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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이야기 21. - 「고솜이」, 『싱가포르에서 아침을』

작성자손국정|작성시간20.04.17|조회수31 목록 댓글 2



머리말 이야기 21. - 고솜이, 싱가포르에서 아침을

 

판형이 130×189인 이 책은 아주 작아 보였고, 집으니 한 손아귀에 쏙 들어갔다. 귀엽게 생긴 겉표지를 펼쳐봤다. 큰 글자가 시원스레 한 눈에 들어온다. 죽 넘겨보니 크고 작은 그림과 사진들이 가을 단풍처럼 울긋불긋 풍성하게 자리를 잡고 있. 먹음직한 음식이며, 별에 별 가게며, 낯선 건물이며, 음식 명소며, 주제에 맞는 사진들이 화려 찬란하여 한 눈에 들어왔다. 모든 것이 돋보였다. 하지만, 굵은 글자에, 그림과 사진이 많은 책이라서, ‘뭐 읽을 거라도 있겠나?’ 하며 우습게보았다. 웬걸, 읽으면 읽을수록고솜이의 책이 고소한 깨소금으로 다가왔다. 새 운동화를 머리맡에 두고 싶듯이. 새로 산 옷을 벗고 싶지 않듯이, 그녀의 책은 나와 함께 있었다. 결론은 315쪽이나 되는, 이 책을 세 번이나 읽었다는 것이다. 이거 참, 내가 봐도 믿질 못하겠다. 하긴다 보면 곧바로 망각하기  때문에 보고 또 보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 책은,고솜이님이,싱가포르에서 아침을』 뭘로 때웠나? 가 아니라, 그녀의 싱가포르 예찬론이다. 2012년까지 무려 4쇄까지 나온 인기 있는 책으로, 글과 사진은고솜이, 해학적인 그림을 그린 이는강모림이다. 정가는 13,000원이고, 도서출판 돌풍에서 발간했다.

 

여기서 잠깐 그녀의 소개를 보고 가자.

 

호텔리어 출신으로 다년간 해외 생활과 호텔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특한 글을 쓰고 있다. 발랄한 필력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간단한 사물 하나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며내는 보기 드문 능력을 가졌다.”

 

이 글은 도서출판 돌풍에서 소개한 글 같다. 읽어보니 소개와 부합되었다. 호텔리어가 뭐 하는 사람인가 찾아 봤더니, 대단한 직책이었다. hotelier: ‘호텔소유자’, ‘호텔경영자’, ‘호텔지배인’ hotelkeeper와 같은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제, prologue라고 적힌 그녀의 머리말을 음미해보자.

 

싱가포르에는 먹을 것이 넘쳐난다. 배가 고파지면 어느 거리든 발길을 멈추고 노상 음식점에 앉으면 된다. 허름하기 그지없는 호커센터3달러짜리 로컬 음식을 먹거나 최신 시설을 겸비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30달러짜리 스테이크를 먹거나 그 만족감은 거의 같다. 어째서인가? () 싱가포르에서는 묘하게도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곳에서조차 나름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째서인가? 의 뒷말이 길고 중언부언 하는 것 같아 몇 자 생략하고 이어 붙였다. 다시 말하면, 3달러짜리 음식이나 30달러짜리 음식이나 그 맛이 대동소이하다는 뜻이다. 그 만큼 노상 음식이나 토랑 음식이나 별반 차이가 없으니 불만이 없다는 말씀인데, 단지 무드 있는 대상을 창밖으로 볼 수 있는, 뭐 그런 분위기 때문에 토랑 행을 한다는 말씀 같다. ‘호커센터란 무슨 뜻인지 사전을 보았더니, ‘hawker center’, ‘호커행상인’, ‘호객하는 상인’, 또는 도붓到付장수라고 적혀있다.

