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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는 이야기

럭키에게는 은인과도 같은 홍여사님 이야기를 잠깐만 할께요..

작성자뚱아저씨(광진)|작성시간14.12.04|조회수460 목록 댓글 8

홍여사님은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노숙하던 럭키라는 강아지를 2년이 넘도록 먹을 것을 챙겨주며 돌봐주던 분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동작대교 다리 밑의 한강변 칼바람은 거리의 칼바람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훨씬 더 춥습니다.

 

럭키란 녀석도 처음부터 홍여사님에게 곁을 주고 마음을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동작대교 다리밑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만난 그 녀석은 처음에는 가까이 다가가기도 무서울 정도로 심하게 짖고 경계를 했습니다. 그런 럭키였기에 그 녀석에게 가까이 가서 먹을 것을 주고 쓰다듬어줄 수 있을 때까지 3개월이나 되는 시간이 걸렸지요.

 

그렇게 조금씩 정을 주고 그제서야 럭키가 홍여사님을 믿고 의지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홍여사님 마음의 고통은 더욱 심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에 럭키 녀석의 먹을 것을 챙겨주고 뒤를 돌아 집으로 가는 길에는 이 녀석이 쭐래쭐래.. 거의 2km나 떨어진 집 앞까지 따라오는 것을 떼어놓고 집에 들어가서는 마음아파 눈물을 흘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집에 데려가서 키울 수 있는 여건은 안되고, 그렇다고 이 가여운 녀석을 모른척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그렇게 먹을 것을 챙겨주기를 2년이나 했다는 것은 말이 그렇지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때에는 폭우가 쏟아져 동작대교 다리밑이 넘치는 빗물로 가득차서 럭키가 늘 자던 곳까지 잠겼을 때는 너무도 걱정되는 마음에 이 녀석을 찾아헤메길 몇 시간씩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겨우 다리 밑의 가장 높은 곳 주변에서 서성이는 럭키를 발견하고는 마치 집나간 아들을 찾은 심정으로 울면서 꼭 껴안아준 적도 있었지요.

 

어떤 날은 지인들과 만날 약속이 있어 외출을 할 때면 가는 길에 동작대교 다리 밑에 들러 럭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고, 가방에는 저녁 먹을 것까지 넣고서는 약속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또 다시 들러 먹을 것을 또 챙겨주었다고 합니다.

 

가족들과 여행을 며칠씩 떠나는 날에는 꼼짝없이 자신을 기다리고 굶고 있을 럭키가 안쓰러워 이웃집에 사는 강아지 좋아하는 분에게 신신당부하여 꼭 사료를 챙겨준 적도 여러번 있었다고 하지요.

 

집에 있는 아이에게도 그렇게까지 정성스럽게 돌보기 힘들 정도로 사랑을 주다보니 럭키도 홍여사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엄마처럼 따르게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날엔가부터 목줄도 없이 돌아다니는 시커먼 개가 위협적이라고 해서 주변 사람들이 한강관리사업소에 민원을 넣어서 보호소로 데리고가라는 빗발치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몇 년간 노숙하던 럭키가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데다가 홍여사라는 확실하게 챙겨주는 보호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한강시민관리사업소에서는 어떻게든지 차일피일 미뤄보려고 했지만 결국 그 한계에 다달았습니다.

 

결국 119 구조대에 연락하여 마취총을 쏘며 럭키를 포획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빗나간 것이었습니다. 만약 마취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지지 않고, 바로 위에 있는 올림픽도로에 쓰러진다면 보호소에 가기도 전에 로드킬 당할 아찔한 상황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럭키 포획하기 바로 전날..

뚱아저씨는 오지도 못하게 무섭게 짖고 홍여사님에게만 곁을 주는 럭키

 

홍여사님은 너무도 애가 타고 안타까워 TV 동물농장에도 연락하고, 동물단체에도 연락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도를 다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았던 분이었는데 다른 분의 도움을 얻어 겨우 글을 올리게되었고, 그 글이 마침 뚱아저씨 눈에 띠어, 당시로서는 처음으로 구조라는 것을 해본 뚱아저씨와 홍여사님이 이틀간 그 녀석을 잡으려고 노력한 끝에 겨우 무사히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럭키를 안심시키기 위해 포획할 이동장을 밤에 설치하는 모습

 

그렇게 해서 럭키가 뚱아저씨 집에 온 것이 재작년 6월초입니다. 벌써 2년 6개월이나 지났네요. 보통의 구조요청자라면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아이에 대해 대부분 잊고 지냅니다. 아마 다른 아이들을 더 구조하려고 애쓸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홍여사님은 럭키가 뚱아저씨집에 온 지 2년 6개월이 지나도록 단 한 번도 럭키를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마치 유학을 보낸 자식을 돌보는 엄마의 마음처럼 뚱아저씨 집에 때때로 들러서 럭키를 찾아보곤 합니다.

