모 정도? 제게 신은 너무 막연한 존재라... 신을 믿는 분들은 신으로 생각해주세요. 하여튼 그래서 이래저래 일이 생기고 싸우다 악마 하나의 배려로 수리는 겨우 목숨만을 유지해요. 그리고 선교사는 악마들에 의해 죽임을 당해요. 수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다고 하죠.
수리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것에는 이 정도 내용으로 충분할 거 같아요. 다음은 장이지. 물론 수리와 동일 인물이지만, 저는 둘을 따로 말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동일인물이다 보니 완전한 분리는 불가능하겠죠. 둘 다 어느정도 서로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주세요.
저는 장이지가 수리의 인간이 되고 싶다는 염원에서 생겨난 마녀라고 생각했어요. 이지는 꽤나 많은 부분에서 수리가 겪었던 일들은 다시 겪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죠.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놀라면서 즐거워한다던가, 사실 한두 번 본 인물들까지 모두 지켜내려고 한다던가 하는 모습이요.(사실 가민이 빼고 지키는데 성공한 게 없는 듯;)
소원이 인간의 역할이라면 그 소원을 들어주는 건 마녀의 역할이죠. 하지만 마녀인 수리에게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원이 생겨버려요. 그러곤 그 소원을 들어줄 마녀를 스스로 만들고 그 속에 자신을 가둬두죠. 이는 자신의 힘으론 불가능하단 걸 알면서 외면한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결말에 이르러 수리는 스스로 장이지의 모습을 벗어내고 자신은 복수의 마녀라고 독백해요. 자신을 시인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인간상에 더 다가가죠. 인간이 될 수 없다는 무력함을 깨닫고 마녀로서 지은 죄를 속죄하고 더욱더 나은 자신이 되도록 소원하며 살아가는 것.
우리는 마녀를 알지 못해요. 우리의 소원을, 염원을 들어줄 존재는 가까이 있지 않죠. 그렇다면 우리는 소원을 포기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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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댓글을 보면 내용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사실 결말까지 보시면 다 이해할 거 같지만, 그래도 모르시겠으면 물어봐주세요. 제가 아는 데까지는 답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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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스 작성시간 16.01.17 졸라명작. .ㅠㅠㅠ 중간에 루즈해진건 사실이지만 데뷔작에 이정도 퀄이라면ㅠ 후반엔 너무 전개 빼느라 슉슉 넘어가는 듯한 느낌도있었죠. 전 결국 이지가 사람에 가까워지는 과정이였다고 생각해요. 마녀인게 외로워서 악마를 만들고 그들을 위해 같은 마녀를 죽일때 많은 회의감이 들었을텐데 그때 나탕을 만났잖아요. 하지만 그땐 아직 서툴렀고 결국 모두 헤어져버리죠. 그때 이지가 악마들을 다르게 대했다면 좋았을텐데 하고 슬퍼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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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후추크래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1.17 맞아요. 꽤나 이야기도 탄탄하고 인물의 감정들도 잘 표현해줘서 경험많은 작가이겠거니 했는데 데뷔작이더라고요. 데뷔 전에 많은 연습이 있었다고 느꼈어요. 아마 악마들을 다르게 대했다 해도 느와와 첸의 영향으로 이야기가 크게 달라졌을 거 같지는 않아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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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리뷰공화국청소부 작성시간 16.01.17 마지막에 악마들이 수리가 부른다고 간 걸 보고 진짜 눈물이 핑ㅠㅠㅠㅠㅠ결국 악마들이 초반에 수리를 미워했어도 속으로는 옛날 시절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죽음에 이르러서야 다함께 간다는게ㅠㅠㅠㅠㅠ 안타까워요 그리고 남주의 의문의 1패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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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후추크래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1.17 ㅋㅋㅋㅋㅋ 제가 원래 인물 이름들을 잘 기억못하는데 이 작품은 다들 개성이 넘쳐서 잘 들어오더라고요. 메이랑 가민이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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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꼴리뷰 작성시간 16.01.20 남주 발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