 

() 그런 이유로 많은 관광객들이 고급 음식점은 물론이고 싸구려 노상 음식점에 가는 것도 매우 좋아한다. () 게으른 사람들이 무언가를 자꾸만 변화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다보니 어떤 세대에 속하건 모두들 옛날을 그리워하게 된다. 여기에 싱가포르와 한국 사회의 근본적이 차이점이 있다. 싱가포르의 음식, 싱가포르의 거리풍경은 언제나 똑같다. 많은 가게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은 같지만, 수년전에 먹던 미고랭을 그 맛을 지금도 어디서든 먹을 수 있다. 어떤 요리사도 미고랭에 새로운 무언가를 집어넣어야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지문이 좀 길다. 요점은 옛날의 그 음식이 지금의 그 음식과 맛과 향이 똑같다는 의미다. 이건 하나의 축복이다. 하긴 나도 왕산 앞 중국집에서 먹어봤던 그 우동과 만두, 찐빵 맛이 그리워, 중국집이라고 생긴 데는 다 가봤지만, 여태껏 그런 맛을 맛보지 못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이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기는 하지만, 음식의 변화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하면 곧 창의성이다. 새롭고 기발한 음식을 개발하는 도전 정신이 있어, 싱가포르와 달리 옛날 음식과 현재 음식을 골고루 맛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 싱가포르에서는 찡그린 사람을 보기 힘들다. 태평한 얼굴로 여유로이 거리를 활보한다. 별로 바쁠 것도 없고 서두를 필요도 없다는 태도는 아열대성 기후의 징후인 나태함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싱가포르는 경제대국이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쇼핑가에서도 남의 어깨를 부딪치는 일없이 타인의 보이지 않는 공간을 존중할 줄 아는 그들의 매너에서 대국의 면모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활짝 웃는 모습은 자신의 행복이자 보는 이의 행복이다. 찡그리지 않는다는 것은 마음을 편하게 가졌다는 뜻과 통한다. 소국, 대국을 떠나 남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경험을 해 본 이라면 상대를 소중히 여기고, 배려란 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부딪혔거나, 세면기에서 손을 씻고 탈탈 털 때, 옆 사람 안경에 물을 튀기는 사람, 조금은 조심하고 미안한 표정은 지어야 마땅하다고 이 연사 한 마디 올립니다요!

 

() 어느 호커센터에서나 3천원 남짓한 돈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고, 3만 원 정도의 돈으로 예쁜 옷을 살 수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찡그린 얼굴을 풀고 여유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옷값이야 우리나라만큼 싸고도 비싼 나라는 없을 거고, 난 음식 값이 입에 당긴다. 맛있는 점심 한 끼,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행자에게 있어 괜찮은 가격이다. 여행이란 뭐 특별한 게 있나, 어딜 가나 먹고, 자고, 구경하는 게 여행인데, 또한 낯선 나라의 요리에 대한 도전은 언제나 큰 즐거움이 아닌가. 배를 채우는 일이야말로 여행을 좌우할 만큼 힘이 세다고 본다.

 

이 책을 보면 가지각색의 풍요로운 음식을 눈으로만 맛보게 된다. 지은이는 맛있는 음식을 감칠맛 나게 썼으니 독자들은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이거 참, 침 넘어가는 소리가 오늘따라 유별나다. “꼴따닥 꼴딱

 

참으로 넓은 세상에, 구경거리는 넘쳐나고, 맛있는 음식은 유혹을 하고, 어디로 가야하나!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 그저 한 발짝 용기를 내면 어디론가 가겠지! . 2020.4.17..

2020.4.22.수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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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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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최명희 | 작성시간 20.04.17 기분좋아지는 깔끔한 나라가 싱가포르인것 같아
    생각보다 겁많은 나는 페케지로 갔지만
    우리 딸은 혼자서 자유여행을 갔다왔어
    위험하지않고 안정적인 나라 싱가포르
    물가가 비싸지만 다시한번 더 가보고싶은나라이기도 해
    잘 구경하고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손국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4.20 겁 많은 친구는 벌써 다녀오셨네. 용감하게도 따님은 혼자서 이고. 젊은이가 다르긴 달라여.

    싱가포르가 워낙 법을 준수하는 나라라, 소문만 듣고서도 주눅이 들었어.
    한참을 잊고 지내다가, 나이가 먹고 배짱이 생기니까 몇 달 살고 싶은 생각이 들어.

    갈 데는 많은데, 여행은 늘 짧았어. 아쉬움만 가슴에 남지. 돌어서면 또 가고 싶어 안달을 하는 여행병, 이거 어떻게 안 될까요? "약사 님, 약 좀 지어 주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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