 

 

 

늘 잊지 않고 럭키를 찾아보는 홍여사님과 그런 홍여사님을 엄마처럼 생각하며 안기는 럭키

 

 

홍여사님이 오는 날은 럭키는 벌써 대문 밖 30미터 전방에서부터 발자국 소리를 알아듣습니다. 그리고는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지켜보지 않은 사람은 감동을 잘 모르실 거에요.

 

그 핍박받던 동작대교 다리 밑의 시절에.. 그 춥고 배고프던 럭키를 위해 스티로폼으로 집을 만들어주고, 이불을 챙겨주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먹을 것을 챙겨주던 홍여사님을 럭키는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장담하건데.. 지금부터 5년, 10년의 세월이 더 흘러 럭키가 죽을 때가 다 되어도 그 때 마지막 순간에 떠오르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웠던 사람은 뚱아저씨가 아닌 홍여사님일 겁니다.

 

 

 

동작대교 다리밑에서 6개월만에 다시 만난 럭키와 홍여사님

 

뚱아저씨는 그런 럭키가 하나도 섭섭하지 않습니다. 그 녀석에게는 첫번째 은인이 바로 홍여사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여운 아이들을 구조하여 생명을 살리는 팅커벨프로젝트에서 어떤 아이의 생명은 더 중요하고, 어떤 아이의 생명은 덜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두 다 똑같이 소중합니다.

 

그 소중하고도 가여운 생명을 살리는데 있어 모두 다 살릴 수 없다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꼭 한 아이를 살려야 한다면, 그 아이를 살리는 기준은 바로 구조자의 간절한 마음가짐과 책임감입니다.

 

팅커벨에서 모든 아이들을 다 구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내가 구조하고자 하는 이 아이를 구조하는데 있어 팅커벨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나의 일정부분을 희생하고, 그 희생의 결과물을 그 아이에게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그 아이는 반드시 구조가 됩니다.

 

생명을 구한다는 것의 가치는 굉장히 크고 중합니다. 내가 과연 나의 삶의 일정 부분(그것이 경제적인 것이든, 아니면 그 이외의 것이든)을 내놓으면서까지 이 아이를 구하고 싶어하는지를 먼저 한 번 살펴봐주세요.

 

럭키가 뚱아저씨 집에 온지 2년 6개월.. 매월 25일이면 홍여사님은 혹시라도 럭키가 뚱아저씨집에서 눈칫밥이나 먹지 않을까라는 기우를 하며 럭키의 간식값을 보내오십니다. 그러지 마시라고 말씀을 드려도 그것이 럭키를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하시며 보내십니다.

 

많은 구조자들이 있었지만 저는 홍여사님을 정말 존경할만한 구조자로 꼽습니다. 그런 면에서 럭키는 행운아입니다. 그런 홍여사님과 인연이 되었다는 것 그 자체로 말입니다. 그래서 더욱 럭키는 홍여사님을 잊지 못하고 그렇게도 좋아하는 것이겠지요.

 

 

삶을 살아가는 동안.. 결코 잊을 수 없는 평생의 인연.. 럭키와 홍여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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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몽돌엄마(광진) | 작성시간 14.12.05 럭키가 홍여사님 맞이하는 저 사진을 볼때마다 울컥합니다
  • 작성자밍밍(부산) | 작성시간 14.12.05 4년...존경합니다. 아름다운 결실을 보게되어 영광이었습니다♡
  • 작성자상사화(동대문구) | 작성시간 14.12.05 홍여사님은 구조자의 정석이십니다 구조요청 하시는 분들이 참고하셨음 하네요
  • 작성자쩌리또리 | 작성시간 14.12.05 세상에 너무 이뻐요 그리고 그 마음이 너무 애틋해 감히 이렇다 말을 할 수가 없네요.. 참 신기해요 정말 누가 나를 챙겨주고 사랑해주는지 아이들은 다 아나봐요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너무 멋있으세요ㅜㅠ
  • 작성자깐깐이(산본) | 작성시간 14.12.06 따뜻한 얘기에 눈시울이 촉촉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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